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월) 학교 곳곳의 게시판과 학내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 ‘「서울대저널」의 범죄를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게시됐다. 자신을 학내 자치언론 「서울대저널」(「저널」)의 전 회원이라고 밝힌 한민희 씨(철학과·14)는 “「저널」은 적극적으로 학생을 사칭하는 기획사의 불법행위에 동조해 활동비를 마련했다”고 주장하며 “현 편집장 및 간부들에 의해 내부적 문제제기는 일축됐으며 지금이라도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해당 사건을 검찰에 고발한 상태”라고 폭로했다.

이에 대해 「저널」은 입장서를 게시해 한 씨의 대자보를 반박했다. 입장서에서 「저널」은 “기획사의 영업대행 과정에서 선후배 관계의 도의적 잘못은 있을 수 있으나 불법행위로 보기 어렵다”며 “해당 대자보는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저널」이 창간 이후 쭉 범죄행위로 운영돼 왔다고 매도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저널」은 기획사의 영업방식에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잘못을 인정했다. 「저널」은 “광고모집 업무 수행 과정에서 기획사가 대리인으로서 학생을 대신한다는 것이 선배 동문들에게 큰 불쾌감을 줄 수 있었음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며 “여러 가지 열악한 상황과 기획사의 완고한 태도에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더불어 「저널」은 “신뢰하고 읽어주시는 독자들에게 혼란을 안겨드려 죄송하다”며 “광고를 내준 선배들에게는 따로 사죄하겠다”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업계관행’ ‘행정편의’로 포장된 공공연한 비밀=이번 사태에서 한 씨가 문제제기 한 사안은 △학생 사칭 △동문 개인정보 불법 수집 및 관리 △대포통장 제공 등 크게 세 가지다. 한민희 씨는 대자보에서 “「저널」과 계약을 맺은 기획사는 맞춤법도 틀린 조잡한 내용의 이메일, 전화, 편지 등으로 서울대 학생을 사칭했다”며 “선배들이 후배라고 믿은 사람들은 기획사 직원이었으며, 보내준 돈은 기획사의 수익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저널」 신일식 편집장(경제학부·12)은 “문제가 된 메일의 경우에는 후원금의 일부가 기획사의 수익이 된다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며 “전 편집장이 편집일정으로 바빠 기획사의 영업방식에 대한 관리가 소홀했던 점에 대해 잘못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또 동문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수집하고 관리한 점도 논란이 됐다. 한 씨의 문제제기에 따르면 기획사의 영업과정에서 선배 동문들의 이름, 연락처와 같은 개인정보가 명확하지 않은 경로로 수집되고 관리돼 왔다. 이에 대해 신일식 편집장은 “기획사가 어떤 방식으로 영업대상 명단을 확보했는지는 전혀 모른다”며 “「저널」이 수집하거나 관리하는 동문의 개인정보는 없다”고 반박했다.

「저널」이 기획사에 대포통장을 제공하고 기획사가 「저널」 명의의 카드를 임의로 사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한 씨는 “기획사 직원이 학생을 사칭하는 과정에서 「저널」의 통장을 대포통장으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편집장과 기획사의 대화에는 기획사 직원이 노래방에서 「저널」 카드로 결제했다는 내용도 등장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에 「저널」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신일식 편집장은 “후원금 지급 이외의 목적으로 통장이 사용되는 것에 동의한 적이 없으며 모든 통장과 처분권이 저희 수중에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또 노래방 결제 건에 대해서는 단순히 기획사 직원의 착오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설명했다. 기획사 법인카드와 헷갈린 직원이 실수로 「저널」 명의의 카드로 결제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신일식 편집장은 “이 사례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으며 그 이후로는 한 번도 재발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저널」은 기획사의 영업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광고업계 관행을 내세우는 기획사의 완고한 태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저널」은 입장서에서 “A사는 이러한 영업방식이 아니면 광고를 절대 딸 수 없다고 주장했다”며 “타 업체들도 정도의 차이일 뿐 학생기자의 명의를 이용하는 방식을 취하기 때문에 다른 선택지도 없었다”고 밝혔다.

또 대포통장 논란은 이원화된 재정구조를 막고 업무편의의 목적으로 「저널」이 통장 관리권을 기획사에 일부 위임했기 때문에 발생했다. 신일식 편집장은 “기획사가 영업에 성공하면 후원금이 계좌로 바로 들어와서 인쇄비로 즉시 사용될 수 있도록 실시간 공동 관리의 목적으로 권한을 일부 위임했다”고 밝혔다. 대포통장에 관련된 법률인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3항에 따르면 범죄의 목적이 아니더라도 통장을 양도하거나 양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현행법률 상 「저널」의 위임 행위가 한 씨의 주장대로 ‘대포통장 제공’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처분권을 이전한 것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관리권을 위임한 것은 양도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저널」은 왜 침묵할 수밖에 없었나=이번 사태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저널」의 열악한 재정환경에서 찾을 수 있다. 「저널」은 현재 학내에 존재하는 5개의 학생자치언론 중 하나로 총학생회로부터 자치언론기금(자언기)을 지원받고 있다. 그러나 자언기만으로 인쇄비, 취재비, 촬영장비 관리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을 충당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신일식 편집장은 “지난 학기 기준으로 56만원 정도의 자언기는 「저널」 운영에 턱없이 부족하다”며 “특히 「저널」은 외부 광고를 받기 때문에 균등 배분금을 제외하면 총학생회로부터 받는 지원은 전혀 없다”고 전했다. 자언기는 학생회비 총액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마련되기 때문에 매 학기 그 액수가 얼마가 될지는 불확실하다. 하태우 자언기위원장(심리학과·10)은 “현재 5개의 자치언론 중 자언기만으로 활동하는 「퀴어플라이」, 「디스에이블」을 제외한 나머지 세 곳은 균등배분금과 광고비로 운영비를 마련한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광고비가 주된 수입원일 수밖에 없는 「저널」은 “스스로를 기획사에 비해 ‘을’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러한 기획사의 독점적 입지를 무너뜨리기 위해 「저널」이 지속적인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안미혜 전 편집장(인류학과·13)은 개인 SNS 게시물을 통해 “이미 광고대행 계약을 일방적으로 중단 당하고 직접 광고를 따보자고 나선 적이 있었으나 실패로 돌아갔다”며 “영업, 계약하는 과정이 보통 일이 아닐 뿐더러 학생 기자로서 공부와 기사 작성, 광고 영업까지 하는 데는 큰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저널」은 법인이나 비영리단체로 등록돼있지 않기 때문에 세금 계산서 발급을 비롯한 행정적 서류처리를 위해서라도 기획사와의 지속적 계약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신일식 편집장은 “자체 법인 설립을 하나의 가능성으로 고려해 보기도 했으나 근거 주소지 불명, 대표의 정당성 확보 등 여러 가지 법적, 절차적인 장애물이 많다”고 설명했다.

◇‘진보를 일구는 참 목소리’를 향해=한민희 씨는 대자보에서 “불법행위를 하는 「저널」이 스스로를 정의며 진보라고 규정하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위선”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번 사태로 실추된 명예와 독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저널」의 시급한 과제다. 신일식 편집장은 “추가 입장서를 통해 향후 「저널」의 발간과 운영계획 및 피해를 입은 선배 동문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사과하고 있는지 밝히겠다”고 전했다. 입장서는 「저널」 홈페이지, 페이스북 공식 페이지, 스누라이프 등을 통해 온라인으로 먼저 게시될 예정이며 4월 중순 경으로 발행될 제142호 지면에도 실린다. 공론화 이전 「저널」에 직접 문제제기를 한 업체들이나 광고 게시 과정에서 연락처를 알 수 있었던 경우에는 「저널」이 동문들에게 이미 사과의 말을 전했다. 신일식 편집장은 “다행스럽게도 사죄를 전한 업체의 동문 대부분은 광고 집행이나 후원을 그대로 유지해줬다”고 말했다.

기획사와 「저널」의 계약은 현재 잠정 중지된 상태지만 향후 지속적 계약을 위해선 이번에 제기된 문제와 관련해 계약방식이나 재정구조에 대폭 개선이 필요하다. 신일식 편집장은 “이번 문제제기를 겸허히 수용한다”며 “향후 계약을 계속한다면 기획사는 행정업무 처리만을 담당하게 하고 홍보 메일 작성은 기자가 직접 하며 영업 대행 사실을 내용에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분간은 광고 계약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없기 때문에 자금 확보에 있어 대안을 고려해야 한다. 하태우 자언기 위원장은 “「저널」이 실질적으로 광고를 받을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4월 둘째 주에 예정된 2017년도 1학기 자언기 정기회의에서 차등 배분금 일부를 지원하는 방향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광고를 받지 않는 자치언론에 한해 지급되는 차등 배분금은 지난 학기 기준으로 190만 원 정도였다. 「저널」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우리의 가치를 수호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하겠다”며 “이 또한 「저널」이 견뎌야 하는 자유의 무게”라고 밝혔다.

*양수: 타인의 권리, 재산 및 법률상의 지위 따위를 넘겨받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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