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에서 연수하고 있는 학생연수생(학연생)들의 열악한 처우가 드러났다. 학연생은 대학에서 석·박사 과정을 공부하면서 학연협동과정을 맺은 출연연에서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대학원생이다. 학연생 대부분은 2003년 설립된 국가연구소대학인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나 일반대학원 소속의 학연협동과정 연수학생이다. 지난 5월말 기준 전국 25개 출연연의 학연생은 모두 3,858명으로 출연연 전체 연구인력 1만 9,667명의 19.6%에 달한다. 정부는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현장 중심의 인재를 양성한다는 취지로 학연생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이들은 근로계약서 작성도 없이 출연연의 연구용역 등에 사실상 전일제로 동원되면서 저임금, 산업재해 위험, 과정 이수상의 과중한 부담 등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학연생들은 출연연 정규직·비정규직 연구원들과 함께 전체 연구 과정의 대부분에 참여하면서도 학생신분이라는 이유로 급여, 4대 보험, 휴가 등에서 불합리한 처우를 받고 있다. 출연연이 갹출하는 운영비와 세금 등을 빼면 실제로 학연생의 평균 월 수령액(연수장려금)은 월 120만원에 불과해 2016년 최저월급(시급 6,030원 기준) 126만 원 선보다도 낮다. 또한 근로시간, 휴가 등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일부 출연연은 학연생에게 평균 주 60시간 이상 업무를 시킨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게다가 최근 5년 동안 25개 출연연에서 발생한 인명 피해 사고 32건 중 학연생이 피해를 입은 경우가 11건에 달했지만, 이들은 4대 보험 혜택에서도 제외돼 연구수행 중 부상을 입어도 산업재해 보상을 받을 길이 없다. 지난 3월엔 실험실 폭발사고로 한국화학연구원에서 한 학연생이 손가락 2개를 잃은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학연생들은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졸업에 필요한 논문을 완성하고 향후 취업을 고려할 때 연구책임자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학연생들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전무한 상황이 이들을 열악한 근무 환경으로 내몰고 있다. 학연생 수는 2011년에 비해 지난 5월말 기준 5년 만에 43.3%나 증가할 정도로 급속히 늘었고 출연연 내 비율도 마찬가지로 높아져 왔다. 하지만 정부는 그동안 학연생을 제외한 출연연의 정규직·비정규직 연구원의 근로 현황에 관한 자료만 발표하며 이들에게는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정부는 현장 중심의 과학인재 양성이라는 좋은 취지로 학연생 제도를 도입했지만 이들의 권리 보호 문제는 사실상 방치했다. 그 결과 학연생들은 과중한 근무를 하면서도 저임금을 받고 사고가 나도 제대로 보상받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런 무책임한 태도가 우수 과학기술 인력의 해외 유출에 한몫해왔던 것은 아닌가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하루빨리 학연생들의 합리적인 처우 보장을 위한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