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역 사고 재발방지대책, 아직 갈 길 멀어
구의역 사고 재발방지대책, 아직 갈 길 멀어
  • 대학신문
  • 승인 2017.02.26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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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구의역 사고, 그 후

지난해 5월 28일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정비공이 사망했다. 사고의 원인을 희생자 개인의 탓으로 돌린 서울메트로의 초기 태도는 대중의 분노를 자아냈고, 대중은 서울메트로와 정부에 구의역 사고의 책임을 물었다. 사고 후 9개월이 지난 지금, 서울메트로와 국토교통부(국토부)는 구의역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왔다. 이에 『대학신문』에서는 해당 기관들이 내세운 대책의 실효성을 점검해보고자 한다.

고용조건 개선의 기미, 사고 후에야 겨우

구의역 참사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 것은 안전업무의 외주화였다. 외주화가 이뤄지면 외주업체가 예산절감을 이유로 업무에 필요한 인원보다 직원을 적게 뽑는 문제가 발생한다. 은수미 전 국회의원은 “외주업체에 업무를 맡기게 되면 계약에서 얻는 돈과 인건비의 차액인 중간수수료가 발생하는데, 업체는 수수료를 최대화하기 위해 노동 인력을 줄이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스크린도어 정비작업엔 2인 1조의 안전 매뉴얼이 있었지만, 구의역 사고 당시 희생자는 혼자 작업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외주화가 이뤄지면 원청이 하청의 업무에 관여하는 것이 불법이므로 작업 상황을 관리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긴다. 공공운수노조 조성애 사무국장은 “외주용역 작업자가 직접 원청의 관제실과 연락할 경우 불법파견으로 간주된다”며 “작업자가 관제실에 연락하기 위해선 외주업체의 관리자와 기술사업소의 정규직 직원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작업을 통보하고 허락받기까지 적어도 6번의 연락이 필요하기 때문에, 스크린도어의 빠른 재정비가 필요한 상황에서 외주용역이 관제실에 연락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따라서 원청인 서울메트로 관제실은 스크린도어 정비작업이 이뤄진다는 사실을 모른 채 열차를 정상운행 시켰고, 철로에서 홀로 일하던 작업자는 결국 열차에 치여 사망했다.

사고 이후 서울메트로는 안전업무의 외주화로 인해 구조적 문제가 발생했음을 시인하고 ‘구의역 사고 재발방지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에는 스크린도어 정비작업을 맡는 외주업체 직원들을 서울메트로가 무기계약직으로 직접 고용해, 2인 1조의 작업환경을 보장할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실제로 현재 서울메트로는 스크린도어 정비업무에 한해 직접고용을 시행하고 있다. 은 전 의원은 “직접고용을 하면 외주업체의 중간수수료가 없어져, 그 예산으로 인력충원이 가능해진다”며 “정규직원으로 고용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직접고용 자체는 개선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더불어 직접고용이 이뤄진 후 작업자가 서울메트로 내부인력이 됐기 때문에 관제실에도 직접적으로 연락을 취할 수 있게 됐다.

구의역 사고 이후 국회에서도 재발방지 법안을 발의하는 등 노력을 보여왔지만, 현재 눈에 띄는 성과는 없다. 외주화의 문제점을 지적한 이인영 의원의 ‘생명안전업무종사자의 직접고용법안’은 19대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국회 임기만료와 함께 폐기된 바 있다. 더불어 민주당에서는 이 법안을 포함해 안전업무 노동자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7개의 법안을 함께 발의했으나, 현재 모두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 의원실 김현동 비서관은 “작년 경제인총연합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법안이라고 선언했고, 여당에서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 않다”며 “이번 국회에서도 통과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처럼 법안을 통해 안전업무 종사자의 고용조건이 개선되도록 강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스크린도어 시설 교체도 신속하지 않아

안전업무의 외주화뿐 아니라 스크린도어 시설 자체에 대한 문제도 사고의 한 원인으로 지적됐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기존의 적외선 센서는 감지할 수 있는 폭이 작아 철로 안쪽에 설치됐다”며 “구의역 사고 당시 정비원이 철로 쪽으로 들어가 센서에 낀 먼지를 닦아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서울메트로는 2015년 강남역 스크린도어 사고 이후 ‘스크린도어 센서 개량사업’을 진행해왔지만, 미처 센서가 교체되지 않았던 구의역에서 사고가 재발하자 센서 교체를 가속화하겠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교체되는 레이저스캐너 방식의 센서는 승강장 외부에 설치돼 기존의 위험한 정비업무가 필요하지 않다”며 “2018년까지 그 외의 모든 스크린도어의 센서 교체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역시 이달 7일 ‘스크린도어 안전대책’을 발표해 스크린도어 시설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그 동안 철로 안에서 밖으로 나올 수 있는 비상문인 안전보호벽이 광고판으로 사용되면서, 열리지 않고 고정돼 비상문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국토부는 2021년까지 스크린도어의 안전보호문을 개폐문으로 교체하겠다고 공표했다. 구의역 사고 시민대책위 진상조사단으로 활동했던 한인임 사무처장은 “안전보호문의 개폐가 가능했다면 스크린 도어에 사람이 꼈을 때 탈출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개폐문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국토부의 안전대책 발표 후 가장 크게 논란이 된 부분은 상하개폐형 스크린도어의 도입이었다. ‘넘어졌을 경우 단두대가 되지 않겠냐’는 조롱과 함께 ‘예산낭비’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하지만 국토부 철도시설안전과 심보경 사무관은 “대중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심 씨는 “좌우개폐형 스크린도어가 이미 설치된 역을 상하개폐식으로 바꿀 계획은 없다”며 “해당 스크린도어는 스크린 도어가 부재한 역에만 설치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추가적인 보완대책, 약인가 독인가?

이외에도 국토부는 스크린도어에 추가적으로 CCTV를 설치하고, 역무원을 안전관리자로 선임하는 등의 추가적인 보완대책을 내놓았다. 심 사무관은 “현재 스크린도어의 여닫힘을 그래픽으로만 표시해 사람이 낀 채로 문이 닫히면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없다”며 “CCTV를 설치할 경우 사람이 꼈을 때 기관사나 차장이 모니터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공운수노조 조성애 씨는 “스크린도어가 닫히면 CCTV의 화면은 어두워져 실용적일지 모르겠다”며 CCTV의 설치가 “사고의 예방이 아니라 사고가 일어난 후 정황 파악 정도로 쓰여 예산 낭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를 표했다.

역무원을 안전관리자로 선임하겠다는 국토부의 대책에 관해 함인임 씨는 “해당 대책 자체는 바람직하지만 인력 배치를 현실적으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책임만 부여하고 실천이 담보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노동 현장에서도 업무를 맡을 인원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서울 지하철 노동조합원 김재윤 씨는 “보통 역에는 3명의 역무원이 근무하는데 기술직원은 한 명에 불과해 해당 대책을 실행하는 데 무리가 있을 것 같다”며 기존 인력이 안전관리자라는 추가적인 업무까지 맡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구의역 사고 이후 서울시와 정부, 국회는 각각 구의역 사고 재발방지 대책과 법안을 마련하는 후속조치를 취했다. 이로써 노동자의 고용조건이나 스크린도어 시설이 어느 정도 개선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아쉬운 부분은 남아있다. 서울메트로 스크린도어 정비업무 이외의 안전업무는 여전히 외주화 돼 있으며, 사고 현장에서 진정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플랫폼 역무원의 인력 또한 충원되고 있지 않은 상태다. 공공운수노조 조성애 씨는 현재의 대책들에 대해 “CCTV설치와 같은 실효성이 의심되는 시설보완에 배정된 예산을 역무원 증원과 안전보호문의 신속한 교체에 쓰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라며 아쉬움을 보였다.

삽화: 박진희 기자 jinyhere@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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