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시장의 화려한 귀환, ‘마켓인유’
중고 시장의 화려한 귀환, ‘마켓인유’
  • 대학신문
  • 승인 2016.11.06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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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공동체형 중고 문화 시장 ‘마켓인유’
'마켓인유'매장 내부 모습. 깔끔하게 정리된 상품들이 눈에 띈다.

언어교육원(137동) 1층엔 깔끔하게 정리된 옷과 패션 잡화들을 비롯해 다양한 수공예품이 투명한 쇼윈도를 통해 훤히 들여다보이는 가게가 있다. 다양한 나라의 외국인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심심찮게 보이고, 상점 옆 음식점에 들어가던 손님들이 기웃거리게 되는 이곳은 공동체형 중고 문화 시장 ‘마켓인유’다. 2013년부터 관악캠퍼스에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마켓인유는 학생들이 주로 수업을 듣는 곳에 있진 않지만, 하루에 15명 남짓한 판매자와 구매자가 꾸준히 다녀가는 서울대 중고 시장 문화의 중심지다. 물건 소유가 아닌 ‘사용 경험’의 공유를 어떤 방식으로 실천하고 있는지 마켓인유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보통 캠퍼스에서 찾아보기 힘든 중고 상점 마켓인유는 대표 김성경 씨(체육교육과·11졸)의 돗자리 하나에서 시작한 벼룩시장이다. “어릴 때부터 친구들과 물건을 바꿔 쓰는 것을 즐겼고, 대학생이 돼서도 비슷한 취미를 이어나가고 싶었다”는 김성경 대표. 그는 중고 시장 문화가 자리 잡혀 있지 않은 대학에 스스로 시장을 만들기로 하며 2011년 자하연 앞에서 매주 자신의 물건들을 팔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벼룩시장에 안 쓰는 물건을 팔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몇 주 후엔 40팀 정도가 판매자로 모여들었다. 이 벼룩 시장은 ‘스누마켓’으로 불리며 많은 사람이 오가는 반짝 명소가 됐다. 이후 김 씨와 판매자들은 날씨 같은 자연적 변수에 방해받지 않기 위해 ‘스누마켓’을 사회적 기업으로 만들기로 했고, ‘너, 우리, 대학교, 세상 안의 시장’이라는 뜻을 가진 ‘마켓인유’라는 이름을 붙였다. 2015년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은 마켓인유는 현재 공덕, 불광에도 지점을 낸 상태다.

마켓인유는 여타 중고 시장과 달리 구매, 판매, 위탁 등 상품을 공유하기 위한 모든 행위가 가능한 공간이다. 각 매장의 상품은 중고 물품 70%, 수공예 제품 20%, 그리고 사회적 기업 제품 10% 비율로 유지되고, 그중 중고 물품은 옷, 잡화, 책, 화장품 등 다양한 종류로 구성된다. 김 씨는 “대형 상점에선 높은 수수료를 받아 고생한 만큼 제값을 못 받는 기업들이 많아 그들에게 유통 창구를 제공하고 싶었다”고 중고 시장인 마켓인유의 한 편에서 신제품을 판매하는 이유를 밝혔다. 판매자는 물건을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물건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받는다. 판매자는 물건의 가격으로 책정된 금액의 50%로 마켓인유 내의 다른 물건을 살 수 있고, 현금으로 받길 원한다면 35%를 돌려받을 수 있다. 또한 위탁 판매가 가능해 가격대가 높은 상품의 경우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에게 더욱 합리적인 가격으로 거래된다.

‘살만한 물건’을 파는 것은 중고시장으로서 마켓인유가 가지는 차별점이다. 김 씨는 “중고 물품을 산 지인들이 편견 때문에 물건이 중고라는 사실을 숨기려는 모습을 목격했다”며 중고 물품을 쓰는 것에 당당해지길 바랐다고 말한다. 실제로 마켓인유는 회원들이 가져온 물품을 하나하나 검수해 시장가치가 높은 물건만 받아 중고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마켓인유의 이용자들은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마켓인유를 오랫동안 이용해온 배선희 씨(자유전공학부·15)는 “버리기 아까워서 집에 쌓아두었던 옷이 누군가에겐 입고 다닐 만큼 마음에 들 수 있다는 사실이 좋다”며 “홍대 같은 도시 중심지엔 구제 상점이 많지만 서울대 입구 주변에는 없으므로 좋은 품질의 구제품을 파는 이곳을 자주 찾게 된다”고 말했다.

과소비와 과잉 생산의 결과로 집집이 안 쓰는 물건들이 많은 이 시대에 마켓인유는 물건들이 매력적으로 재순환 되는 시대가 오길 기대한다. 이에 마켓인유는 한걸음 더 나아가 개인이 구매하기 힘든 물건을 여럿이 공유하는 문화도 퍼뜨릴 계획이다. 회원이 적절한 보상을 받고 판매한 물건을 마켓인유가 바람직한 상태로 관리하고, 학생들은 돌아가며 이 물건을 사용하는 체계를 구상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의 특성상, 중고 문화의 가치와 기업으로서의 이익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은 아직도 이들이 안고 있는 고민이지만, 김성경 대표는 “중고 제품을 사용하는 경험이 사람들 사이에서 자리 잡을 때까진 많은 수익을 내는 것보다는 가치를 우선시하고 싶다”고 강조한다. 물건의 소유가 아닌 ‘사용’ 하는 경험을 많은 이들에게 선사하고 싶다는 그들의 행보를 응원한다.

사진: 강승우 기자 kangsw0401@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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