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우리는 소셜 네트워크의 시대에 살고 있다”라는 말을 다시 꺼내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SNS가 우리의 삶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거의 모든 이가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고, 직접 만나지 않아도 내 친구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사회가 돼가고 있다. SNS는 장소와 시간을 넘어 우리 곁으로 타인의 정보를 전달하고, 내 정보를 타인에게 전달함으로써 관계의 무한정한 확장을 보장하는 것처럼 보인다. 또 통신관련 기술의 발달로 인해 모바일 메신져는 항상 내 주머니 속에서 나를 불러대고, 언제 어디서건 이메일을 통해 업무를 확인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참 편리한 세상이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연결 될 수 있으니.

세상만사가 다 그렇겠지만, 좋은 점은 항상 혼자 오지 않고 부작용이라는 달갑지 않은 친구를 대동하고 나타난다. 24시간 연결돼 있다는 것은 결국 언제든지 누군가가 나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며, 때에 따라 이러한 연결은 족쇄로 둔갑한다. 회사에서 모바일 메신저를 비롯한 각종 서비스를 통해 퇴근 이후에도 업무 지시가 내려오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근무 시간 외에 상사로무터 온 이메일이나 메시지를 무시할 권리를 노동법에 명시하기로 했다고 하니, 국경을 넘어 굉장히 일상화된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이 뿐만 아니라 달갑지 않은 사람으로부터 지속적으로 메시지를 전달받거나 하는 등의 일도 있고, 정말 가까운 사이일지라도, 너무 밤늦게 오는 연락이나 한창 바쁠 때 오는 연락은 전혀 기쁘지 않게 느껴질 때가 있다. 가끔은 휴대폰 전원을 끄고 누구의 연락도 받지 않은 채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에 대해 공감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 삽화: 이은희 기자 amon0726@snu.kr

하지만 진짜 중요한 점은 바로 항상 연결돼 있기 때문에 우리는 언제나 혼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혼자가 되는 것이 뭐가 좋은가 싶을 수도 있지만, 사실 혼자 있는 시간은 내 생각을 다질 수 있는 중요한 사색의 시간이다. 내가 경험한 것, 내가 생각한 것, 내가 읽은 것, 내가 들은 것들은 결코 그 순간 내 것이 될 수 없다. 음식을 소화하듯 사색을 통해 꼭꼭 씹어 먹어야 진정한 내 것이 된다. 아무런 외부의 자극 없는 상태에서 스스로를 되새기고 되새기는 생각의 반복 작업을 통해서만 오롯이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혼자 있는 시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내 영혼을 살찌울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다. 그래서 일본 메이지대 교수인 사이토 다카시는 자신의 저서인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을 통해 적극적으로 혼자 있는 시간을 만들어야만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주장을 한 것이다.

사람은 분명 타인과의 연결을 추구하고 그 속에서 살아간다. 그래서 인간(人間)이다. 사람은 인(人)으로 전부인 것이 아니라 그 사람과 사람 사이(間)에 존재하는 관계도 사람을 구성하는 요소이다. 그래서 사람 사이의 관계가 필수적이고 중요한 것은 맞다. 게다가 이제는 온갖 기술적 장치들로 인해 이러한 관계의 생성과 유지가 매우 편리해진 시대가 됐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관계만으로, 타인과 항상 연결돼 있는 채로 있을 수는 없다. 사람과 사람 사이(間)만 강조돼서는 내가 사라져갈 수 있다. 우리 스스로가 무엇이 되기 위해서는 거미줄처럼 연결된 관계 속에서 우리 스스로를 잠시 단절하고 자신을 키우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이후에 다가오는 고독의 끝에서 발견할 수 있는 수많은 것들 중에 가장 값진 것은 바로 스스로 오롯할 수 있는 나 자신이 될 것이다.

 

이상혁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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