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월) 서울대는 시흥캠퍼스 조성을 위한 실시협약을 체결했다. 본부는 실시협약에 따른 조치로 기획부총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시흥캠퍼스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학내 다양한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할 협의체를 구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시협약 소식을 접하자 ‘시흥캠퍼스 전면 철회를 위한 학생대책위원회’(대책위)는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밀실추진’ ‘졸속체결’이라며 실시협약을 반대하고 나섰다. 본부는 실시협약이 체결되기 불과 몇 분 전 총학생회에 일방적인 통보을 했으며, 실시협약은 협약식도 없이 일부 관계자만 입회한 채 체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30일 대책위를 중심으로 학생들은 ‘성낙인 총장의 사과와 해명’ ‘실시협약 규탄’ 등을 구호로 내걸고 행정관을 점거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태는 학생들과 본부 간에 불신이 크게 존재하며 그간 의견 수렴 과정이 원활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본부는 그간 학생들과 꾸준한 교류를 통해 학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했다고 밝혔지만 학생사회는 이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본부는 지난 2014년 매달 1회 대화협의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해 나가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지난 3년간 대화협의회는 총 7번 열렸을 뿐이다. 그나마 열린 대화협의회에서도 학생들의 의견 수렴이 이뤄지기보다는 사업의 진행 경과를 보고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특히 본부는 실시협약 체결 전 학생들과 대화협의회를 통해 의견을 나눌 것이라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2014년 시흥캠퍼스 기숙사 프로그램 위원회가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또한 상호불신과 의견대립으로 아직까지 결과가 발표되지 않았다.

현재 시흥캠퍼스에 들어설 시설과 운영될 프로그램 계획은 백지 상태다. 단지 국제화에 부응하는 전초기지로서 서울대 발전을 위한 새로운 연구 및 교육 기반시설이 들어가야 한다는 총론적인 방향만 정해져 있을 뿐이다. 새로운 캠퍼스 설립은 학생과 교직원, 그리고 서울대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사업이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이 배제되고 본부와 학생 사이에 불신이 계속 된다면 시흥캠퍼스는 반쪽짜리 캠퍼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다시 서로 간 신뢰를 회복하려면 형식적이고 일방적인 소통이 아니라 실질적인 의견 수렴 과정이 수반돼야 한다. 앞으로 구성될 시흥캠퍼스 추진위원회에서도 대화협의회와 다르게 다양한 학내 구성원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

학생 및 교직원 등 구성원들 간에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형식적인 논의만 계속된다면 앞으로 끊임없는 불신과 대립 속에 소모적인 논쟁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진행될 의견 수렴이 형식적이고 일방적인 것이 아닌 실질적인 의사소통으로써 전체 구성원들의 지혜를 모으는 자리가 될 수 있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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