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많은 연구자들은 사회적 배경과 무관하게 오로지 의견의 질적 가치에 의해 토론이 진행될 수 있다는 점과 누구나 쉽게 공적 영역(Public Sphere)에 접촉하고 자신의 의견을 검열의 우려 없이 제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믿었다. 실제로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정보가 확산되기 시작했고, 이에 대한 자유로운 토론 역시 가능해졌다. 전통적 미디어 체제에서는 발언권을 얻기 어려웠던 개개인은 특정 사회 이슈에 대해 언제든지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게 됐고, 언론사의 게이트키핑(Gatekeeping)이라는 채에 걸러져 이전에는 공개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은 뉴스들도 인터넷을 통해 얼마든지 이슈화 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미 모두가 알고 있듯이, 인터넷의 등장은 긍정적인 효과만을 가져오지 않았다. 그 중에서 가장 모순적이면서 치명적인 부정적 효과는 바로 분극화(Polarization)라고 볼 수 있다. 인터넷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던 사람들은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자유롭게 소통하고, 특히 서로 다른 의견들이 아무런 제약 없이 논쟁하는 사상의 자유 시장(Marketplace of idea)의 실체화를 기대했었다. 하지만 현실은 완전히 그 반대의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인터넷 공간에서 서로 다른 의견은 충돌하고, 깨지고, 서로 비난하고,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자기와 비슷한 의견을 가진 타인들과 모여 집단을 이루고 이 집단 내부에서만 소통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 인터넷을 통해 상호 교류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른 의견을 배제하고 같은 의견들끼리만 모이는 분극화가 발생하게 됐다.

참 슬픈 일이다. 자유로운 소통의 장을 만들어줄 것이라 믿었던 인터넷의 특성은 오히려 그 집단과 다른 의견을 가진 개인을 찍어 누르는 힘으로, 타인에 대한 비웃음으로, 그리고 나와 다른 집단에 대한 혐오로 기능하기 시작했다. 개인이 자신과 비슷한 사람과 집단을 구성하는 것을 비난할 수야 없다. 그리고 도덕적으로는 옳지 못할지라도, 특정 집단이 자신과 다른 집단에 대해 편견을 갖고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성향 중 하나이니 이것도 어쩔 수 없다고 치자. 하지만 그런 성향이 인터넷 공간에서 노골적으로 표출되고, 가끔 현실에서까지 혐오 발언과 행동이 재생산되는 것은 민주사회의 기본 정신에 과연 적합한 것인가. 아니, 주의와 법을 떠나 인간이 같은 인간을 대하는데 있어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태도에 부합하는 것인가. 우리는 그렇게 내가 아닌 다른 존재를 거부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씁쓸한 생각을 거둘 수 없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분극화가 깨져야 한다. 인터넷에서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우리는 우리와 생각이 다른 사람과 만나야 한다. 만나서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논쟁해야 한다.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지는 못 하더라도 상대방이 왜 그렇게 주장하는지에 대해서는 들어야 한다. 지금처럼 서로를 욕하면서 마주치지 않고 피해 다니며,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만 뭉쳐 같은 방향의 논의만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상황에서는 절대 지금의 극단적인 분화와 분열이 해소될 수 없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우리가 서로 다른 존재라는 것은 축복받은 일이다. 모두가 동일하다면 발전도, 구분도, 존재 의의도 찾기 어렵다. 다르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 다툴 수도 있지만, 사랑할 수도 있는 것이다. 다름으로 인해 발생하는 미움을 넘어, 다름을 축복으로 받아드리고 서로를 같은 인간으로서 아끼는 마음을 갖자고 말하는 것은 너무 이상적인 주장일까.

 

이상혁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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