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재 | 서울대 무슬림 학생들은 어떻게 지낼까

“나는 오늘 그대들을 위해 그대들의 신앙을 완성했으며 나의 축복을 완전하게 했다. 그리고 이슬람이 그대들의 종교로 선언함을 동의했다. 하느님을 숭배하고, 하루에 다섯 번의 기도를 행하며, 라마단에 단식을 이행하고, 카바와 메카를 순례할 것이며, 자카트를 지불하고, 내가 명한 것에 복종하라. 그러면 주님의 천국에 들어갈 것이다.” 이는 632년 3월, 무하마드가 메카에서 최후의 순례를 마치며 행한 연설 중 일부이다.

금요일 오후 1시, 관악학생생활관 아고리움 지하 1층에 다양한 국적을 가진 20여 명의 무슬림 학생들이 모였다. 바닥에 깔린 매트 위, 바지 끝을 접어 올린 무슬림 학생들은 신발을 벗고 올라가 섰다. 발을 약간 벌리고 팔을 귀 높이까지 올리고, 손바닥은 위를 향하게 했다. 이어서 몸을 굽혀 절을 했다. 경건함이 방 전체를 메웠다.

이슬람, 멀고도 가까운 당신

‘퓨 리서치 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이슬람교는 전 세계 종교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2010년 기준 신자 수는 기독교가 21억 7000만 명으로 1위, 이슬람교가 16억 명으로 2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성장률을 고려했을 때 2050년 이슬람교 신자 수는 세계 인구의 30%인 27억 6000만 명에 달해 21세기 말에는 이슬람교가 세계 종교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가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한국의 이슬람교도는 약 20만 명으로 추정된다. 더 이상 그들은 ‘저 머나먼 아라비아 사막의 낯선 존재’가 아니다. 이슬람교는 이제 우리에게 익숙한 종교이며, 무슬림들은 우리 곁에 있다. 가장 가깝게 그들을 마주하는 장소 중 하나는 학교다. 히잡을 두른 학생이 관정 도서관에 들어가는 모습이 이제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2017년 4월 1일 기준 서울대에 다니는 외국인 유학생의 수는 1,314명. 이 중 이슬람 국가에서 온 학생은 총 191명이다. 이들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예멘, 터키, 이란 등 20여 개의 국가에서 왔으며 비 이슬람 국가에서 온 무슬림 학생까지 합치면 무슬림 학생의 수는 200여 명일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는 이들이 알라를 믿는다는 것, 메카를 향해 하루 다섯 번의 기도를 꼭 해야 한다는 것, 라마단 기간에 단식해야 한다는 것,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것은 초등학교 때부터 교과서를 통해 배워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 곁의 무슬림 학생들이 실생활 속에서 어떻게 기도를 하는지, 어떻게 식사를 해결하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그렇다면 200명에 달하는 서울대 무슬림 학생들은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까?

그들의 하루

경건한 분위기가 감도는 다인홀에서 약 스무 명의 무슬림 학생들이 함께 금요예배를 드리고 있다.

◇우리가 예배할 곳은 어디에?=무슬림 학생들의 일과는 새벽 4시경 해가 뜨기 전 드리는 기도와 함께 시작된다. 이슬람 경전인 코란에 의하면 무슬림은 하루에 다섯 번 기도해야 한다. 서울대에서 3년째 공부 중이라는 터키인 엠레 씨(교육공학 석사과정·15)는 “해가 뜨기 전, 점심, 점심과 저녁 사이, 저녁, 잠자기 전 총 5번 기도를 해야 한다”며 “기도를 하며 자신을 돌아보고 더 좋은 사람이 되도록 다짐을 한다”고 기도의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예멘에서 온 알자디 아크람 씨(경제학과·15)는 “기도하는 시간은 태양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날마다 다르다”며 “기도를 할 때마다 기도의 의미를 되새기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들에게 기도는 매우 중요하다. 엠레 씨는 “한 번은 경복궁에 갔었는데,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급하게 옆쪽으로 가서 기도했다”고 말하며 “지나가던 행인이 뭘하냐고 묻기에 재치있게 대답해 넘겼다”고 웃으며 설명했다. 아크람 씨는 “함께 기도할 장소가 없어서 모여서 할 수는 없지만 어디서든 기도는 할 수 있다”며 “한 번은 지하철을 타고 있었는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한 역에서 내려서 조용한 공간을 찾아 기도했다”고 자신의 경험을 털어놨다. 그러나 서울대에는 사실상 공식적으로 ‘예배당’이라고 불릴만한 장소가 없다. 지난해 서울대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했던 독일인 수메예 씨(아시아학과·16)는 “늘 집에서만 기도를 드렸다”며 “학교에서 예배를 드리고 싶었지만 조용한 장소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엠레 씨는 빈 교실을 찾아서 기도를 해보기도 했다. 그는 “7동 5층 쯤에 빈공간이 있어 그곳을 이용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이처럼 마땅한 예배당이 없기에 이들끼리 자주 행사를 열거나, 모임을 갖지는 못한다. 엠레 씨는 “서울대에선 무슬림 학생들이 대부분 각자 흩어져 생활한다”고 밝혔다. 무슬림 학생들이 자주 모이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아크람 씨는 “기도실이 없는 것이 큰 영향을 미친다”며 “마땅히 종교활동을 할 공간이 없기에 만나서 행사를 하기 어려운 여건”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완 달리 많은 학교가 무슬림 학생들을 위해 인프라를 마련해준다. 선문대의 경우 이슬람센터가 있어서 기도실을 마련해주는 것은 물론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무슬림 학생들이 자주 모일 수 있다. 아크람 씨는 “아무래도 서울대는 그런 것들을 시작할 기반이 없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학교에서 마련해준 공동체 대신, 이들은 직접 무슬림 공동체를 만들었다. ‘서울대 무슬림 협회’는 한국 내 무슬림 학생 간의 네트워크 형성을 돕고 종교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설립된 ‘한국 무슬림 협회’의 산하 협회다. 서울대 무슬림 협회는 일주일에 한 번씩, 금요일마다 기숙사 920동 지하 1층 다인 홀을 예약해 함께 금요예배를 드린다. 인원이 많을 때에는 50명 가량 금요예배에 참석한다. 아크람 씨는 “학생들이 돌아가면서 예배를 진행하는 역할을 맡아서 준비한다”고 설명하며 “이번 금요일은 나의 차례였고, 다음 주에는 다른 학생이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살이의 가장 큰 벽 ‘음식’=그들은 학교생활 중 가장 힘든 점으로 ‘음식’을 꼽았다. 이슬람교도들이 지키는 율법인 ‘샤리아’에 의하면 무슬림은 돼지고기를 먹어서도 안 되고, 만지고 난 후에는 꼭 손을 씻어야 하며, 돼지가죽으로 만든 제품도 사용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돼지고기가 없는 한국인의 밥상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최근 농촌경제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쌀을 제치고 돼지고기가 생산액 6조 7,702억 원으로 국내 제1 소비 식품으로 떠올랐다. 회식을 가도 삼겹살, 개강파티에도 삼겹살, 엠티를 가도 삼겹살이다. 카자흐스탄에서 온 자니 씨(법학과·17)는 서울대 내 외국인 교환학생들과의 교류·봉사단체인 스누버디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그는 “최근 스누버디 엠티 저녁 메뉴도 삼겹살이었다”며 “돼지고기냐고 묻자 한국인 친구가 깜빡 잊고 있었다며 다시 다른 음식을 준비해줬던 경험이 있다”고 회상했다. 교내 동아리나 학과행사에서도 친목을 위해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는 자리가 많다. 아크람 씨는 “동아리 모임에서 메뉴를 정할 때 한국인 친구들이 배려를 해줬음에도 불구하고 심적인 부담을 느끼곤 했다”고 털어놨다. 동기들과 매우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엠레 씨는 학과 관련 회식에도 꼬박꼬박 참여한다. 평소에 회식에 가서도 고기 대신 생선을 먹는다는 그는 “라마단 기간 중에는 회식에 가도 아무 것도 먹지 않고 있다가 정해진 단식 시간이 풀린 후에 먹기 시작했더니 교수님들과 학생들이 박수를 쳤던 적이 있었다”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단체 생활뿐만 아니라 혼자 식사를 하는 것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엠레 씨는 한국에 온 지 3년째에 접어들었고, 그동안 체중이 15kg나 빠졌다. “사실 편의점에 들어가면 살 수 있는 게 몇 개 없다”고 토로한 그는 “한국의 과자는 젤라틴이 들어가는 종류가 많아서 먹을 수 없다”고 털어놨다. 그는 “오히려 터키에 있을 때 한국음식을 더 많이 먹은 것 같다”고 농담처럼 말했다. 결국 이들은 직접 요리하는 방식을 택하기도 한다. “직접 이태원에서 식자재를 사서 요리하기도 한다”고 설명한 엠레 씨는 시간이 있을 때는 터키 음식을 만들어 먹기도 하지만 요즘은 공부할 것이 많아서 요리할 시간도 많이 없다”고 덧붙였다.

수업을 듣는 주중에는 이들도 우리와 같은 식당에서 식사를 한다. 자니 씨는 “우리 학교 식단에는 돼지고기가 참 많이 들어가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학생회관이나 경영대 식당에서 밥을 먹곤 했던 수메예 씨는 “돼지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음식들을 골라 먹거나, 서툴지만 한국어를 할 수 있어 돼지고기를 빼달라고 직접 말씀을 드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채식주의 식사를 하고 있는 아크람 씨는 “감골식당이 채식메뉴를 제공하긴 하지만 꽤 비싸다”고 말했다. 무슬림 학생들이 늘어남에 따라 학교 차원에서 그들이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대학이 늘고 있다. 한양대는 이미 할랄* 음식을 학교차원에서 제공하고 있으며 선문대, 경희대에서도 비슷한 노력이 시작됐다. 반면 서울대는 이런 면에서 아직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아크람 씨는 “서울대 총학생회에서도 할랄 음식 제공을 고려하고 있다고 늘 말해왔지만, 잘 이뤄지지는 않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오해와 편견을 넘어=‘이슬람교’에 대한 색안경 역시 그들을 힘들게 하는 요소 중 하나다. 이슬람을 검색하면 연관검색어에 IS, 독일테러 등이 빠지지 않는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이슬람교에 대해 잘 모르는 한국인들에겐 그렇기에 무슬림 학생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있을 수 있다. 수메예 씨는 여러 한국 학생들이 이슬람에 대한 질문을 한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한국 학생들은 히잡에 대해 왜 그것을 하는지, 꼭 해야 하는지 등의 질문이 많은 편이었으며 IS에 관한 질문들도 참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에서 한 남성이 걸어와 ‘너는 테러리스트이며 네 종교는 틀렸고 예수를 믿어야 한다’고 말했던 것이 가장 당황스러웠던 경험”이라고 털어놨다. “나는 예수님을 믿지만, 다른 방식으로 믿는다”고 미소를 지으며 설명한 그는 “한국인들이 이슬람에 대해 잘 모르거나 잘못된 정보들을 갖고 있어서 저를 피하기도, 저를 무서워하기도 한다”고 씁쓸하게 덧붙였다.

금요예배를 마친 알자디 아크람 씨와 엠레 씨가 웃으며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울대에 이슬람을 더하다

200명에 이르는 이들은 ‘무슬림’이기 이전에 서울대 ‘학생’이다. 이들을 위해 서울대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아크람 씨는 “할랄 음식과 기도할 수 있는 공간, 이것이 가장 근본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가장 힘든 문제로 음식을 꼽은 엠레 씨는 “무슬림이 다수는 아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을 이해한다”며 “그러나 만약 서울대가 무슬림 학생들이 좀 더 많아지길 원한다면, 그들의 종교와 문화를 유지할 수 있도록 음식만이라도, 더 나아가 다양한 시설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서울대가 국제적인 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이슬람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에 열려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메예 씨 또한 이같은 의견에 “모두에게 열려있는 학교가 됐으면 좋겠다”며 목소리를 더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엠레 씨가 기자에게 물어왔다. “그렇다면 당신이 생각하는 서울대의 국제화는 무엇인가요?” 서울대는 2000년대에 들어서며 국제화를 내세우고 있다. 서울대의 과제 ‘국제화’. 과연 서울대는 어디쯤일까. 서울대 학생으로서 모두가 고민해야 할 질문이다.

*할랄: 이슬람 율법에 의해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는 제품을 총칭하며, 아랍어로 ‘허용된 것’이라는 뜻.

사진: 윤미강 기자 applesour@snu.kr

삽화: 박진희 기자 jinyhere@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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