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사태로 인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둘러싸고 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작년 강행됐던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이 다시 논란이다. 소위 ‘최순실 게이트’와의 연관 의혹까지 제기되는 가운데, 국정교과서 정책의 정당성이 다시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야당과 함께 서울, 충북, 전남, 경북 교육감 등 교육계를 중심으로 철회 여론이 높은 데다 애초 국정화를 지지했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반대 입장으로 돌아섰다. 지난 15일(화) 전국 102개 대학 역사학과 교수 561명이 국정화 철회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등 반대하는 목소리는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를 직접 부인하며 이달 28일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 검토본을 공개하고 내년 3월부터는 사용하겠다는 당초의 입장을 견지했다.

학생들에게 역사를 교육하는 데 하나의 교과서만을 도입하겠다는 정책은 그 근본에서부터 문제가 있다. 국정교과서는 국가가 교과서를 독점하고 단일한 교과서만을 허용한다는 점에서 교육내용의 획일화, 정형화를 가져온다. 시대착오적인 획일화된 교육은 자율과 참여에 의해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개인을 바탕으로 한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또 국정교과서는 교육부에 의해 편찬이 주도되기 때문에 행정관료들의 영향과 정부의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부가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강행하며 검정교과서의 잘못된 사례들과 편향성을 비판하고 ‘확고한 국가관’에 기초한, 소위 ‘올바른 표준 교과서’의 편찬을 주장한 점은 국가주도의 관점만을 교육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러한 교과서 국정화는 교육이 기본적으로 외부세력의 간섭없이 교육자 내지 교육전문가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는 교육의 전문성과 정치적 중립성에 정면으로 반한다.

사학계의 대다수가 교과서 집필을 거부한 상태에서, 집필기준과 집필자 명단마저 공개되지 않은 채 밀실에서 교과서 집필이 이뤄졌다. 교육부는 이달 28일 교과서의 내용과 집필진의 명단을 공개하겠다며 일단은 내용을 보고 판단해달라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자로 유일하게 공개된 신형식 이화여대 교수는 “교과서를 보고 그 다음에 잘못된 것이 있으면 그 때 얘기를 해야 한다”며 무조건적인 비판을 삼가달라고 말했다. 국정교과서에 대한 비판은 교과서 국정화 자체의 문제점과 함께 편찬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여기에 대해내용이 올바르면 된다고 답하는 것은 결국 비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갈 길을 가겠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대통령의 국정운영능력에 대한 전반적인 불신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교육부에 대한 불신 역시도 덩달아 깊어지고 있다. 국정 교과서가 발간되지 않는다 해도 내년까지 기존의 검정교과서를 사용하면 되기 때문에 교육현장에서 혼란이 일어날 일도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정화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교육부의 입장은 아집에 가깝다. 교육부는 무리한 정책임을 인정하고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을 하루 빨리 철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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