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지난 8월 17일 예술인들이 생계로 인한 경력 단절이나 예술계의 이탈 없이 창작 활동에 몰두할 수 있도록 이들을 지원하는 '서울예술인플랜'을 발표했다. 이 플랜은 총 43개의 지원사업(신규 30개, 기존 13개)으로 구성돼 있고, 2020년까지 추진한다고 한다. 2011년 최고은 사태 이후 예술인복지정책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지만, 창작지원·주거·일자리·교육 등 예술인에 대한 종합지원계획을 내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예술가들 중에서도 특히 경력이 많지 않아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예술가지원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플랜이 실질적으로 예술인 복지 향상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다각적인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이번 계획은 사회적 예술 일자리 양성에 방점을 찍었다. 서울시는 43개 추진 계획 사업 중 40%에 해당하는 16개 활동기획 사업을 통해 ‘공공예술해설사’ ‘거리예술단’ 등 사회적 예술 일자리를 15,000개 마련할 예정이라고 한다. 문화예술과는 ‘예술가들이 예술을 통해 먹고 살게 하자’는 것이 이 사업의 취지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사업은 예술인들을 서울시에 소속된 공공근로자로 포섭해 단발성 일자리 생산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예술가가 예술로 먹고 산다’는 것은 예술가가 그들 스스로의 창작 활동을 통해 생계를 이어갈 때 비로소 그 목적이 달성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 주도 사업에 예술가를 관련 산업 종사자로서 참여시킨다는 것은 생계 문제를 내걸어 관 주도의 새로운 겸업 방식을 만든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예술인플랜에서 최초로 시도된 청년예술가에 대한 ‘최초예술지원사업’도 그 효과가 우려된다. 경력이 전무한 젊은 예술인들의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이 사업은 지원금이 지급된 지 반년 안에 지원대상자가 성과를 발표해 자기증명을 하도록 돼있다. 하지만 예술인들은 “반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예술을 창작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러한 사업은 다분히 행정 편의적이며 성과주의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피하기 어렵다. 실질적인 예술인 복지향상을 위한 장기적이고 신중한 사고가 절실하다.

플랜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지역 차원에서의 인프라 구축이 보다 구체적으로 마련될 필요가 있다. 예술가들이 장기적으로 좋은 환경에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예술가들의 공간이 그들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시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 예술가들에게 창작의 환경을 제공함과 동시에 예술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예술인복지재단에서 2011년 발표한 예술인 복지법은 지원금 정책에 치중해 예술인들의 복지를 실질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이 아닌 ‘보여주기식 정책’이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했다. 지자체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마련한 ‘서울예술인플랜’은 예술인들의 복지 문제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의의가 있다. 그러나 이 플랜이 예술인들을 위한 실질적이고 장기적인 플랜이 되기 위해서는 다각적이고 신중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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