가격을 보면 미래가 보인다
가격을 보면 미래가 보인다
  • 권우용 기자
  • 승인 2016.03.27 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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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미래를 내다보는 예측시장

인간은 불투명한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을 열망해왔다. 옛 사람들에게 미래란 하늘이나 신에 의해서 정해지는 운명과 다를 바 없었다. 그들은 자신과 사회의 운명을 알기 위해 신이라는 초월적 존재에게 제물을 바치기도 하고, 별자리나 생김새에 빗대 앞날을 점치기도 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인간은 자신과 세계에 대해 나름대로 정보를 모았고, 그것을 다음 세대에 전달해 불안정한 미래를 대비하며 대응력을 키워온 것이다.

정보를 모으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토론이나 통계는 정보를 모아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익숙한 방법이다. 선거시즌에는 여러 기관에서 여론조사를 시행해 정세의 흐름을 파악하기도 한다. 그러나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는 시장을 통해 개개인의 정보를 모으는 방법이 정확하다고 주장했다. 시장은 자원을 배분하는 역할뿐만 아니라 개개인이 가진 상이한 정보를 취합하는 역할도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시장 메커니즘을 사용해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하는 방법을 예측시장이라고 한다.

 

미래의 사건을 상품으로 거래하다

예측시장은 미래에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사건을 상품 형태로 거래하는 시장이다. 예를 들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면 1만원을 주는, ‘디카프리오 상품’이 예측시장에서 거래된다고 가정해보자. 시장 메커니즘에 따라 수요가 많고 공급이 적으면 상품의 가격은 올라가고, 그렇지 않으면 가격은 내려간다. 상품의 가격에는 사람들이 무엇을 예상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담겨있다. 디카프리오가 수상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는 시장 참가자는 상품을 사려고 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참가자는 상품을 사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개개의 시장 참가자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는 예측시장에 모여 시시각각 상품에 대한 가격을 설정한다. 디카프리오 상품의 최종 가격이 다른 후보의 상품 가격보다 높으면 디카프리오가 수상할 확률이 높다고 예측할 수 있다.

예측시장은 처음 개발된 이후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가장 열띤 예측시장으로는 정치인들의 당선 여부를 예측하는 선거예측시장을 들 수 있다. 선거는 앞으로 국가의 운영 방향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이벤트기 때문에 예측시장이 가장 많이 연구되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선거예측시장의 시초격인 아이오와 전자시장(Iowa Electronic Market, IEM)은 1988년부터 미국 대선 결과를 여론조사보다 정확히 예측해 각광을 받아왔다. 아이오와 전자시장은 정부의 허가를 받아 참가자들이 자신의 실제 돈을 5달러에서 500달러까지 투자하기 때문에 시장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한다. 덕분에 아이오와 전자시장은 다른 여론조사보다 결과를 정확히 맞혀왔고, 지난 미국 대선에서도 오바마가 당선될 것이라고 예측해 세간의 화제를 샀다.

선거나 수상뿐만 아니라 예상하고 싶은 불확실한 사건을 상품으로 만들면 날씨나 기업의 신제품 가격 등 어떤 미래든 내다볼 수 있다. 실제로 할리우드 증권 거래소(Hollywood Stock Exchange, HSX) 사이트에서는 개봉 예정 영화의 흥행 성적을 실시간으로 확인해볼 수 있다. 안도경 교수(정치외교학부)는 “미국에서는 9·11테러 이후 테러를 예측하는 다양한 방법 중 하나로 예측시장을 사용했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예측시장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말했다.

 

설문보다 정확한 예측시장, 그 이유와 한계는

예측시장은 정보가 많아 투자에 대한 강한 확신을 가진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 비해서 적극적으로 시장에 참여해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에 단순히 통계적으로 평균을 내는 방법보다 정확하다. 앞선 사례에서 영화 전문가들은 디카프리오가 오스카상을 수상할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예측시장에서 디카프리오에게 많은 돈을 투자해 이익을 취하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일반 참가자들은 확실한 정보가 없으므로 디카프리오에게 많은 금액을 투자하기를 주저한다. 이처럼 정보량에 따라 참가자들이 시장에 대해 서로 다른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정확한 정보가 가격에 더 많이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안도경 교수는 예측시장의 장점으로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이윤동기를 바탕으로 해서 그 정보를 드러내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이런 이유로 예측시장은 실제로 설문보다 정확한 예측을 해왔다. 설문의 경우 표본집단의 대표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결과가 크게 훼손된다. 이는 남자만 참가한 설문이나 고소득층만 참여한 여론조사의 결과가 정확하지 않은 것과 같다. 하지만 예측시장에서는 비교적 소수만이라도 충분히 정보를 갖고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정확한 예측이 도출된다. 또 무작정 빨리 끝내려고 하거나 진실하지 못한 대답을 할 수도 있는 설문과 달리, 예측시장은 참가자가 당선될 후보자를 정확히 맞히면 금액을 많이 주는 보상 구조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에서 자유롭다. 더 나아가 예측시장은 오랜 기간 실시간으로 가격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여론의 동향도 함께 읽을 수 있다. 안도경 교수는 “여론의 동향을 읽는 것만으로도 예측시장이 설문의 한계를 극복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참가자들이 철저히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해 행동하지 않고, 자신의 선호나 애착을 표출한다면 시장 메커니즘이 훼손돼 제대로 된 예측을 할 수 없다. 실제로 2004년 예측 사이트 '트레이드스포츠'의 미국 대선 예측시장에서 한 참가자가 조지 부시 후보의 상품을 한꺼번에 많이 팔아서 그 상품의 가격이 0에 수렴한 사례가 있다. 주식시장처럼 교란과 조작에 대한 우려 역시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대해 이장혁 교수(고려대 경영학과)는 “호텔 같은 데서 이상한 사용자들을 걸러내는 것처럼 예측시장에서도 문제가 되는 참여자를 감시해 퇴출시켜 인위적 편향을 줄일 수 있다”고 극복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처럼 예측시장도 어디까지나 시장 메커니즘을 따르기 때문에 얼마든지 틀릴 수 있다. 하지만 예측시장을 통해 미래를 더 정확히 예측하게 된 것은 사실이다. 이장혁 교수는 예측시장이 “많은 사람들이 본인의 의견을 반영하고, 그 의견에 따라 미래를 예측해 계획을 세울 수 있는 큰 장점을 갖는다”고 말했다. 미래를 예측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것을 넘어서서 예측시장은 이윤 획득, 선거 판세 예측 등 다양한 가능성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대의 선거예측시장 연구는?

서울대에서도 예측시장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사행성을 조장할 수 있는 방법으로 여론조사를 할 수 없다’는 선거법 제한 때문에 실제 화폐로 예측시장을 운영할 수 없다. 그래서 서울대 정치커뮤니케이션센터는 예측시장 참가자들에게 처음부터 같은 양의 가상 화폐를 주고 두 차례 선거예측시장을 운영했다.

선거예측시장은 개표 후 현금 할당 방식에 따라 비율방식(vote share)과 승자독식방식(winner-take-all)으로 나뉜다. 비율방식은 후보의 득표율에 따라 상품이 돈으로 지급되는 반면, 승자독식방식은 당선자 상품만 돈으로 지급된다. 가령 예측을 적중할 시 지급하는 금액이 1만원이면, 비율방식은 (득표율×1만원)으로 상품이 교환된다. 진 후보의 상품도 금액이 어느 정도는 지급되는 것이다. 하지만 승자독식방식은 당선자 상품만 1만원에 교환되고, 다른 후보들의 상품은 가치가 사라져 0원이 된다. 이 때문에 승자독식방식 참가자들은 돈을 잃지 않으려고 마지막에 승리가 확실한 상품 쪽으로 쏠리게 된다. 분배정의연구센터 조남운 박사후연구원은 “마치 경마를 실시간으로 해 승자가 확실해지면 사람들이 모두 1등이 확실한 말만 사려고 하는 것과 같다”고 이를 설명했다. 정치커뮤니케이션센터 선거예측시장은 비율방식으로 2014년 서울시장 당선자를 맞혔고, 승자독식방식으로 18대 한국 대통령 선거를 예측했다.

 

◇비율방식을 사용한 서울시장 선거 예측=2014년 서울시장 선거 결과를 예측할 때 정치커뮤니케이션센터는 3가지 다른 시장을 독립적으로 운영했다. A시장은 보수 성향의 사람들(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에 투표한 사람들)만, B시장은 진보 성향의 사람들(18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에 투표한 사람들)만, C시장은 반반씩 모아 참여하게 했다. 그래프를 보면 A시장의 예측이 실제와 가장 가깝고, B시장과 C시장이 차례로 실제 결과와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B시장이 예측에서 많이 벗어난 이유는 B시장 참여자들이 당시 박원순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고 선거를 지나치게 낙관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조 연구원은 “참여자들이 금전적 이익보다 좋아하는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당파성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A시장은 정몽준 후보의 패배를 예상하고 금전적 이익만 추구했기 때문에 시장 메커니즘이 잘 작동할 수 있었고, 그에 따라 예측이 정확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승자독식방식을 사용한 18대 대선 예측=18대 대선 당시 출구조사와 여론조사 모두 박근혜 후보가 큰 차이로 승리한 실제 선거 결과를 정확히 예측하는 데 실패했다. 정치커뮤니케이션센터의 예측시장은 실시간으로 선거 동향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지만, 출구조사와 여론조사처럼 결과는 빗나갔다. 안철수 후보가 후보직을 사퇴한 시점에 문재인 후보의 가격이 급증한 사실은 당시 안 후보의 사퇴가 문 후보의 지지율 상승에 기여한 것을 잘 반영한 것이다. 이후 문 후보와 박근혜 후보는 초박빙 승부로 엎치락뒤치락을 반복했는데, 예측시장도 두 후보가 치열하게 경쟁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승자독식방식의 특성으로 인해 문 후보가 앞선다고 판단한 시장 참가자들의 쏠림 현상이 나타나 문 후보가 큰 차이로 당선될 것이라고 예측됐다.

 

◇연구가 받는 법적 제약=어떤 예측시장이든 시장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해야 올바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당파성이나 취향 등을 압도할 정도로 경제적 동기를 부여하는 시장에서만 자신의 예측 정보를 시장에 잘 반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커뮤니케이션센터는 법적 제약으로 가상 화폐를 사용했기 때문에 이와 같은 동기가 시장 참여자에게 제대로 부여되지 못했다. 더구나 참가자들은 처음에 동일한 금액의 화폐를 받아 더 많은 정보를 가진 사람이 큰 영향력을 표출할 수 있는 예측시장의 장점을 발휘할 수 없었다. 결국 당파성에 영향받지 않고 경제적 이익에만 충실한 서울시장 선거의 A시장만이 정확한 예측값을 내놓았다. 안도경 교수는 “아이오와 전자시장처럼 연구 목적으로 허가를 받아 예측시장을 운영한다면 훨씬 정확히 예측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이라는 특수한 상황도 시장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 예측시장은 정보 유통이 활발해야만 국내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가격에 정확히 반영될 수 있다. 그러나 여론조사 공표 금지로 인해 일주일 간 발생한 사건들이 시장에 반영되지 못하는 것이다. 조남운 연구원은 “여론조사 금지 기간에는 정보 유통이 활발하지 못해 새 정보가 유입되지 못한다”며 “기존 정보만이 피드백을 통해 계속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안도경 교수와 조남운 연구원은 앞으로 예측시장 결과를 더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사행성이나 여론 조작의 위험 때문에 선거법이 제약을 가하는 것이지만, 학술적인 목적으로 운영하는 예측시장조차 예외로 두지 않아 연구에 방해가 되는 부분이 아쉽다. 이러한 많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서울대 정치커뮤니케이션센터에서는 예측시장에 대한 연구가 여전히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그래픽·삽화: 이철행 기자 will502@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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