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부문 우수작 수상소감

 

예컨대 비 오는 월요일이다. 버스는 모란시장을 지나고 있다. 풍경은 실재하고 풍경은 선연하지만 풍경을 그리려 들면 갑자기 많은 것들이 연극조로 변해버린다. 온몸이 투사되고 있다는 기분 속에서 나는 내 그림자를 쫓기에 급급해진다. 어떤 틈새에 끼인 것처럼 부자유스럽다. 내가 시라는 장르에 천착하게 된 계기는 이런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색함도 자책도 느낄 수 없으니까. 따뜻한 방이라 말하면 앞서 따뜻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그러나 응모를 하고 발표를 기다리는 동안 너무 크고 많은 일들이 있었다. 펜을 들지도 놓지도 못하는 날들이 이어졌고 그렇게 쓴 것들 중 상당수는 지우지 않고 견디기 어려웠다. 광화문에서 시청에서 구호를 외치면서 말과 말이 가리키는 것 사이에 놓인 거리의 아득함을 새삼 체감한 까닭이다. 내게 시를 쓰는 일이 여기서 멀지 않아 어떤 회의와 절망은 만성적인 것이었다. 시와 나 사이의 간극이 근본적인 이유에서든 현실적인 이유에서든 끝내 좁혀질 수 없는 것이라면, 나아가 그 간극 자체가 시적인 것이 기거하는 자리라면 차라리 깔끔하게 돌아서는 게 나으리라는 생각을 늘 품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만큼 되바라지거나 결단력 있는 사람이 못 됐고, 이 순간만큼은 그래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나는 시와 어정쩡한 관계를 유지하겠지만 동시에 그러기에는 너무 오래 마주쳐 있을 것임을 안다. 누가 먼저 눈을 돌릴지는 조금 더, 아니 아주 많이 써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시와 나 사이의 시간은 쓰고 있을 때만 흐를 것이기 때문이다.

입김 불어 적고 싶은 이름들. 멀리서 또 가까이서 지켜봐 준 가족들, 아버지, 어머니, 석현이. 갈 곳 없던 첫 번째 시들을 기꺼이 읽어줬던 즌비. 평생 마신 술의 절반을 함께 마셔준 총문학연구회, 특히 근희 형, 시온 형, 민규 형. 혼자서든 여럿이든 계속 쓰고 있을 거라 믿는 시속 동인들. 『대학신문』과 심사위원 선생님들. 그리고 각자의 무대에서 서로를 지켜보며 늘 응원해주는 승현이.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기쁘고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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