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가지 냄새 어떻게 구별하나 밝혀내

▲ © 강정호 기자

 

눈으로 보는 색깔은 빨강, 노랑, 파랑의 3원색을 기본으로 체계적으로 분류돼 있다. 그러나 코로 맡는 냄새는 체계적으로 분류돼 있지 않다. 인간의 감각 중 후각은 여전히 미지의 영역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와 관련해 후각 메커니즘을 밝혀내 후각 기관이 분자 수준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연구한 미국의 리처드 액셀(Richard Axel)과 린다 B. 벅(Linda B. Buck) 박사가 4일(월) 올해 노벨 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전에는 후각이 1만 가지의 서로 다른 냄새를 어떤 방식으로 구별하는가에 대해 알려진 바가 거의 없었다. 이에 대해 박태현 교수(응용화학부)는 “시각, 청각, 촉각은 측정 가능한 빛과 음파 등에 대해 물리학적 센서로서 작용하는 반면, 후각과 미각은 신체 내에서 화학적 센서로서 작용하기 때문에 측정과 연구가 더 어려웠다”고 설명한다.


엑셀 박사와 벅 박사는 우선 각각의 향에 반응하는 수용체 1천 종을 찾아냈다. 각각의 수용체는 코 천장에 위치하는 서로 다른 후각세포에서 발현되는데, 이는 1천 가지 서로 다른 향에 반응하는 1천 가지 세포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로 다른 수용체를 가진 세포들의 정보는 대뇌의 2천개의 후구(후각신경의 중간 집합소)로 모이게 된다. 모든 수용체의 정보가 집결된 후, 이 정보들은 후각 중추가 있는 대뇌의 측두엽으로 다시 모인다. 이곳에서 각 수용체 간의 정보가 섞여 종합[]분석 작업을 거친 후 장기 저장된다. 액셀 박사와 벅 박사는 이 과정을 최초로 밝혔다.


최석우 교수(생명공학부)는 “대부분의 냄새는 여러 향의 조합으로 이뤄진다”며 “수용체는 1천 개지만 이 수용체를 통해 인식된 향에 대한 정보가 대뇌에서 조합, 저장되기 때문에 여러 향으로 이뤄진 1만 종의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몇 가지 향이 조합된 음식 냄새의 경우 여러 가지 향을 여러 수용체가 각기 인식하고 보낸 정보들이 대뇌에서 종합ㆍ저장됨에 따라 음식 냄새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된다.


이들이 밝혀낸 후각 메커니즘은 후각이 손상된 환자 치료에 기여할 뿐 아니라 산업적으로도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1991년 발표된 이들의 논문에서 착상을 얻어 칩 위에 인간의 후각을 재현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박태현 교수는 “삶이 풍요로워질수록 후각 산업이 발달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냄새 코드가 모두 발견돼 정형화될 경우 TV나 영화에서 냄새를 재현할 수 있다. 또 정형화된 냄새 코드를 컴퓨터가 인식해 악취의 종류를 정의할 수 있게 되면 환경오염을 막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


한국의 후각 연구는 아직 미미하다. 박 교수는 “한국에서 후각 연구는 응용[]기초 분야 모두 활발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그는 “이번 연구를 계기로 후각 연구에 대한 관심이 보다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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