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꽃>의 <그림자로부터>와 <어머니의 장례식>

▲ © 사진제공: 극단 '꽃'
 

지난 9월 11일부터 30일까지 국립극장에 올랐던 극단 ‘꽃’의 <그림자로부터>와 <어머니의 장례식>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조작자가 손전등으로 인형들을 비춰 그 그림자로 관객과의 소통을 시도하는 그림자극 <그림자로부터>와 대형 스크린에 카메라 기술을 이용해 공연자의 몸을 그대로 찍어 상영하며 이색적인 광경을 펼쳐준 <어머니의 장례식>은 공연 내내 관객들의 시선을 붙잡았다. 이번 공연은 이스라엘 연극학교에서 유학한 이철성씨(불어불문학과?8)와 김진영씨(불어불문학과 박사과정?8) 부부가 귀국해 선보인 무대였다.

 

이들이 창단한 극단 ‘꽃’은 이야기 구성 뿐만 아니라 시각적 구미를 함께 추구하는 이른바, ‘극장겸 전시회’적인 작품을 보여준다. 형형색색의 빛을 조각상에 비추어 스크린에 그로테스크한 영상을 만들어 내는 그림자극과 주인공의 신체부위를 빔 프로젝터로 확대해 대형 스크린에 주인공과 동시에 결합시킨 영상극은 가면과 인형, 늘어나는 의상을 이용한 시각적인 실험 요소로 가득하다.

 

머리를 쓰는 직업보다는 육체를 쓰는 직업에 관심이 많았던 이철성씨는 26살 즈음 일본인 연출가 ‘스즈끼 다다시’의 비디오를 보고 연극에 빠져 ‘예술 아카데미’에 들어갔지만 대사로 주제를 전달하는 연극에 식상함을 느꼈다. “나만의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연극을 하고 싶었다”는 이철성씨는 실험적 연극을 가르치는 특수연극학교를 수소문했고, 결국 이스라엘에 있는 연극학교(The School of Visual Theater)에 부인 김진영씨와 함께 입학했다. “요즘 같은 영상시대에 대사에만 의존하는 연극이 아닌 ‘비언어(nonverbal)’연극을 하고 싶었다”며 “오브제, 영상, 그림자 등을 이용해 실험적 성격을 가진 연극을 시도하게 됐다”고 그는 말했다.

 

이철성씨는 김진영씨와 함께 지난 2000년 이스라엘 연극학교 재학 도중 극단 ‘꽃’을 창단했다. 화사한 꽃처럼 시각적인 요소로 관객을 감동시킨다는 의미와 꽃처럼 화려하게 피었다가 져버리는 연극 공연의 성격을 담아 극단 이름을 ‘꽃’으로 지었다고 한다. 창작, 연출, 출연, 디자인, 제작, 작곡 등 모든 영역을 부부가 도맡아 6개의 작품을 만들어 현지에서 무대에 올렸다. 이번에 국립극장에서 공연된 두 작품을 비롯해 ‘태초에 하나가 있었다’, ‘봉산탈춤겷⇒?등의 작품은 이스라엘 언론으로부터 “한국 전통 무용동작을 응용한 몸동작과 독특한 목소리 표현 기법을 결합시킨 이인극의 공연”이라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

 

극단 ‘꽃’은 11월 2일부터 12월 5일까지 대학로 ‘아룽구지’극장에서 <그림자로부터>, <어머니의 장례식>, <나의 배꼽이야기>, <꿈 70-18> 등을 다시 공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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