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대학생, 대선후보 심상정에게 묻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조기대선이 확정되며 대선 잠룡들의 행보가 본격화되고 있다. 『대학신문』은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에 소속된 서울지역 19개 학보사와 공동으로 제 19대 대선에 출마를 선언한 후보들을 직접 만나볼 예정이다. 이번 주자는 정의당 심상정 후보로 심 후보와의 인터뷰는 지난달 20일 숭실대 벤처중소기업센터에서 이뤄졌다.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을 위한 응급수혈

사상 최대 청년실업률과 갈수록 증가하는 공무원 시험 응시율은 현 사회에서 청년들의 삶이 얼마나 고달픈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심상정 후보는 얼어붙은 취업시장에서 청년취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년고용특별법’ ‘청년실업급여’ ‘청년기본소득도입’이라는 세 가지 정책을 제시했다. 청년이 취업전선에 보다 안정적으로 나설 수 있는 구체적인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정책들이다.

▶ 취업난 해결을 위해 세 가지 정책을 제시했다. 각 정책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첫 번째로 청년고용특별법은 청년들이 선호하는 대기업, 공기업들의 정원 중 5%를 청년 고용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이다. 그러면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을 합쳐 24만 4천개 정도의 질 좋은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청년실업급여는 미취업청년에게 최저임금의 50%(68만원)를 최대 1년간 지급하면서 청년 구직을 촉진시키는 제도다. 마지막으로 청년기본소득도입은 걷어진 상속세를활용해 사회 상속의 방식으로 청년들에게 일괄적으로 천만 원씩 배당하는 제도다. 이 제도를 도입하려면 5조 6천억 원 정도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해마다 거두는 5조 정도의 상속세를 이용하면 충분히 청년들에게 지급할 수 있는 액수다.

▶ 청년기본소득도입은 상속세를 이용해 지급가능하다고 했지만 상속세보다도 예산이 더 필요해 보인다. 청년실업급여 제도도 마찬가지로 예산이 많이 필요할 텐데, 정책시행을 위한 증세가 불가피하지 않은가?

청년정책을 비롯해 내가 제안하는 복지개혁에 필요한 예산은 100조 정도 된다. 이 중에서 60조 정도를 추가 세수를 통해 충당하려고 하지만 각종 세금을 증세하는 방식으로 운용되는 민주당의 종합적 조세개혁과는 다르다. 나는 사회복지로만 사용되는 사회복지세를 신설하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상속, 법인, 근로소득, 종합부동산세 등 모든 세목에 대해 조세형평성을 갖추는 방안인 종합적 조세개혁은 세금 폭탄이나 다름없다. 국민들의 2/3는 자신이 낸 세금이 복지로 돌아온다면 더 낼 용의가 있다고 한다. 구체적인 복지계획과 증세계획을 발표한다면 국민의 공감이 높을 것이다.

 

최저임금인상의 선순환을 위해

심 후보는 대선출마를 선언하며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국민월급 300만 원 시대를 열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최저임금인상, 동일노동 동일임금, '살찐 고양이법'등 다양한 정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올리려면 매년 16% 정도의 임금 인상이 필요하며 이는 지나치게 높은 인상치라는 경계의 시각이 있다. 또 기업 임직원의 최고연봉이 법정 최저임금의 30배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살찐 고양이법은 민주국가 내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침범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등 심 후보의 정책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도 제시된다.

▶ 최저임금인상은 꼭 필요한 일이지만 심 후보의 인상정책은 지나치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이 정책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현재 최저임금을 받는 사람은 180만 명이고 그보다도 못 받는 사람이 220만 명이다. 이들이 최저임금으로 집세 내고, 아이들 교육시키고, 또 살림까지 하면 남는 돈이 없어 추가적인 소비활동을 할 수 없게 된다. 골목시장의 주 소비층이 이들인 만큼, 이들의 소비활동이 위축되는 것은 골목시장의 침체로 이어진다. 그러므로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것은 이들의 소비를 늘려 골목시장을 활성화하는 내수 진작 성장전략이기도하다. 단순히 저임금노동자의 임금을 올려주는 정책이 아닌, 주요한 경제 전략이라는 것이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올리려면 매년 16% 정도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한다. 노태우 전 대통령 때 최저임금 7% 인상, 김대중 전 대통령 때 최저임금 16% 인상과 비교했을 때 그렇게 높은 수치는 아니다. 대통령이 정책적 의지만 가진다면 최저임금 인상은 충분히 이뤄낼 수 있다.

▶ ‘살찐 고양이법’은 시장경제의 자유로운 경쟁원칙을 침해하는 것은 아닌가?

우리나라 헌법 제119조에서는 경제주체들 간에 적정한 소득분배를 유지하는 국민경제의 균형성장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 동안 정부가 추진해왔던 친재벌 정책은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생각한다. 국가가 기업을 지원하는 이유는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다. 양질의 고용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기업은 정부가 지원할 필요가 없다. 이것이 민주국가에서 말하는 정의로운 기업이다. 이미 많은 선진국에서는 살찐 고양이법을 도입했다. 스위스에서 이 제도가 부결된 것은 시장경제에 어긋나서가 아니라 제도를 도입했을 때 금전적으로 손해였기 때문에 다른 방안을 선택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최저임금과 연동해 적용될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이 법안은 상위 1%에게도 이익이 돌아가도록 하며, 최저임금 인상을 위한 압박기제로서의 의미도 가진다.

 

민주화와 공공성, 대학 정책의 두 가지 화두

박근혜 정부는 반값등록금정책을 비롯해 각종 대학지원 사업으로 대학가를 변화시키려 했다. 하지만 대학생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거의 없었으며 학생들의 의견이 담기지 않은 통보식 대학 구조조정은 오히려 학생들의 저항과 반감을 불러일으켰다는 평이 많다. 심 후보는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대학 운영을 민주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심 후보의 대학 정책도 이러한 생각에서 출발한다.

▶ 후보가 내세우는 대학정책은?

크게 대학 운영의 민주화, 대학 클러스터 확대와 대학 공공성 보존의 세 가지 정책이 있다. 우선 대학의 운영이 민주화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학생, 교수와 직원이 함께하는 평의회를 구성하고, 학교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대학의 거버넌스가 진행된다면 대학 운영의 민주화는 쉽게 이뤄질 것이다. 다음으로 대학 클러스터 확대 정책은 학점교류, 전과 및 전학 등 공동교육과정부터 대학통합전형까지의 단계적인 발전을 제시한 정책이다. 이는 문재인 후보의 공약인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 정책과 유사하지만 수도권 사립대도 광범위하게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마지막으로, 대학 공공성 보존은 최근 국가 권력이나 재계의 일방적인 개입에 의한 대학 공공성 훼손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이다. 서울대의 법인화, 시흥캠퍼스 문제도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국가의 교육정책 및 대학 개혁정책도 그 주체들의 참여 속에서 검토되고 확정돼야 한다. 정부 역할을 축소하고 교육 주체들이 참여하는 교육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대학 및 교육 공공성 회복을 위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모색 중이다.

▶ 대부분의 대학들에서는 등록금이 동결되고 있는 추세지만, 대학생들은 여전히 등록금 인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후보는 등록금 인하와 관련된 구체적 정책이 있나?

박근혜 전 대통령이 반값등록금을 완성했다고 하지만 장학금의 비중을 늘리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등록금 자체는 변화가 없었다. 학생들이 받는 등록금 고지서에는 변화가 없는 것이다. 나는 국공립대 등록금을 없애고, 사립대는 반값으로 내리는 정책을 제시했다. OECD 국가의 고등교육 투자 비중이 GDP의 1.3% 정도라면 우리나라는 0.93% 정도다. 다른 나라보다 투자 비중이 낮다. 기존 국가장학금 예산 4조원에 국가 예산 3조 4천억 원 정도만 추가로 투자하면 국공립대 등록금은 없애고, 사립대 반값등록금을 실현할 수 있다.

 

소수자 차별을 막는 방패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과 자유에 대해 심 후보는 여타 대선후보들과는 달리 강력하게 의견을 표명해왔다. 그는 최근 급증한 여성에 대한 폭력을 해결하기 위해 ‘가정폭력전과제도’를 내세웠으며, 성별, 장애, 병력, 성적 지향, 종교, 사상 등 다양한 영역에 있어서의 차별을 금지하고자 한 차별금지법도 한시 빨리 제정돼야 한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 현재 한국 사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후보는 이런 상황에서 성소수자 이슈에 대해 다수 국민의 지지를 끌어낼 구체적인 방안이 있는지?

차별금지법은 성소수자에게만 한정된 법이 아니다. 대한민국에서는 학력, 종교, 성별 등으로 차별받아선 안 된다. 차별받아선 안 되는 사례에 성적 지향이 있는 것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이 법안은 제정돼야 한다는 의견은 이미 합의가 된 상태다. 그러나 대선 후보들이 표를 의식해 이 법에 대한 입장표명을 유보하거나 반대했고, 결국 일부 개신교 집단에서의 항의 때문에 법안 제정이 철회됐다. 법안 제정을 위해서는 동성애자를 처벌하는 군형법의 개정을 비롯해 광범한 국민적 공감이 있어야한다.

이 문제를 해결했던 호세 무이카 우루과이 대통령은 전통적인 카톨릭 국가이자 굉장히 보수적인 우루과이에서 동성애합법, 낙태허용을 이끌어냈다. 그는 모든 불평등과 차별을 위해 싸웠기 때문에 국민들의 지지와 믿음을 얻을 수 있었다. 이처럼 차별금지법 제정 문제는 모든 사회의 차별을 해결하는 세력이 다수파, 주류 정치인이 될 때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의 차별과 불평등에 일관되게 맞서 싸워온 정의당이 다수의 지지를 받고 집권 정당이 된다면, 이러한 싸움으로 얻은 강력한 연대를 통해 사회 전체를 바꿔나가야 하는 노력으로 성소수자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 후보는 데이트폭력을 방지하기 위해 ‘가정폭력전과공개제도(클레어법)’를 도입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그러나 잠재적 피해자에게 정보를 미리 제공하는 것은 개인정보 보호, 잠재적 피해자에 대한 판단 등 또 다른 인권 침해의 가능성이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최근 사회 내에서 데이트폭력, 인터넷폭력, 스토킹, SNS 폭력 등의 문제가 급증하고 있다. 경찰에 고발해도 대부분 불구속 입건에 그치거나 단순한 치정의 문제로 인식해 소극적 대응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폭력에 대한 제재가 취약한 것이 범죄의 심각성을 흐려지게 하기 때문에 성폭력 범죄가 무거운 범죄라는 사회 인식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 정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런 제도 이전에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정책이 제정되는 것이 더 시급하다. 클레어법은 젊은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이런 범죄의 근원적 해법이라는 점에서 제정돼야 한다. 아동과 청소년 대상 범죄에 대한 신상공개는 이미 국내에서도 합헌 판결을 받아 시행되고 있다. 클레어법에서의 전과공개는 제한된 관계자에 대해서만 세 단계의 엄격한 심사를 거치며, 남녀를 막론한 모든 성 피해자들에게 공개된다. 이미 클레어법이 도입된 영국에서는 위협이 있을 때의 사전격리조치, 보호조치 및 사전 검거 등 데이트폭력을 사전에 예방하는 효과가 매우 크다는 보고가 나왔다.

 

사진: 윤미강 기자 applesour@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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