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운 교수
법학전문대학원

“그저 담담할 뿐이고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것 같다”며 신동우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정년 퇴임에 대한 심정을 밝혔다. 자신의 연구실은 전망이 좋다며, 미련을 버리려면 블라인드를 내려야겠다고 말하는 신 교수는 연구실과 학교에 대한 애정만큼은 버리지 못하는 듯 했다.

신 교수는 국민들의 사법적인 역량이 충분하기 때문에 사법권이 일부 기득권층의 소유물에서 벗어나 대중들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가 법학이라는 학문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는 사법이 권력에 의해 휘둘리던 암울한 시기였다. 신 교수는 간첩으로 의심받아 중앙정보부에서 고문으로 사망한 고 최종길 교수의 제자였다. 그는 “오늘은 일이 있어 먼저 가보겠다고 말씀하시던 은사님은 이후 돌아오지 못하셨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와 같은 일련의 사건을 통해 그는 소수가 사법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위험하다는 생각을 굳히게 됐다. 신 교수는 국민 참여재판이나 일반인도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법전의 보급을 통해 국민들이 사법 절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를 보여주듯, 그는 국민 참여 재판의 최종모델을 결정한 국민사법참여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았다.

신 교수가 교육자로서, 또 법학자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우리나라만의 법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그는 “광복 이후 일본어로 된 법령을 한국어로 번역하는 데 허술한 점이 많았다”며 “한자의 지나친 혼용, 일본어 번역체, 맞춤법 오류 등을 고치자는 주장을 계속했지만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의 연구 성과 역시 나라마다 자국을 대변하는 법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그의 가치관에 부합한다. 신 교수는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현행 형법 제94조 모병이적죄가 일본인이 과거 중국과 전쟁 중일 때 일본군에 대적하던 조선인들을 처벌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을 밝혀냈다. 이 조항을 삭제하자는 의견에 많은 학자들은 “분단 상황에서 이 법령을 제외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신 교수는 “이는 부모님을 죽인 칼을 버리지 않고 다시 닦아서 쓰자는 말과 비슷하다”며 “해당 조항에는 문제가 있다”고 역설했다.

신 교수는 은퇴 이후에도 더욱 왕성하게 연구와 집필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그는 “학생들을 위한 수험서로 널리 읽히는 현재의 책을 보충해 대법관이나 판사와 같은 실무자들이 참고할 수 있는 책을 집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의 형사제도를 지탱하고 있는 정신이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해보고 그에 대한 글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신 교수는 “법은 남을 설득할 수 있는 무기”라며 “법을 공부한 학생들이 타인을 설득하는 과정을 통해 사회를 변화시켜 나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사진: 대학신문 snupress@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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