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홍림 교수
농생명공학부

관악산 자락을 품고 있는 농업생명과학대학의 한 연구실에서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는 최홍림 교수(농생명공학부)를 만났다. 최 교수는 “그동안 몸담고 있던 학교에 대한 예의”라며 대학신문과의 인터뷰에 흔쾌히 응했다. 정년 퇴임 소감을 묻자 “계속 해오던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 아직 정년퇴임이 실감나지 않는다”고 답해 연구자로서의 열정을 느끼게 했다.

그는 교수로 재직하면서 축산기반시설을 다루는 환경생태공학을 연구했다. 그가 환경생태공학에 발을 들인 계기는 전공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됐다. 학부시절 농공학을 전공할 당시 농공학과가 공대의 토목과와 기계과의 모습과 차별화되지 않았던 것을 보고 실망한 그는 농공학의 고유특성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최 교수는 “공학을 농학에 접목시킬 방법을 생각하던 중 가축 사육 시설에 대한 연구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가축을 기르던 축산현실을 접하게 됐다”며 “이를 계기로 축산 기반 시설을 연구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1세대 환경생태공학자가 된 최 교수는 한국의 축산기반시설 연구의 터를 닦았다. 그는 미국 유학 시절 배워온 축산환경학을 우리나라 환경에 맞게 적용해나갔다. 그가 우리나라에서 연구한 축사환경조절, 축사 내 악취제거, 가축분뇨 처리 등은 얼핏 서로 다른 것을 다루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들은 결코 다르지 않다. 최 교수는 “돼지에 사람을 대치시켜 이해한다면 축사는 집을, 가축분뇨 처리 시설은 가정하수 처리시설이 된다”며 “돼지가 길러지는 축사 전반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고 축사환경연구에 대해 설명했다. 한국 환경생태공학 연구의 기반이 된 그의 연구를 연구실 제자들이 다음 세대가 돼 각각의 분야를 맡아 세부적인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최 교수는 정년퇴임을 앞두고 학교 구성원들에게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학생과 연구원들에게는 단순함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최 교수는 “하루가 무섭게 급변하는 사회에서는 유행을 좇기보다는 설령 그 시장의 규모가 작더라도 자기 본성에 맞는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타인에 떠밀려 다른 것에 한눈팔지 않고 단순하게 자기의 길을 걸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1세대 환경생태공학자가 된 것도 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학교 측에는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에 대한 바람을 드러냈다. 최 교수는 “학생들이 학업에 집중하고 원하는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절실하다”며 “학교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애정이 담긴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그의 바람대로 학내 구성원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이 세운 길을 따라 우직하게 나아가 더욱 학문의 다양성이 확장되는 서울대가 되길 기대해본다.

사진: 윤미강 기자 applesour@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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