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화) '시흥캠퍼스 전면 철회를 위한 학생대책위원회'는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2일 체결된 '서울대 시흥캠퍼스 조성을 위한 실시협약'을 규탄했다. (글: 강승우 기자kangsw0401@snu.kr)

지난 22일(월) 서울대는 경기도 시흥시 및 배곧SPC와 시흥캠퍼스 조성을 위한 실시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실시협약 체결에 대해 학생 사회는 ‘밀실추진’ ‘기습체결’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시흥캠퍼스 조성 계획은 지난 2007년 ‘서울대학교 장기발전계획(2007~2025년)’에서 처음 제시됐다. 서울대는 해당 계획에 따라 2007~2008년 캠퍼스 후보지를 공모했고, 2009년 시흥시가 새로운 캠퍼스 조성지로 결정됐다. 서울대와 시흥시는 2010년 양해각서(MOU)를, 2011년에는 기본협약을 체결했다. 이어 2012년부터 2014년까지는 3차례에 걸쳐 부속합의서를 체결했지만 서울대, 시흥시 및 배곧SPC* 3자간의 실시협약은 체결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지난 5월 서울대 이사회에서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체결 계획안’이 의결됐으며 22일(월) ‘서울대 시흥캠퍼스 조성을 위한 실시협약’이 체결됐다.

이번 실시협약 체결로 서울대와 시흥시, 배곧SPC는 법적 효력을 부여받고 시흥캠퍼스 조성에 의무와 권리를 갖게 됐다. 실시협약은 자연과 공존하는 친환경 캠퍼스 조성과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글로벌복합연구단지 조성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아울러 공교육 발전을 위한 상호협력과 초·중·고 단위학교에 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을 위해 상호 노력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이번 실시협약 체결로 시흥캠퍼스는 올해 하반기에 착공해 2018년 3월부터 순차적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서울대는 캠퍼스 부지 662,009㎡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캠퍼스 시설지원금 3,000억 원을 포함해 개발이익 범위 내에서 1,500억 원까지 지원금을 추가적으로 확보 가능하다.

서울대는 학내 구성원들과 협의를 통해 시흥캠퍼스의 발전 방향을 구체화시켜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서울대는 기획부총장을 위원장으로 하고 첨단 연구 및 교육과정을 만들어갈 ‘시흥캠퍼스 추진위원회(가칭)’를 구성해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학내 다양한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할 협의체 및 시흥시와의 공동협의체를 구성할 예정이다.

실시협약 체결 소식이 알려지자 23일 총학생회와 단과대 학생회 등으로 구성된 ‘서울대 시흥캠퍼스 철회를 위한 학생대책위원회(대책위)’는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기습체결 규탄한다’는 구호를 내걸고 서울대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대책위는 “본부는 소통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난 22일 목격한 것은 또 한 번의 밀실 추진이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민석 부총학생회장(정치외교학부·14)은 기자회견에서 “언론에 알리기 고작 3분 전인 12시 27분, 점심을 먹고 있을 때 본부의 전화를 받았다”며 “이것이 밀실추진이 아니면 무엇이냐”고 분개했다. 이어 인문대 모반 한종범 학생회장(미학과·14)은 “총장을 만나러 갔으나 청원경찰들이 막아섰다”며 “자본의 논리에 입각해 교육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체결된 졸속적 실시협약에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 후 대책위는 기획처에 항의 방문해 실시협약 기습체결에 대한 본부의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다. 오헌석 기획부처장(교육학과)은 “실시협약은 대화협의회, 간담회 등에서 다 밝혔던 내용”이라며 “그 내용을 바탕으로 실질적 행정 행위를 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보미 총학생회장은 “7월에 본부를 통해 총장님과 소통하고 싶다고 공문을 보냈으나 회신이 없었다”며 “본부는 실시협약 체결 전에 대화협의회를 한 번 하겠다던 약속도 어겼다”고 소통 부재의 문제와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어 그는 기습체결에 대해 총책임자인 성낙인 총장의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다. 소통 부재에 대한 대책위의 잇따른 지적에 오헌석 기획부처장은 “앞으로 학생 의견이 반영되고 제도적으로 보장되는 것은 분명히 약속할 수 있다”며 향후 학생들과 소통 채널을 만들 것이라 답했다.

하지만 여전히 시흥캠퍼스 전면철회를 외치고 있는 대책위는 지난 24일 이사회가 열린 호암교수회관 앞에서 연좌 농성을 이어갔다. 농성에서 대책위는 총장과 이사진에게 실시협약의 밀실 추진 및 기습 체결에 대해 사과하고 실시협약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이어 열린 제58대 총운영위원회에서는 기획처에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체결 관련 학생 사회의 입장 및 요구’를 발송하기로 결정했으며, 시흥캠퍼스 사업 전면 철회를 위한 대중행동 계획을 담은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를 위한 행동계획안’을 의결했다. 김보미 총학생회장은 “소통이 여러 차례 있었지만 형식적인 것에 불과했다”며 “직접적인 소통이 있어야 한다”고 본부와 소통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대책위는 이번주 중 본부에 항의 방문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배곧SPC: 시흥캠퍼스 조성에 참여할 민간기업들로 구성된 특수법인

사진: 강승우 기자 kangsw0401@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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