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교육단과대 설립을 둘러싼 이화여대(이대) 사태는 학내갈등이 더욱 심화되고, 다른 학교 학생들의 참여로 확산되고 있다. 한 대학의 학내 문제가 사회 전반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국내 대학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 상황을 이대 사태가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이대 사태를 단순히 한 대학의 구성원간 소통부재와 학내갈등만으로 볼 것이 아니라 교육부의 대학 재정지원 시스템 전반의 문제와 재정지원을 통해 대학을 통제하려는 잘못된 교육정책에 대한 불만으로 해석해야 한다.

등록금 인상 동결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대학들은 교육과 학문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과 정체성을 고려치 않고 교육당국의 재정지원사업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산업수요에 맞춰 정원을 조정해야하는 ‘프라임사업’은 75개 대학이 지원해 경쟁률이 3.6대 1에 달했으며, 산학협력 선도전문대학을 육성하는 ‘LINC사업’ ‘ACE사업’ 역시 마찬가지로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문제는 이런 사업들이 교육, 연구 기관으로서 대학의 발전, 역량 강화에 도움이 되는지에 논란의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프라임사업은 산업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은 인문사회계열, 예체능계열 전공의 통폐합을 요구했고, 이로 인해 다양한 학문을 육성하고 교육해야 할 대학의 역할을 무시하는 사업이라는 비판을 들었다. 또 이번 이대 사태로 논란이 된 평생교육단과대사업은 뷰티, 웰니스 산업과 같이 ‘학문’으로 대학에서 가르칠 필요가 없는 ‘산업’을 학과로 신설하려해 논란을 빚었다.

더군다나 지나치게 짧은 사업 모집기간은 졸속 처리를 부추기고 있다. 평생교육단과대사업은 교육부 사업공고부터 2~3개월 안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해야 하기에 학내 구성원의 의견수렴은 물론이고, 대학본부 차원에서 사업을 검토하고 지원서를 작성하기조차 시간이 부족했다. 또 설령 의견수렴이 가능했다하더라도 평생교육단과대학이 신입생 선발, 커리큘럼 확정, 교수 선발에 쓸 수 있는 시간은 6개월 남짓으로 부실하게 운영 될 가능성이 농후한 상황이었다.

교육부의 재정지원사업은 일방적으로 대학의 구조조정과 학제 재편을 강요하는 방향을 바꿔야 한다. 대학재정지원 시스템 수정과 교육정책의 변화를 통해 대학이 교육과 연구기관으로서 본연의 가치를 회복하고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대학들도 교육부의 재정지원에 목맨 채 교육부의 요구에 응하기 보다는 교육과 학문에 대한 장기적인 안목과 긴 호흡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스스로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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