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부점거가 130여 일을 넘기면서 본부와 점거 학생들 간의 갈등은 더욱 격해지고 있다. 본부는 본부점거 해제를 위해 징계 조사를 시작하고 지난달 17일 행정관에 단전·단수 조치를 내리는 등 초강수를 뒀다. 그러나 이러한 본부의 움직임에도, 지난 9일 개최된 임시전체학생대표자회의(임시전학대회)에서 점거지속안과 이견안으로 올라온 본부와의 교섭안이 모두 부결됨에 따라 본부점거는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점거 학생들을 고립시킴과 동시에 타협안을 제시하는 본부의 태도는 매우 이중적이다. 본부는 점거 중인 행정관 에 단전·단수·난방기 차단 조치를 내리고 징계대상 학생들이나 그들의 부모에게 징계 조사를 시작했다는 사실을 고지했다. 또 학생들이 징계조치 철회를 위해 학사위원회에 항의 방문한 틈을 타 행정관에 진입하는 등 점거 학생들을 위협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17학번 새내기들을 대상으로 행정관 점거나 학생회 주도 행사에 참여하지 말라는 내용의 가정통신문을 보내면서 본부점거에 대한 여론을 악화시키는 중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총장 담화문을 통해 시흥캠퍼스 추진위원회, 평의원회, 재경위원회에 학생 참여를 보장하겠다고 제안하며 학생들에게 우호적인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결국 본부는 어떻게든 본부점거를 해제하는 데 집중하고 있을 뿐, 학생들이 본부점거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고 있다.

학생사회 역시 본부점거 문제에 대해 지금까지 취해왔던 태도를 되돌아 봐야 한다. 분명 본부점거는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라는 기조 하에 가장 강력한 무기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본부점거는 힘을 잃어갔고 지금은 점거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보기 힘든 상황이다. 이번 임시전학대회에서 본부점거가 실패했음을 인정하고 본부와 교섭하자는 내용의 이견안이 본부점거지속안과 팽팽히 대립했다는 사실은 학생사회 내에서도 본부점거에 회의적인 시선을 가진 학생들이 늘어났음을 의미한다. 학생들은 본부점거의 현주소를 냉정하게 바라보고 향후 전략을 활발히 논의해 보다 생산적인 대응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본부는 계속해서 실시협약 철회가 아닌 다른 패를 꺼내들고 있지만 이를 통해서는 본부가 바라는 ‘원만한 본부점거 사태 해결’을 이뤄내기 힘들어 보인다. 동시에 학생사회는 앞으로 투쟁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이어나갈 것인지에 대한 전략 없이 본부점거를 계속하고 있다. 이제 본부와 학생사회는 시흥캠퍼스 사태에 대해 서로가 취해 왔던 방식을 재고해 보고 보다 나은 대응책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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