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동인 기자

“개가 사람을 물면 신문에 안 실리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기사 거리가 되지요. 연극과 무관한 사람들이 모여 공연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도덕의 회복이 건강한 사회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우리의 확신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지요.”

 

1일(금), 수원 문화의전당 야외공연장에서 열린 사회풍자 마당극 ‘변학도의 생일날’ 연습 현장. 향락주의자 ‘색’사또 역의 이명현 교수(철학과)가 무대에 등장해 성춘향 역을 맡은 오현옥 교수(대진대)의 뺨을 쓰다듬으며 “수청!”을 외친다. 평소 점잖던 모습은 오간데 없고 영락없는 난봉꾼이다. “띵호와, 자고로 인물은 주색잡기에 능해야 돼”라며 능청스럽게 연기하는 그에게서 전 교육부장관이란 명함은 찾아볼 수 없다.

 

이 교수는 “기생과 춤을 추고 상스런 말을 사용하는 등 일상과 전도된 역을 맡고 있어 쉽지 않다”고 말했다. “40여 년 동안 강단에 선 경험이 있고 2002년 공연 이후 두 번째로 무대에 서는 것이라 대중 앞에 나서는 것이 떨리지 않는다”는 그는 물오른 연기력을 ‘색’사또의 능글맞은 모습을 통해 다양하게 시연했다.  

 

이 교수는 “철학이라는 학문은 세상을 밝고 맑게 가꾸는 도구라 생각한다”며 “내가 가르치던 이론을 사회 속에서 실천하기 위해 ‘성숙한사회가꾸기모임’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또 그는 ‘볼렌티어 21’의 이사장을 맡아 자원 봉사에 관한 이론연구와  자원 봉사자 양성 등에도 힘쓰고 있다. “남에 대한 관심은 사회가 굴러가기 위한 근원적인 힘”이라는 신념을 바탕으로 이 교수는 교육부 장관 재직 중에는 중고등학교 봉사 활동을 의무화했다.

 

도덕적 원칙이 지켜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기꺼이 광대의 길을 택한 철학자. 그의 몸짓이 자극이 돼 부패와 불신의 구름이 걷힌 대한민국을 상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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