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부터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부정청탁방지법)이 시행됐다. 공적 부문의 부정청탁과 금품수수 등을 금지하는 내용의 이 법은 공직자와 언론계, 교육기관 종사자 등 적용자가 400만명이나 돼 국민 대부분의 일상을 크게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부정청탁방지법은 한국사회의 일상적인 접대와 청탁, 그로 인한 우리 사회의 불공정을 없애기 위해 제정됐다. 뇌물과 특혜가 만연하고 실력과 근면이 아닌 인맥과 접대가 누군가의 성공을 결정하는 사회에서는 비효율과 불합리한 관행으로 구성원 모두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공익추구와 정직이 사회에서 중요한 가치로 서고 사익을 위한 부패의 고리를 끊기 위해 금품수수와 향응접대가 없어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부정청탁방지법의 시행은 사회 모든 분야에서 공정하고 투명한 업무 처리가 이뤄지도록 제도와 관행, 의식이 변화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부정청탁방지법은 대학사회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성적과 강의배정, 논문심사 등을 둘러싼 부정한 청탁과 금품수수 등 아직까지 근절되지 못한 관행들이 사라질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물론 집행 초기에는 여러 시행착오가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면 ‘부정한 청탁’ ‘직무관련성’ ‘사회상규’ 등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개념들이 사용돼 허용 및 금지되는 행위를 구별하기 쉽지 않다. 또한 강연 등의 방법에 의한 일반 공무원들의 간접적 금품수수를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외부 강의 등의 사례금 수수 제한 규정을 교육과 연구를 본연의 업무로 하는 교수들에게 적용하는 것은 입법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교수들의 외부 강의 등에 대한 사례금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지식의 가치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반영돼 있지 않은 점에서 개선이 필요하다. 그밖에 구체적인 경우에 발생하는 불합리한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으면 자칫 법 자체의 정당성을 해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그러나 부패방지와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의 실현이라는 부정청탁방지법의 기본취지를 누구도 부정할 수는 없다. 많은 사례의 축적을 통해 적용기준들이 명확해지기를 기다리기보다 국민권익위원회 등 관련기관들이 각계의 의견들을 받아들여 법률의 진정한 취지에 맞는 해석과 적용 지침을 구체적으로 마련해 제시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또한 시행과정에서 문제로 제기된 부분들을 신속하게 법률과 시행령의 개정을 통하여 보완할 필요가 있다. 그 과정에서 생기는 선의의 피해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들을 더하면 시행상의 부작용은 최소화될 수 있다.

국민 의식을 바꿔 사회 변화로 이어지도록 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법으로 국민의 행동을 바꾸고 그것이 누적돼 인식과 관행이 변화하도록 해야할 경우도 있다. 많은 문제제기와 혼란 속에서도 부정청탁방지법의 시행이 실질적인 결실을 얻으려면 각계의 협조와 노력이 필요하다. 부정청탁방지법이 국민의식을 변화시키고 불합리한 사회 관행을 바꾸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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