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와 음악
알파고와 음악
  • 대학신문
  • 승인 2016.03.27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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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돈응 교수

작곡과

CPU 1,202개, GPU 176개의 네트워크 컴퓨터 알파고와 그것을 가능케 한 많은 과학자들, 그리고 미래를 내다보는 구글로 이뤄진 막강한 집단과 순순한 인간들의 정신적인 지지를 업고 외롭고 처절하게 싸우는 이세돌의 결투였다. 마치 신처럼 인간을 지배하는 거대하고 못된 과학 시스템과 인간들이 싸우는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이 대결을 보면서 아이들에게 어떤 사람이 되겠는가를 물어본다면 어떤 답이 나올까가 궁금했다. 이세돌? 알파고를 연구하는 과학자? 딥마인드 창업자? 구글의 최고경영자? 구글의 창업자? AI 연구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캐나다 고등연구원의 책임자? 늦었지만 AI 연구를 위해 정책적으로 5년간 1조원을 투자하게 만드는 정치가? 알파고를 이용해 바둑을 가르치는 바둑학원 원장? 중계 아나운서? AI를 무시하고 그냥 이 세상을 즐겁게 살다가는 인간?......

내 눈에는 이 역사적인 게임 내내 무표정으로 있는 아자 황 박사가 눈에 들어왔다. 물론 인간 이세돌을 배려한 그의 당연한 역할이었겠지만 그는 긴 시간 화장실도 가지 않고 아무 표정 없이 알파고의 대리인을 하고 있었다. 자신이 제작에 참여한 알파고가 이겼음에도 불구하고 기쁜 내색 없이 완벽한 연기를 해낸 것이다. 알파고는 혼을 빼버린 인간을 노예로 부리는 지극히 비인간적인 결과물이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새로움을 시도하고 음악연주 로봇도 연구하는 작곡가로서 알파고와의 재미있는 새로운 대결을 생각해 봤다. AI(artificial intelligence) 신경망 알파고는 로봇 같은 인간 아자 황을 앞세우지만 우리 바둑계의 거장들은, 즉 RI(real intelligence) 네트워크는 인간 감성을 지닌 로봇을 앞세우고 벌이는 게임 말이다. RI 네트워크는 바둑 최고수가 알파고의 정책망(policy network)과 가치망(value network)에 해당하는 소수 정예의 바둑 고수들과 AI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을 거느리며, 팀원의 조언과 자신의 최종 판단으로 인간 감성 로봇에게 명령을 내리는 새로운 바둑 게임 방식이다. 시청자들은 인간이 AI를 대리하고 로봇이 RI를 대신하는 중계를 보게 될 것이다. 이 게임으로 막강한 계산력을 이용한 과학 괴물과의 불공평한 게임에 대한 복수극을 하자는 것은 아니다. 바둑은 원래 인간 혼자서 하는 게임이다. 누가 옆에서 훈수를 두면 반칙패를 당하게 된다. 그것을 알지만 AI 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새로운 바둑 게임 형태를 만들고 새로운 알고리즘에 대한 연구를 하면 어떨까. 새로운 바둑게임 형태로 이제까지의 홀로 싸움에서 벗어나 다수의 마음과 지혜를 모아 서로 소통하며 위대한 인류 정신으로 인간애를 발산시키는 새로운 게임 문화를 만들고, 과학자들은 그것으로부터 새로운 방향의 알고리즘을 연구하고 발전시켜보자는 이야기다.

이제부터 짧지만 음악 이야기다.

현대 서양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악기 중의 하나는 피아노다. 전자악기에서도 기본은 피아노 건반이다. 전자악기로 관악기나 현악기를 연주할 때도 피아노 건반은 필수였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컴퓨터와 IT기기, 스마트 디바이스가 발달한 지금은 음악을 창작하는 방식도 달라졌고 그에 따라 음악을 즐기는 방식에도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하드웨어 전자악기는 이미 많이 없어지고 컴퓨터 소프트웨어의 가상악기로 대체됐으며, 가상악기도 한음씩 연주할 수 있는 피아노 건반이 사라지고 룹(LOOP)이라고 불리는 패턴이나 프레이즈를 연주할 수 있는 버튼식 컨트롤러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소위 모티프라는 두 마디 단위의 멜로디나 리듬을 온톨로지와 인공지능을 이용해 제공하고 이용자들은 그것을 단순하게 선택하고 재구성해서 음악을 만든다.

과거 골치 아픈 화성법과 피아노 건반 연주를 배울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AI로 포장되는 통계와 분석을 통해 인간의 혼을 빼고 인간을 강시처럼 행동하게 만드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 시대에 인간의 정체성을 잃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무엇을 교육하고 어떤 몸부림을 쳐야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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