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사회는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의 커다란 충격에 휩싸여 있다. 검찰수사가 본격화하면서 피상적으로 알려져 있던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의 진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특히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제품의 제조기업 옥시레킷벤키저(옥시)가 보고서를 조작하는 등의 부도덕한 행동을 취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기업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의 이런 부도덕한 행태에 가려져 가습기 살균제 사건 관련 정부의 관리감독 부실에 대한 비판은 적은 편이다.

2011년 가습기 살균제가 원인으로 추정되는 사망자가 나오기 전, 가습기 살균제는 일반 공산품으로 분리돼 안정성 입증의 대상이 아니었다. 가습기 살균제의 흡입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피부나 경구 흡수를 고려하는 세정제와 같은 일반 공산품으로 분리한 것은 정부의 부실한 관리감독 체계를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 문제가 된 독성물질 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PHMG)의 유해 가능성에 대해 정부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환경부는 과거 실시한 PHMG 유해성 심사에서 고분자화학물질 여부만 파악해 유해성이 없다고 결론지었다.

정부의 부실한 관리감독체계 속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미리 예견돼 있는 일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2013년 윤성규 당시 환경부 장관은 “화학물질 부작용을 모두 파악하기엔 인간의 예지능력, 축적된 과학적 지식의 한계가 있다”며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주장을 해 논란이 됐다. 이런 정부의 안일한 대처는 아직까지 제대로 된 피해자 집계조차 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정부가 2013년부터 두 차례에 걸쳐 공식적으로 인정한 피해자 집계는 530명이지만, 얼마나 많은 피해자가 새롭게 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다. 또 정부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중 1~2등급으로 판정받은 221명만 의료비와 장례비를 지원받고 있고, 3~4등급을 받은 피해자들은 피해보상·의료지원 혜택에서 제외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불어 옥시가 2014년 기탁한 50억원은 용도가 정해지지 않아 피해자들과 유가족들을 위해 쓰이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

검찰은 올 1월 말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2011년에 인지된 사건을 5년이나 지난 지금 본격 수사하는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철저하게 진실을 규명하고 관련자를 처벌하기 위해 검찰이 나섰다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환경부 등 정부관계부처는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없도록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을 다하고, 피해자 현황 파악과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