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본인의 전공이 아닌 전공수업(타 학과·부)을 듣는 경우 S/U의 급락제를 통해 평가하는 ‘타 학과(부) 전공 교과목 급락제 시범 운영안(운영안)’이 학사위원회를 통과했다. 이에 재학생들은 재학 중 최대 9학점까지 관심 있는 학과 수업을 성적 부담 없이 수강할 수 있게 됐다. 김기현 교무처장(철학과)은 “인문학도가 공대 수업을, 자연과학도가 사회과학 수업을 부담 없이 들어 융·복합 인재로 거듭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이번 제도의 도입 취지 자체에 대해서는 많은 학생들이 공감하는 분위기다. 급락제로 성적을 부여하는 교양 과목인 ‘전시예술공학’ 강좌를 수강한 적이 있는 박정훈 씨(전기정보공학부·14)는 “공대생으로서 부담스러울 수 있었던 예술 관련 강좌를 급락제 평가방식을 통해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수강했었다”며 “제도의 긍정적인 측면도 클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제도가 완성 단계에 있으며 올 가을학기부터 도입될 것이라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으며 교무처는 향후 의견을 수렴하고 제도를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교무처는 “제도의 시행 시기뿐 아니라 제도의 세부적인 내용 역시 완전히 조율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며 “문제점이 없도록 충분히 검토하고 논의한 후 시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해당 제도의 도입으로 인기 학과에 수강생이 몰리고 수강신청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김현성 씨(경영학과·12)는 “경영학과의 경우 상당수 강좌에 주전공생뿐 아니라 타과 복수·부전공생들이 집중돼 수강신청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특정 학과에의 인원 편중으로 수업의 질이 하락하고 수강신청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교무과는 “급락제와 등급제 학생 반을 분리 운영하는 방법, 급락제 적용 과목 수의 제한, 수강 인원 증가 등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평가 기준이 비교적 느슨한 만큼 이번 제도를 학문적 성취의 기회가 아닌 졸업을 위한 학점 취득의 수단으로 악용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A씨(생물교육과·15)는 “생물교육과의 경우 모든 전공과목을 수강해도 졸업 기준인 60학점을 채우지 못한다”며 “이를 채우기 위해 수강해야 하는 타 학과·부 강좌를 급락제 평가방식으로 전환해 불성실히 수업에 임할 상황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이에 교무처는 “모든 과목을 급락제 평가방식으로 수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기준을 심도있게 고민해 적합한 과목을 선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급락제로 수강하는 학생과 등급제로 수강하는 학생 간에 협동과제가 주어질 경우 발생할 문제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앞서 급락제 평가 과목을 수강했었던 박정훈 씨는 “작품을 직접 만드는 협동 과제가 핵심인데 적당히 하면 S를 받을 수 있다 보니 대충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이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신만의 작품전시회를 갖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을 것이며 운영안 역시 비슷한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이에 교무처는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문제에 대응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편 학생이 성실하게 수업에 임하더라도 해당 수강생이 제도가 목표로 하는 융·복합형 인재로 성장할 수 있을지에 의문의 목소리도 있었다. B씨(사회교육과·12)는 “9학점의 강의를 수강하는 것만으로는 해당 전공을 이해하기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며 “향후 인정 학점 수를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등 보완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이에 교무처는 “학문을 보다 잘 이해하고 싶다면 부전공, 복수전공 등의 제도를 이용하면 된다”고 밝혔다. 또 타 학과·부 과목을 9학점 수강하고 복수·부전공을 결정하는 학생들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 간 형평성 문제에 대해서는 “타 전공학과를 복수·부전공으로 전환하는 경우 3학점만을 전공 학점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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