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에 있었던 총궐기와 이후 벌어진 행정관 점거 시도는 시흥캠퍼스 실시협약을 둘러싼 대학 내 갈등의 끝을 보여준 사태였다. 간헐적으로나마 소통의 이름을 달고 이어지던 회담은 자취를 감췄고 본부는 유리창을 깨고 본부에 진입한 학생들에게 행정적, 사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천명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은 현재 서울대가 지식공동체로서의 가치를 잘 지켜내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깊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시흥캠퍼스 설립을 강행하려는 본부의 입장과 실시협약 철회를 주장하는 학생회 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극단적 사태까지 더해져 더 이상의 대화가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고 말았다. 그러나 물리적인 수단과 이에 맞선 징계 조치가 결코 이 사태의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때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시흥캠퍼스 문제에 관한 새로운 해결책이 강구돼야 한다.

다수결이 항상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지만 대립되는 의견들 중 하나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 본부와 학생회는 각자의 주장만 내세웠지 학내 구성원 전체의 의사를 물어본 적이 없다. 대학 내엔 학부생 외에도 대학원생과 교원, 직원들이 있다. 시흥캠퍼스 설립은 학내 구성원 전부와 관련돼 있는 일인만큼 어느 특정 집단의 의사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시흥캠퍼스 설립 찬반에 관한 의견을 학내 구성원 전체를 대상으로 물어보는 절차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우선 공개 토론회를 열고 그 토론회의 영상과 찬반 의견 및 그러한 의견을 뒷받침하는 근거 자료 등을 온라인 게시판에 올려 구성원들이 시흥캠퍼스 설립에 대한 각자의 입장을 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흥캠퍼스가 서울대의 발전을 위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시흥캠퍼스의 설립은 재정적 부담을 초래하고 대학을 상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와 사회적으로 국가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 되는 것인지 등의 문제를 충분히 논의한 후 학내 구성원 전체의 의사를 모아 결정하자는 것이다. 수많은 학내 구성원들의 관심을 모으고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끝까지 시도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본부 재점거와 징계 조치는 대학 내 소통을 단절시킬 수 있는 일이다. 지난 4월 4일 있었던 전체학생총회(총회)에서 본부점거안이 부결됐음에도, 총운영위원회(총운위)는 내부 논의 결과에 따라 본부점거를 추진했다. 본부점거와 같은 무거운 사안을 단순히 총운위원들 몇 명의 결정만으로 이행한 것은 다소 성급해 보인다. 이번 행정관 점거는 모든 학생들이 아닌, 소수의 학생들만이 찬성하는 행동방안이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본부의 징계 조치와 형사고발 등 강경한 태도도 학생들과의 소통의 끈을 놓으려는 결정으로 보일 수 있다.

유리창을 깨고 본부에 진입한 행위가 옳지 못함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학생들이 개인의 명예나 이익을 위해 그런 행동을 한 것이 아님도 자명하다. 누구보다 학교를 아끼고 걱정하는 사람들이기에 상당한 희생을 감수하고 그와 같은 행동을 했을 것이다. 이러한 학생들을 단호히 징계하는 것이 결코 이 사태를 해결하는 방안이 될 수 없다. 대학을 다시 교육의 장이자 지성의 전당으로 되돌릴 책무가 우리 모두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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