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제 4학년입니다. 취업만 되면 올해 졸업할 거에요. 돌이켜보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4년 동안 학교를 다니다 보니, 캠퍼스 구석구석에 제 추억이 깃들어 있네요. 동경의 대상에서 어느새 익숙함으로 변한 서울대 정문, 따땃한 봄날 짜장면 시켜먹던 버들골, 그리고 200명이서 바글바글 수업을 듣던 대형 멀티미디어동까지. 저는 사회대생이지만 인문대 신양에서 팀플도 많이 했고, 문화관에서 큰 발표도 해보았네요. 위로는 301동도 가봤고, 그 반대쪽의 국제관도 여러 번 들렀어요. 이제 눈감고도 찾아갈 수 있는 캠퍼스, 정든 캠퍼스를 떠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많이 아쉽네요.

그런데 이런 저도, 가끔은 당황할 때가 있어요. 어느날 퀵서비스 아저씨가 제게 묻더라구요. “학생, ##동은 어디 있어요?” 꽤 오래 전이라 정확한 숫자는 생각나지 않네요. 사실 오래전이라 그런 것도 있지만, 제게 생소한 숫자여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해요. 저는 16동, 58동, 83동, 28동, 25동 정도 밖에 모르거든요. 운이 좋은 날도 있었어요. 사회대(16동) 뒤쪽 주차장을 걷고 있는데, 배달원 아저씨께서 물었어요. “학생, 16-1동은 어디에 있나요?” 저는 사회대가 16동인걸 알고 있었고, 혹시나 해서 지도앱을 보았더니 16-1동이 16동 바로 옆에 있더라구요! 그래서 다행히 16-1동을 쉽게 알려드릴 수 있었죠.

여러분, 문화관이 어디있는지 아시나요? 학교 좀 다녀본 분들이라면, 자하연 앞에 있는 문화관은 유명하죠. 그럼 73동은 어디 있는지 아시나요? 73동의 다른 이름이 바로 문화관이에요. 하지만 73동의 위치를 떠올리기는 쉽지 않아요. 숫자상으로 가까운 71동은 체육관이고, 체육관은 저 멀리에 떨어져 있지요. 여러분, 그럼 302동은 어디 있는지 아시나요? 맞아요! 캠퍼스 위쪽 끝의 대명사 301동 바로 옆에 있어요. 다른 건물들도 이렇게 추론 가능한 규칙을 바탕으로 찾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외부인들뿐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행사 등의 위치가 건물의 숫자로만 공지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때마다 우리는 지도앱을 켜야 하고, 지도앱에서 해당 숫자를 찾기가 매우 힘든 경우가 적지 않죠. 기숙사 건물이나 인문대 건물, 공대 건물 등의 숫자는 어느정도 규칙적이지만, 또 많은 건물들의 숫자는 불규칙적으로 흩어져 있기 때문이에요.

“###-#”, 네 자리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학교를 크게 여러 구역으로 나눠서 첫번째 자리는 숫자나 알파벳을 붙여주고, 두번째 자리에는 각 단과대나 건물 기능별로 숫자를 부여하고, 세번째 자리에는 주요 건물을 나타내기 위한 숫자를 부여하고, ̒DASH(-)̓ 뒤에 숫자나 알파벳을 붙여서 주요건물 주변의 건물들을 구분할 수 있을 거에요. “A01”동이나 “220-A”동 등으로 표현할 수 있겠죠. 그럼 지도앱에서 필요한 건물을 금방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단순한 구분을 넘어서, 찾아가기 쉬운 이름을 가진 캠퍼스를 꿈꿔 봅니다.

김윤상
경제학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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