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 당일인 다음 달 9일 일부 강의에서 수업을 그대로 진행하겠다고 공지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학생들 사이에서는 수업 진행이 투표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입장과 투표권 침해의 우려가 있다는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이번 선거일을 5월 9일로 지정하고 선거인의 투표 참여를 위해 이날을 임시 공휴일로 정했다. 서울대 또한 ‘정기 휴업일은 관공서의 공휴일 및 개교기념일로 한다’고 명시한 학칙 제51조에 따라 선거일을 정기 휴업일로 지정하고 있다.

그러나 몇몇 과목에서는 휴업일 여부와 관계없이 수업을 진행하겠다고 공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선거일에 수업을 하겠다는 계획을 학내 eTL 게시판에 통보하거나 학생들에게 구두로 수업 진행을 알린 것으로 확인된 과목은 ‘물리유기화학개론’ ‘운영체제의 기초’ ‘조직행위론’ ‘생산관리’ 등 십여 개에 달한다. eTL 게시판에는 ‘임시공휴일로 지정될 것으로 판단되지만 지난번에 못한 수업을 보강해야 하니 어쩔 수 없다’ ‘수업은 그대로 진행하지만 출석은 부르지 않겠다’ 등 교수자의 공지가 게시됐다.

일부 학생들은 선거일에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큰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공대에 재학중인 16학번 A씨는 “사전투표일도 있고, 투표소도 대부분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여서 투표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며 “장거리 통학생들이 불편할 여지가 크겠지만 선거일 휴강으로 보충수업을 해야 하는 것을 생각하면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오히려 낫다”고 말했다.

그러나 선거일에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수강생의 투표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사회대에 재학중인 17학번 B씨는 “사전투표일에 미리 투표하라는 몇몇 강의도 있다”며 “그러나 이는 불가피한 사정으로 선거 당일 투표에 참여하지 못하는 유권자의 투표권을 보장하기 위한 사전투표제의 취지를 왜곡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사전투표일이자 공휴일인 다음달 5일에 수업을 진행하겠다고 공지한 강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투표일에는 자신의 주소지와 상관없이 전국에 설치된 사전투표소 중 한 곳을 방문해 투표할 수 있다. 주소지가 지방이라고 밝힌 C씨는 “지방에 다녀오기 어려워 사전투표일인 어린이날에 선거를 하려고 했는데 그날 수업을 한다는 공지가 올라왔다”며 “시민으로서의 자질을 가르치는 대학이라면 기본적인 참정권은 보장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본부는 휴강을 강제하기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학사과 유덕웅 과장은 “5월 9일 전에 휴업일 지정을 학내에 알릴 예정”이라면서도 “수업권은 강의자의 재량에 맡기고 있기 때문에 본부에서 일일이 수업 진행을 규제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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