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는 여러분에게
인생의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는 여러분에게
  • 대학신문
  • 승인 2016.08.21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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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조 (법학과 교수)

졸업은 기쁜 일입니다. 다만 왜 대학에 다니는가 하는 질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학문’보다 ‘취업’이라고 답하는 오늘날, 아직 졸업 후의 진로가 결정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대학 문을 나서는 것이 두려운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은 서울대를 졸업하기까지 치열한 경쟁 속에서 많은 시험을 치렀을 것입니다. 취직을 위해서는 또 다른 시험이 기다리고 있고, 취직이 돼도 치열한 경쟁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 인생은 불교의 가르침처럼 일체개고(一切皆苦) - 고통의 연속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고통은 여러분을 더욱 강하게 만들고 여러분의 성장을 도울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점점 더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은 선진국으로 가는데 수반되는 어쩔 수 없는 변화인지도 모릅니다. 다만 치열한 경쟁에서 오는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는 여러분의 몫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경쟁에 몰입하기보다는 더 넓은 세상으로 눈을 돌려보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경쟁상대를 외국에서 찾다 보면, 어느 순간 여러분 자신이 세계적인 리더로 성장해 있을 것입니다. 자, 이제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가슴 속의 GPS를 켜십시오. 경쟁의 방향과 질을 잘 점검하면서 고통을 즐기시기 바랍니다.

서울대를 졸업하는 여러분은 가장 우수한 자질을 갖춘 엘리트입니다. 여러분은 전공지식뿐 아니라 뛰어난 외국어능력, 다양한 경험을 갖춘 인재들입니다. 국제적 경쟁력 면에서 보면 단군 이래 가장 뛰어난 세대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다만 여러분이 지식과 능력을 쌓는 동안 놓친 것은 없는지 되돌아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론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교육에 관한 신문 기고문에서 전문지식만 갖춘 사람은 ‘잘 훈련된 개’에 불과하다고 설파한 바 있습니다. 다소 과격한 표현이기는 하지만, 전문지식을 쌓는 데만 몰두하다 보면 독립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잠식될 수 있다는 아인슈타인의 경고를 경청할 필요가 있습니다. 잘 훈련된 개는 주인의 명령을 충실하게 실천할 수는 있겠지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거나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나갈 수는 없겠지요. 여러분이 대학에서 쌓은 지식과 능력은 사회 각 분야에서 활약하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창의적이고 유연한 자세를 잃지 않기 바랍니다. 주위 동료나 공동체와 바람직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감성과 가치관도 함께 가꾸시기 바랍니다.

졸업은 새로운 인생여정의 시작입니다. 여러분은 학생으로서의 여정을 마치고, 이제 사회인으로서의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게 됩니다. 서울대를 졸업하는 여러분은 지금까지의 여정에서 1등으로만 살아왔을 것입니다. 하지만 ‘1등의 저주’라는 말도 있듯이 앞으로 시작되는 새로운 여정에서 자만에 빠지는 것을 언제나 경계하시기 바랍니다. 휴대전화 시장에서 1등을 차지했던 노키아는 삼성과 애플에 밀려, 이제는 사라질 운명에 처하게 됐습니다. 1등 기업이라는 자만심에 빠져 시장의 변화를 민감하게 알아차리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자동차 시장에서 1등을 차지했던 폴크스바겐은 배기가스 저감장치 조작 스캔들 때문에 창립이래 최대의 위기를 겪게 됐습니다. 1등 기업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양적 성장만을 추구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1등의 저주’는 삼성에게도, 현대자동차에게도, 그리고 서울대 졸업생에게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자만심을 버리고 눈앞의 성취를 뛰어넘는 소명의식과 배려심으로 재삼 스스로 채찍질해나가기 바랍니다.

여러분이 졸업장을 받아들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지만, 졸업장을 받아든 뒤의 삶은 훨씬 빠른 속도로 다가올 것입니다. 사회 초년생인 여러분이 사회 지도층이 되는 날이 의외로 빨리 찾아올 수 있습니다. 그때 여러분은 현재의 기성세대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은 대학 시절에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상대평가제도 때문에 동료들과의 불필요한 경쟁을 강요당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기성세대가 되면, 후배들이 기를 펴고 각자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제도를 설계해주기 바랍니다. 여러분은 대학 시절에 천 원짜리 식사에 만족하면서, 사회의 수요와 단절된 대학의 무능력함에 답답해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사회 지도층이 되면 후배들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진정한 리더, 후배들과 함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혁신적인 리더가 되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후배 세대는 여러분 덕분에 더 나은 출발점에 서 있을 수 있기를…. 이제 새로운 인생여정을 떠나는 여러분 옆에서 마음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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