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로 굴러온 자본, 토박이 주민 내몰다
마을로 굴러온 자본, 토박이 주민 내몰다
  • 최소영 기자
  • 승인 2017.05.2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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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도시의 유명 관광지에 가면 실제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그곳엔 도시의 랜드마크 앞에서 사진을 찍는 관광객과 기념품 상점 앞에서 호객행위를 하는 상인들뿐이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주민들은 몰려드는 관광객으로 인한 피로감과 불편을 견디다 못해 ‘You're not welcome’이라는 팻말을 들고 시위를 하기도 했다. 이렇게 주거지역이 관광지화되면서 거주민 생활이 위협받아 결국 이주에 이르는 현상은 ‘투어리스티피케이션’(touristification)이라고 불리며 관광업계에서 화두가 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이 비단 외국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단아한 한옥들로 수많은 관광객의 발길을 사로잡는 북촌 한옥마을에도 ‘조용히 좀 해주세요’ ‘정주권 보장’이라고 써있는 팻말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이화 벽화마을의 명물인 ‘잉어계단’과 ‘해바라기 계단’이 정주권을 침해당한 주민에 의해 지워지기도 했다. 이에 『대학신문』은 국내 관광업에서의 투어리스티피케이션 현상을 해부하고 주민과 관광객이 상생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관광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우리집에 왜 왔니, 왜 왔니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 골목길로 스며들다=여행이 일상이 된 시대다. 국제관광기구(UNWTO)에 따르면 1950년 세계 각지를 돌아다닌 약 2,500만 명의 관광객은 2013년 약 10억 명으로 늘어났으며, 2030년에는 18억 명의 관광객이 지구촌을 누빌 것이라고 예견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국민의 해외여행 경험은 물론 국내여행에 대한 경험도 꾸준히 증가했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의 ‘2015년 국민여행실태조사’에 따르면 1년 중 1회 이상 여행을 떠난 국민이 87.9%에 달했다. 국민 8명 중 7명이 매년 여행을 한다는 것이다. 공정여행 사무소 ‘이매진피스’ 임영신 대표는 “IT기술의 발달로 손쉽게 여행을 계획할 수 있을뿐더러 여행의 정보가 여행객들에게 많이 노출돼 여행객의 수가 증가한 것”이라고 여행이 보편화 된 이유를 설명했다.

관광객의 수가 증가한 만큼 그 형태도 다양하게 변모했다. ‘2015 외래관광객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래관광객의 67.9%가 여행사를 통하지 않는 개별관광 형태를 보이며, 이는 여행사의 패키지 상품을 이용한 단체관광 26.2%와 크게 대비를 이룬다. 최영기 교수(전주대 관광학과)는 “자연자원 중심의 대중관광과 유·무형 문화자원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관광의 시대는 가고, 그 지역의 삶을 직접 체험해보는 관광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이라고 통계를 분석했다. 최근엔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라는 숙박공유서비스 ‘에어비앤비’의 구호처럼, 실제 그 지역의 주민이 돼보는 ‘경험’ 중심의 관광형태로 변모했다.

이처럼 ‘경험’을 하고 싶은 여행객의 발길을 끈 곳은 ‘사람 냄새’나는 소규모 단위의 마을이다. 최근 많은 관광객들이 도심 속 작은 마을로 스며들었고, 골목길에서 카메라를 들고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관광객을 만나는 일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서울 도심의 빌딩숲 사이로 자리한 고즈넉한 동네 북촌 한옥마을이 대표적인 골목길 여행지이며, 예술가들이 밀집해 특유의 풍경을 만들어가는 망원동과 연남동, 벽화마을로 유명세를 탄 수원 행궁동, 이화 벽화마을 등은 서울의 ‘핫 플레이스’다. 공정여행사무소 ‘이매진피스’ 임영신 대표는 “지나친 상업화로 소비가 중심이 된 관광지 대신 옛 향수와 정서가 깃들어 있는 마을을 찾는 것”이라고 관광형태의 변화에 대해 설명했다.

◇매력 있는 마을이 만들어지기까지=국내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는 한옥마을이다. 명물이 된 서울의 북촌 한옥마을과 연평균 1,000만 명의 관광객이 발걸음 하는 전주 한옥마을은 효자 관광지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임영신 대표는 “아파트라는 획일화된 주거형태에서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정형화되지 않은 공간에 대한 갈망이 있다”며 “삶의 원형을 잃어가는 사람들이 그것을 되찾기 위해 오래된 마을을 찾는 것”이라고 한옥마을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한옥 밀집지역의 경우 마을 거주민과 지자체가 함께 한옥의 경관을 복원하고 보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정유승 서울시 주택건축국장은 “북촌 한옥마을은 2001년 ‘북촌 가꾸기 사업’으로 시작해 민관이 협력하고 노력한 끝에 오늘날 명소로서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고 현 북촌의 모습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했다. 북촌 주민 송혜림 씨(27)는 “이곳 북촌 한옥마을 언덕길에 올라서서 뒤를 돌아보면 지대가 높은 덕에 서울의 풍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여 ‘서울의 몽마르트 언덕’이라는 애칭도 불린다”고 설명했다.

개발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모여 살던 달동네에 지자체의 도시재생 사업이 진행되면서 활기가 돌자 관광객이 하나둘씩 모여들기도 했다. 2006년 문체부가 낙후 지역 환경 개선 사업지로 선정한 이화동에서 68명의 화가들이 ‘이화마을 벽화 그리기 프로젝트’에 나섰고, 마을 곳곳에 벽화 70여 점이 그려졌다. 이곳은 특유의 아기자기한 분위기와 벽화를 배경으로 ‘인생샷’을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관광객들의 성지가 됐다. 셀카봉을 들고 이화동 벽화마을을 찾은 이선하 씨(24)는 “‘아파트 숲’으로 가득한 도시와 달리 예전의 주거형태가 보존돼 과거로 시간 여행을 온 느낌”이라며 “골목길 사이에 그려진 벽화와 가로등, 구멍가게가 어우러진 이화동만의 클래식한 느낌이 좋다”고 이화동을 찾은 이유를 설명했다.

거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만들어간 동네 특유의 정취가 담긴 곳 또한 관광객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망원동은 정감 넘치는 망원시장과 함께 망원동 일대의 맛집이 SNS에서 각광을 받으며 ‘망리단길’이라는 별명으로 유명세를 탔다. 이곳은 예술인들의 주 무대인 홍대와 가까우며 임대료가 저렴하다는 이유로 예술가들이 둥지를 틀기 시작해 특유의 자유롭고 여유로운 정취를 만들어냈다.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를 빗대 ‘연트럴파크’라고 불리는 연남동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같은 마을은 각박하고 바쁜 도시를 벗어나 ‘도심 속 쉼터’의 기능을 하며 관광객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화려한 관광지의 이면

이렇듯 관광객은 도심 속 구석구석의 골목길까지 스며들었지만 마을에 사는 거주민에게 갑작스레 찾아온 관광객이 반갑지만은 않은 존재다. 관광형태의 변화로 삶의 공간이 관광의 대상이 되면서 새로운 형태의 갈등을 낳았기 때문이다. 관광객들로 인한 지나친 소음과 쓰레기 무단투기, 사생활 침해, 임대료 상승 등이 그것이다. 임영신 대표는 “거주민들은 관광객이 유입되면 낙후된 마을의 활성화를 꾀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지만 이보다 더 큰 불편을 겪게 된다”며 “일반 주거지역이 관광지로 변하면서 거주민의 일상생활이 위협받아 결국 이주에 이르는 ‘투어리스티피케이션'(touristification) 현상을 야기하게 된다”고 관광의 이면에 대해 설명했다.

투어리스티피케이션을 관통하는 문제점은 관광이 거주민의 일상생활을 침범한다는 것이다. 관광객으로 인한 소음은 70데시벨에 달하며 이는 전화기가 울리는 정도의 소음이다. 이 같은 소음이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계속되며, 관광객이 전봇대 밑이나 대문 앞에 무단투기한 각종 쓰레기들로 거주민은 몸살을 앓는다. 뿐만 아니라 사생활 침해 문제도 심각하다. 북촌 한옥마을 주민 임경 씨(57)는 “담 너머 빨래 널고 있는 장면을 사진을 찍어간 사람도 있으며 대문을 열고 들어와 사진을 찍는 중국인 관광객도 있었다”며 “동물원의 동물이 된 기분이다”라고 사생활 침해에 관한 불편을 토로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관광지가 된 거주지는 지가와 임대료가 상승하게 돼 결국 마을의 지각변동을 야기하기도 한다. 연남동에 살던 전선우 씨(26)는 “처음에 이사 왔을 때는 보증금 3,000만 원에 월세가 60만 원이었는데 재계약을 앞두고 건물주는 보증금을 4,000만 원, 월세를 65만 원으로 인상할 것을 요구했다”며 “다른 집을 알아봤지만 6평짜리 원룸 전세금이 1억 6,000만 원인 것을 보고 감당할 수 없다고 생각해 이사를 가야 했다”고 설명했다. 망원동에 40년 동안 제자리를 지킨 사진관 ‘행운의 스튜디오’ 또한 오르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최근 문을 닫았다. 행운의 스튜디오는 오랫동안 보증금 4,000만 원에 월세 80만 원을 내고 사진관을 운영했지만 ‘망리단길’이 SNS에서 유명세를 타며 월세는 2.5배인 200만 원이 됐다. 살인적인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문을 닫은 행운의 스튜디오 자리엔 인형뽑기방이 들어섰다. 이 같이 관광지화로 인한 지가와 임대료 상승으로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거주민과 영세 상인은 마을을 떠나게 됐다. 임영신 대표는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것은 대형프렌차이즈 뿐”이라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마을의 특색은 사라지고 대형 프렌차이즈와 ‘돈 되는’ 상점만 남는 마을 공동화 현상이 생긴다”고 목적 없는 마을 관광개발은 도시 생태계 위협을 초래한다는 점을 설명했다.

지나친 관광지화로 인한 피해는 거주민뿐만 아니라 관광객에도 돌아간다. 관광에는 외적 인프라와 내적 시스템이 구축돼야 하지만 무분별한 개발로 충분한 인프라가 부재한 것이 국내 관광업의 민낯이다. 임영신 대표는 “국내 관광업은 관광객 유치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실제 관광객을 위한 볼거리 제공과 편의시설의 확충은 뒷전의 일처럼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북촌의 경우 정부가 북촌을 ‘북촌 8경’으로 지정해 거대 자본을 투입하고 단체관광상품을 개발하는 등 관광객 유치에 심혈을 기울인 반면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한 관광안내소는 한 개에 불과하며 공용화장실은 단 한 군데도 없다. 오로지 ‘돈 되는’ 카페와 편집샵, 음식점뿐이며 편의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벽화와 어린왕자 조각상으로 유명한 부산의 감천마을도 같은 상황이다. 감천마을을 다녀온 김주은 씨(23)는 “주차공간도 부족하고 화장실도 북적이는 관광객에 비해 부족했다”며 “경사가 심한 길 난간에 철이 중간중간 빠져있어서 위협적이었다”고 불편했던 여행기를 회상했다.

사진 ➊ 벽화 앞에서 기념사진을 남기고 있는 중국인 관광객. 벽화가 그려진 건물은 한 가정집이다.
사진 ➋ 이화 벽화마을의 명물인 ‘해바라기 계단’이 지난 5월 정주권을 침해 당한 주민들로부터 지워졌다. 마을 곳곳의 전봇대엔 ‘조용히 해주세요’라는 안내판이 각국어로 게시돼있다.

마을의 주인은 누구인가

◇얽히고설킨 이해관계=이같은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마을을 관광지화한 주체가 거주민이 아닌 상권의 가능성을 본 외부인 혹은 지자체라는 점이다. 그렇기에 마을이 관광지화되는 과정에서 마을 거주민의 정주권이 우선시 되기보단 관광으로 인한 이익창출을 주목적으로 두게 된다. 마을공정여행 사무소 ‘아트버스킹’ 김경서 대표는 “도시재생 혹은 개발의 논의 과정에서 꾸려지는 협의체에 포함되는 사람은 해당 지역 구성원의 10%에 불과하다”며 “그마저도 건물주만 협의체의 구성원이 될 수 있고 세입자에 불과한 거주민은 의견을 주장할 권리조차 없는 구조”라고 기형적인 마을 관광개발 과정을 설명했다. 임영신 대표는 “벽화마을의 경우도 주민들이 원해 자발적으로 벽화를 그린 것이 아니라 마을을 대상화하고 타자화한 것”이라며 “이런 과정에서 주민들과의 충분한 논의가 없을뿐만 아니라 주민들에겐 거부할 권리가 없다는 것이 국내 관광업의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마을관광을 둘러싼 오래된 갈등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지지부진하게 이어져 온 것은 거주민과 마을에서 상업활동을 하는 상인, 건물주 각자의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김경서 대표는 “상인과 건물주의 경우 관광화를 통한 관광수익, 임대료 상승을 기대하기 때문에 적정 수준의 관광화는 찬성하는 입장”이라며 “반면 거주민의 경우 마을이 관광지화 되면 정주권이 침해받을 뿐더러 관광으로 인한 수익이 거주민에게 돌아가지 않기에 관광지화를 반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이화동은 그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대표적인 예다. 이화동은 당초 재개발 지역으로 고층 아파트 건립이 추진됐었지만 논의 끝에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산됐다. 이후 재개발 사업 대신 기존 건물은 그대로 보존한 채 낙후된 환경을 재정비하는 재생사업이 진행됐다. 장병권 교수(호원대 호텔관광학부)는 “재개발 사업이 무산되자 개발이익을 기대했던 건물주들은 크게 반발했었다”며 “이와 반대로 상인들은 벽화 마을로 동네가 유명해진 이후 관광객이 많이 찾아와 수익이 늘었기 때문에 현재 상태가 보존되는 재생사업을 지지하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건물주와 달리 거주민들은 재개발이 돼도 재정착의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야 할뿐더러 개발이 아닌 재생사업이 진행돼도 관광객이 더 많이 유입돼 불편함이 커져 정주권이 침해된다”며 “이런 거주민의 입장을 고려한 논의는 부재하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자본이 돼버린 우리 마을=마을 관광이 주목을 받으면서 마을은 ‘돈벌이’의 수단이 됐고 이를 심화시킨 것은 숙박업의 성행이다. 공유경제의 대표 격인 '에어비앤비'가 본래의 목적과 다르게 투어리스티피케이션의 한 몫을 담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3년 말 2천여 곳이던 국내 에어비앤비 숙소는 올해 8월 1만 8천 곳으로 약 9배 늘어났다. 이는 서울에 1만여 곳, 제주에 2천여 곳으로 관광객이 많이 모이는 지역에 밀집돼있다. 여타의 숙박업체보다 저렴하게 숙박을 할 수 있으며 현지인의 집을 빌려 그들이 살고 있는 동네를 거니는 색다른 기회를 얻는다는 점에서 관광객에게 인기지만 이로 인해 실제 해당 동네에 살고 있는 거주민은 불편을 겪는다. 임영신 대표는 “월세보다 관광객에게 방을 빌려주는 것이 더 수익이 높기 때문에 너나 할 것 없이 에어비앤비 사업에 뛰어들었다”며 “그 결과 임대료가 치솟아 시민의 기본권인 거주권이 침해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마을 관광이 주목을 받으면서 게스트하우스까지 소규모 단위의 마을로 들어서게 됐다. 이로 인해 물가가 상승하게 되고, 관광객 중심의 상점들이 들어서면서 주민들의 일상은 변화하게 됐다.

한옥의 미관을 위한 건축물 규제는 확립돼 있지만 그 이후 관광지화가 됐을 때 생기는 문제를 위한 개선책이나 규제는 소극적이다. 정부는 문화적으로 보존가치가 큰 건축물을 역사미관지구로 선정해 무분별한 개조를 규제한다. 북촌 한옥마을은 서울의 대표적인 역사미관지구로,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유일무이한 마을이 됐다. 하지만 이는 관광객들의 ‘무료’ 관광 명소가 돼버렸다. 뿐만 아니라 마을 관광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여행사에선 이를 상품화하기도 했다. 민관이 협력해 보존해온 유서 깊은 동네가 관광 명소의 ‘제물’로 전락해 오히려 미관이 훼손되는 것은 모순적이다. 임영신 대표는 “서울시와 거주민이 협력해 29년 동안 보존해온 마을이 결국 관광객의 무료 관광 명소가 된 것은 웃지 못할 일”이라며 “관광에 대한 인식이 ‘상업’으로 전제돼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옥의 미관을 위한 건축물 규제는 확립돼 있지만 그 이후 관광지화가 됐을 때 생기는 문제를 위한 개선책이나 선행되는 규제는 없는 상황이다.

거주민과 관광객, 함께 걷는 길 만들기 위해선

갈등을 외면한 채 소통 없는 탁상공론으로 만들어진 정책과 무분별하게 개발된 마을관광에 분노한 주민들은 직접 행동에 나섰다. 소음과 쓰레기 무단투기 등 정주권 침해를 입은 이화동 주민들은 이화 벽화마을의 명물이라 불리는 ‘잉어 계단’과 ‘해바라기 계단’을 페인트로 덮어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주민들이 스스로 자생을 위한 방안을 찾아 연대하는 움직임도 있었다. 40년 동안 망원동에서 거주해온 토박이 류승완 씨(40)는 지난 9월 페이스북에 ‘<망원동 길> 잃어버린 이름 찾기 프로젝트’ 그룹을 개설했다. 류승완 씨는 “‘망리단길’이라는 별칭이 붙으면서 지역 임대료 상승에 영향을 끼쳤고 이는 전체적인 물가 상승도 야기하게 된다”며 “지속적인 소비 여건 마련을 위해 지역 주민들과 해결방안에 관해 지속적인 소통하고 방안을 논해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이 마을을 둘러싼 갈등의 해결을 위한 첫 단추는 거주민과 관광객의 ‘상생’을 위한 마을관광정책 수립이다. 지난해 9월 관광명소가 된 마을 거주민의 정주권을 보장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서울특별시 관광진흥 조례’가 가결됐다. 조례안에는 서울 시내 주거지역 관광명소 중 관광객으로 인한 거주민 피해가 심각한 지역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해 실태조사와 개선사업을 지원하는 정책이 담겨있다. 개선사업으로는 쓰레기 무단투기, 불법주차 및 소음 문제 해결 등이 있다. 하지만 이런 정책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임영신 대표는 “프랑스의 경우 파리는 400개 보호 상업 구역을 지정해 반찬 가게, 세탁소, 정육점 같이 주민에게 필요한 업소는 임대료 등을 지원해 보호하고 있다”며 “이 같이 거주민의 기본 생활권을 보장하는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마을 관광개발에 있어서 거주민과 임차인, 지자체 간의 균형적인 논의도 필수적이다. 문제가 가속화된 원인은 관광지의 목적과 가치가 오로지 돈으로 환산된다는 것이다. 최영기 교수는 “지역의 개발은 지역의 발전을 추구하는 거주민의 의지에서 출발하지만 그 정도가 지역의 물적 자원과 인적 자원의 한계를 넘으면서 시장경제 원리가 작동하게 된다”며 “자본이 유입되면서 개발의 목적이 도시 생태계가 아닌 관광으로 인한 수익이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60년간 한국의 발전 양상 과정에서 중심이 되는 가치는 ‘공존’이 아닌 ‘개발’이었고 관광산업 또한 이익 창출에만 힘을 기울였다. 그렇기에 마을 관광으로 인한 이익과 긍정적인 영향이 순환적으로 돌지 못해 투어리스티피케이션과 같은 문제가 대두된 것이다. 장병권 교수는 “지속가능한 관광은 기존의 관광객, 관광산업, 관광자원뿐만 아니라 지역사회가 중요한 구성요소라는 점에서 이 요소 간의 선순환 관계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서 대표는 “그 지역에 실제 거주하고 잘 알고 있는 주민이 주도하고 지자체가 협력하는 구조의 마을관광이 개발돼야 한다”고 말했다.

투어리스티피케이션 문제가 대두되고 심화되면서 민관이 협력해 지속가능한 관광 거버넌스를 만들어가려는 노력도 있다. 대표적인 사업으로는 문체부의 ‘관광두레’가 꼽힌다. 관광두레는 지역주민이 스스로 숙박부터 관광객을 위한 여행기획까지, 지역 고유의 특색을 지닌 관광사업체를 만들고 운영하는 주민 주도의 공동체 기업이다. 이는 정부차원의 지원과 탄탄한 인프라, 그리고 주민 주도 관광상품 개발의 창의성이 시너지 효과를 내며 지역의 지속가능한 마을관광 개발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사람들이 특정 마을을 찾아가는 이유 중 하나는 지역 주민들이 일궈놓은 그 마을만의 고유한 특성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각 마을의 주민들의 일상이 무너지고 무분별한 관광지화가 진행되면 관광지의 가치는 저하된다. 즉 ‘지속가능한 삶’이 되지 못한다면 ‘지속가능한 관광’ 또한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관광이 보편화 된 만큼 많은 사람들이 현지인과 관광객 사이에서 수없이 역할을 바뀌며 산다. 그렇기에 지속가능한 관광에 대한 논의는 특정 소수가 아닌 다수를 위한 논의이며, 이 논의는 계속 이어져야 할 것이다.

사진 ➌ · ➍ 주거지 외벽엔 붉은색 글씨로 ‘사람답게 살고싶다’라며 정주권 침해로 고통받는 주민들의 항의가 담겨있다. 이에 반해 이화벽화마을 입구의 기념품점에선 ‘눈치보지마! 막놀아! 막찍자!’라는 무책임한 문구가 써있다.

사진: 윤미강 기자 applesour@snu.kr 삽화: 이은희 기자 amon0726@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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