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학기 서울대학교에 재학 중인 장애학생들은 시각장애 13명, 청각장애 18명, 지체장애 44명, 지적장애 2명, 자폐장애 5명, 기타 2명으로 총 84명이다. 곁에서 매일매일 수업을 듣고 학과 생활을 하고 있지만 조금은 다른 어려움을 갖고 있는 그들, 지금껏 몰랐던 장애학생들의 하루를 『대학신문』이 함께했다.

버스타고 학교 가는 길, 좀 더 편할 순 없나요

장애학생이 학교까지 올 수 있는 방법에는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 제공하는 장애인 전용 이동지원차량, 저상버스, 각 지방자치단체 시설관리공단에서 관리하는 장애인 콜택시가 있다. 그러나 장애인 콜택시는 수가 적어 상황에 따라 빠르게 타기 어렵고 5516번 저상버스는 전체 노선에서 단 한 대 뿐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장애학생들은 개개인의 필요에 따라 이동지원차량을 이용해 통학한다.

이동지원차량은 학생들의 신청에 따라 기숙사를 포함한 학내뿐 아니라 서울대입구역이나 낙성대역과 같은 학교 인근까지도 운행된다. 학기 시작 전 차량이용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하면 시간대와 학생별 탑승 위치에 따라 운행 시간표가 구성되며, 그 외 비상 상황에 학생들의 요청이 있을 경우에도 탑승이 가능하다. 이동지원차량에는 휠체어 리프트가 설치돼 있으며 공익근무요원이 장애학생들의 탑승을 돕는다.

하지만 장애학생들에게 이동지원차량은 마냥 편한 교통수단이 아니다. 학생들은 차량 내 협소한 공간과 한 대밖에 되지 않는 이동차량의 수를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장애인권동아리 ‘턴투에이블’ 하태우 회장(심리학과·10)은 “차량이 좁아 전동휠체어가 3대 이상 들어가기 힘들다”며 “그 안에서 휠체어 위치를 바꿀 공간도 없어 학생들이 탑승할 때 언제 내리는지에 따라 위치를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용자 수가 많은 시간대인 9시에 학생들의 수요를 모두 맞추기에는 차량이 부족하다”고 전했다. 이동지원차량 담당기사는 “이번 학기는 특히 운행 일정이 바빠 따로 시간을 빼기 힘들 정도”라고 밝혔다.

이동지원차량의 상태 또한 노후돼 안전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하태우 회장은 “안정성의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낡았다”며 “예전에 장애학생이 탑승 중 떨어졌던 일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장애학생지원센터는 “차량 교체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고 이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수업을 듣기 위해 넘어야 할 산

학교에 도착한 장애학생들은 강의실이라는 또 다른 난관에 봉착한다. 인문대 8동과 14동, 자연대 28동, IBK커뮤니케이션센터(64동), 이공계멀티미디어강의동(43-1동) 등의 대형강의실은 계단식으로 돼 있어 휠체어를 탄 장애학생들은 강의실 맨 앞이나 뒤에서 수업을 들어야 한다. 하지만 일부 강의실에서는 장애학생 전용 책상을 찾아볼 수 없으며 심지어 책상과 의자가 붙어있는 일체형 책상만이 비치돼 휠체어를 탄 장애학생들이 책상을 이용하지 못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인문대와 사범대 건물들 중 장애인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은 곳에 있는 강의실은 접근하기조차 어렵다. 하태우 회장은 “자신이 속한 단과대가 아닌 이상 첫 수업 날이 돼서야 엘리베이터가 없다는 사실을 아는 경우가 많다”며 “강의실을 옮겨 달라고 부탁할 수는 있지만 여전히 장애학생들이 모든 강의실에 접근할 수 없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인문대 14동의 한 강의실 모습. 계단식 출입구와 일체형 책상이 눈에 띈다.

강의실 문제 외에도 장애학생이 수업에서 겪는 어려움은 많다. 장애학생들은 학교생활 중 △교재제작 △이동 △대필 △생활 △멘토링 및 상담 분야에서 학습도우미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 장애학생들은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 지원이 필요한 과목과 지원 유형에 따라 학습도우미를 배정받는다.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는 상담을 통해 개별 장애학생의 특성과 요구도를 파악해 학습도우미를 모집한다.

하지만 학습도우미 제도에 대해 장애학생들은 전반적으로는 도움이 되지만 다소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청각장애인 A씨는 “과거에 비해 학습도우미가 늘어난 점은 좋지만 여전히 외국어 수업이나 강의 중 수식이 나오는 수업은 대필 지원을 받기가 힘들다”며 “세세하게 수업을 받아 적지 않거나 속기를 하다가 포기하고 딴 짓을 하시는 분들도 있다”고 밝혔다. 학생 당사자가 판단해야 할 수업 내용의 중요성을 학습도우미가 임의로 판단하고 속기를 하지 않는 일도 종종 있었다. 이에 장애학생지원센터는 “학습도우미를 대상으로 장애 이해 및 활동 관련 OT를 시행하고 있으며 중간에 학습도우미가 교체되는 경우에도 개별적으로 안내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학습도우미가 상주 직원이 아닌 근로장학생이기에 발생하는 어려움도 있다. 턴투에이블 이석현 씨(언어학과·13)는 “학습도우미는 정해진 날에 정해진 시간 동안만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을 구하는 식”이라며 “원할 때마다 도움을 받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태우 회장은 “개인의 사정에 따라 학기 중에도 얼마든지 학습도우미를 그만둘 수 있으며 새롭게 모집을 한다 해도 학습도우미로 지원하는 학생이 없으면 배정을 받기 힘들다”고 전했다.

청각장애인 A씨를 대신해 학습도우미가 속기를 하고 있다.

한편 교수에게 학생들의 장애 특성으로 인한 학습 상의 문제를 사전에 안내하는 ‘교수·학습조정서’는 그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교수·학습조정서는 교수들의 장애에 대한 이해와 장애학생들이 수업을 들을 때 발생하는 어려움을 돕기 위해 작성되며 학생의 신청에 따라 학기 시작 전이나 학기 중 교수들에게 메일로 발송된다. 그러나 시각장애인 B씨는 “교수·학습조정서를 잘 활용하지는 않는다”며 “직접 교수님께 말씀드리는 것이 개인적인 사정을 설명하고 요구사항을 전달하기에 더 편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이석현 씨 역시 “시험을 칠 때 교수님이 안내서를 전달받았음에도 왜 노트북으로 시험을 봤는지를 물어보기도 했다”고 전했다. 장애학생들은 공통적으로 교수·학습조정서가 교수와 장애학생 간의 기본적인 창구로서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느꼈다. 하태우 회장은 “교수님들을 대상으로 교수·학습조정서가 무엇인지에 대해 안내나 교육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석현 씨는 “교수님들의 출석부에 따로 장애학생 표시가 돼 있으면 교수·학습조정서를 이용하지 않고도 수강생 중 장애학생을 쉽게 구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험난하기만 한 수업과 수업 사이

수업이 끝난 후 학생들은 다음 수업을 위해 다른 강의실로 이동한다. 하지만 서울대 내 열악한 도로상황으로 인해 장애학생들의 이동은 쉽지 않다. 제대로 포장되지 않은 보행자 도로나 우천 시 미끄러운 과속방지턱은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학생들에게 몹시 위험하다. 하태우 회장은 “중증 장애학생의 경우 자기 힘으로 몸을 가눌 힘이 없기 때문에 이런 길에서 상체가 한쪽으로 쏠려버리면 큰 사고가 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또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는 시각장애 학생들이 길을 건널 때 안전하지 않다. 시각장애인 B씨는 “길을 건널 때 다른 사람이 와서 건널 때까지 기다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 학내 횡단보도 중 신호등이 설치된 장소는 기숙사 삼거리뿐이다. 이에 대해 캠퍼스 관리과는 “신호등을 설치할 경우 차가 많이 밀려 교통 혼잡 문제가 지금보다 더 심화될 가능성이 있어서 설치를 검토해 보지 않았다”고 밝혔다.

쉬는 시간에 으레 이용하기 마련인 화장실. 하지만 장애학생들이 화장실을 사용하기에는 여전히 어려움이 많다. 턴투에이블이 지난 1월부터 진행한 ‘서울대학교 학내 배리어프리 조사사업’ 결과에 의하면 학내 주요 건물 중 장애인 화장실이 제대로 마련돼 있는 곳은 많지 않다. 신양인문학술정보관(4동) 1층 장애인 화장실은 남녀 공용이며 크기가 최소 규격의 절반도 되지 않아 휠체어를 타고 안으로 들어갈 수 없을뿐더러 그마저도 청소 공구함으로 사용되고 있다. 또 인문대 8동 지하 화장실은 문이 너무 무거워 휠체어를 탄 학생들이 열고 들어가기 힘든 구조다. 이외에도 사회대 16동, 학생회관(63동), 중앙도서관(62동)에 위치한 장애인 전용 화장실이 모두 이용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태우 회장은 “정말 기본적인 생활에 필요한 시설들조차 접근성이 보장돼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장애인 화장실은 휠체어가 들어가기에 비좁다.

더 이상 ‘어쩔 수 없지’ 않도록

학교생활의 연장선인 과와 동아리 활동에서도 일상적인 장벽은 여전히 존재한다. 청각장애인 A씨는 “여럿이 동시에 말하는 상황에서는 대화를 알아듣기 매우 힘들다”며 “처음에는 학과나 동아리 모임에 열심히 나갔지만 회의를 느끼고 가지 않게 돼 인간관계가 좁은 편”이라고 말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학생들은 모임이 있는 날 학교 근처 음식점에 출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경우가 많았다. 하태우 회장은 “뒷풀이 장소가 휠체어로 들어갈 수 있는 장소인지에 따라 참석을 결정했었다”며 “출입 가능한 곳 중에서 정해 달라고 부탁할 수는 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되는 것 같아 눈치 보였다”고 털어놨다. 이석현 씨는 “전동휠체어의 경우 너무 무거워 음식점으로 들고 들어가는 것도 어렵다”며 “휠체어를 타지 않고 업혀서 들어가도 보통 취한 상태에서 사람을 업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밝혔다.

장애학생들은 학내 구성원들이 장애인 및 소수자에 대한 이해를 넓힐 기회가 좀 더 많아지기를 바랐다. 시각장애인 B씨는 “장애인으로서 제일 힘든 점은 지나가면서 인사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라며 “대화하고 있는 사람을 착각하거나 누군지 몰라 당황스러운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시각장애인과 대화할 때는 먼저 자신이 누구인지를 소개해 시각장애인이 상대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B씨는 “장애인을 대할 때의 에티켓을 더 많은 학내 비장애학생들에게 알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청각장애인 A씨 역시 “교양 교과목에 수화 강좌를 개설하는 등 학생들을 대상으로 장애 이해 교육이 폭넓게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체 서울대 재학생 16,000여 명 중 장애학생들의 수는 적지만, 그들도 마찬가지로 안전하고 즐거운 학교생활을 누려야 한다. 몰랐던, 어쩌면 알려고 하지 않았던 장애학생들의 일상으로부터 계속 눈을 돌리는 것은 ‘모두에게 평등한 관악’을 만드는 데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장애학생들의 학교생활에 대한 이해가 그들에 대한 배려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사진: 강승우 기자 kangsw0401@snu.kr 이문영 기자 dkxmans@snu.kr 

삽화: 박진희 기자 jinyhere@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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