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자가 회수를 건너면?

▲ © 서혜림 기자
 


원작보다 나은 번안극? 지난 6일(수) 공연 예술학 협동과정에서 주최한 학술발표회에서 게르하르트 피셔 교수(뉴사우스 웨일즈대․연극전공)가 폴커 루드비히의 원작 <리니에아인스(Linie 1)>와 김민기 번안의 <지하철 1호선>를 비교한 「<지하철 1호선> 베를린에서 서울까지」를 발표했다. 피셔 교수는 원작 <리니에아인스(Linie 1)>를 감명깊게 본 후 원작이 여러 나라에서 번안된 것 중에서 작품성이 뛰어난 한국판 <지하철 1호선>에 관심을 가져왔다.

 

원작 <리니에아인스(Linie 1)>는 서독 시골 출신의 임신한 처녀가 아이 아버지를 찾으러 서베를린으로 오면서 지하철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우정과 사랑, 배신을 그린 작품이다. 이에 비해 김민기씨가 번안한 <지하철 1호선>은 음악과 무대장치는 원작과 같지만, 베를린에서 서울로 무대 배경을 옮겨 각 에피소드를 한국 실정에 맞게 녹여냈다. 한국판 <지하철 1호선>은 중국 옌벤에서 아이 아버지를 찾아 서울로 온 아가씨 ‘선녀’와 그녀가 지하철에서 만난 싸구려 창녀 ‘걸레’, 해고당한 공장 노동자 ‘안경’등이 엮어가는 이야기를 유쾌하고도 비극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피셔 교수는 “1986년에 제작된 루드비히의 뮤지컬 <리니에아인스>가 1994년에 한국에서 번안돼 무대에 성공적으로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무대 배경인 서베를린과 서울이 분단국가의 중심이고 무제한적으로 팽창하는 거대 도시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피셔 교수는 “김민기씨의 <지하철 1호선>은 사회에서 소외된 계층에 대한 이야기를 모순적인 한국 현실에 맞게 암울하게 묘사해 원작보다 한층 더 극적인 내용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또 피셔 교수는 “남산의 황금빛으로 물든 나뭇잎과 한강을 나는 물새를 노래하는 부분에서 언젠가는 이 암울한 현실을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의 빛을 보여줘 감동을 배가시켰다”고 말했다.  

한국 현실에 맞게 극적으로 녹여내

원작보다 경쟁력 갖추고 있어

 

폴커 루드비히의 <모스키토>를 김민기씨가 번안한 한국판 <모스키토>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피셔 교수는 “원작자 폴커 루드비히씨도 김민기씨의 <모스키토> 번안극이 더 낫다고 평할 만큼 김민기씨의 연극은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판 <지하철 1호선>은 원작 보다 1000회 공연을 먼저 달성하였고 원작이 못 이룬 2000회 공연도 넘어서는 기록을 세웠다. 뿐만 아니라 <지하철 1호선>은 베를린, 북경, 상해, 동경, 프랑크푸르트 등 해외에서 호평을 받으며 초청공연을 했고 현재 대학로 학전그린소극장에서 공연을 이어나가고 있다.

▲ © 사진제공: 극단 '학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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