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초등교원 임용대란 사태

지난달 초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발표한 초등학교 신규 교사 임용인원은 총 3,321명으로, 5764명을 뽑았던 작년과 비교해 43%나 감소해 임용고시 준비생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특히 서울시의 선발 인원이 지난해 846명에서 80%가량 감소한 105명으로, 경기도가 1,836명에서 868명으로 줄어드는 등 교대생들의 선호도가 높은 수도권 지역의 신규 교사 임용인원이 대폭 감소했다. 이에 임용 정원 축소 방침이 알려진 지난달 초부터 지금까지 교대생들의 반대 집회가 연이어 열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난달 4일 열린 서울교대의 반대 집회에 등장한 ‘엄마 미안 나 백수야’와 같은 피켓이 이미 심각한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는 다른 청년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한다고 지적되면서 교대생들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기도 하는 등 사회 각계에서 큰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학신문』에서는 임용대란 사태가 불거진 지 한 달이 지난 현 시점에서, 이 사태가 발생하게 된 배경을 확인하고 지금껏 제기된 해결책들이 과연 유효한지 점검해봄으로써 앞으로 우리나라 교원 수급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보기로 한다.

덮어놓기 급급했기에 예견됐던 정책 실패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은 이번 임용대란 사태를 저출산 현상이 지속됨에 따라 학생 수가 꾸준히 감소해왔기에 내린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초등학생 수는 이미 지난 2008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해 2013년 무렵엔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에 이번 임용대란 사태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지적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김동석 정책본부장은 “그동안 저출산 현상에 대비한 중장기적인 교원 수급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연구용역은 꾸준히 실시돼왔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이는 사실상 교원 수급 정책의 실패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작금의 임용대란 사태가 터질 때까지 왜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수수방관하고 있었던 걸까. 송기창 교수(숙명여대 교육학부)는 “그간 중장기적인 수급 계획을 고려하지 않고 정치적인 고려에 따라 임용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는 청년 실업률을 낮춘다는 기조 하에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로 꼽히는 교사 정원을 줄이는 데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에 따라 지속적으로 일선 학교에서 수용할 수 있는 인원보다 많은 수가 뽑혀왔고, 발령 대기 상태에 있는 교사들이 적체되다가 한계에 이르러 이번 사태가 터졌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소재 대학 초등교육과의 A 교수는 “아무리 이전 정권의 잘못으로 발생한 문제라 하더라도 이렇게 예측할 수 없는 급격한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무모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수도권으로 몰리는 예비교사, 그들의 이기심 탓인가?

급격한 임용 정원 감소로 수많은 교대생들의 반발을 불러온 수도권 지역과 달리, 강원도나 도서 지역이 많은 전라남도 등 지방에선 오히려 교사 수요보다 지원자가 더 적은 것이 현실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며 임용대란이 불거진 직후 페이스북 ‘서울교대 대나무숲’에 ‘지방은 죽어도 가기 싫다’는 취지의 글이 올라오며 교대생들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일기도 했다. 송기창 교수는 “청년들의 취업 자체가 어려운 현 상황에서, 지방은 미달인데 수도권만 배려할 수는 없기 때문에 수도권 정원을 늘려달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전국교육대학생연합 박정은 의장 역시 “교육이 필요한 곳에 교사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점은 교대생으로서 반성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교대생들이 수도권으로만 몰리고 지방을 기피하게 만드는 구조적인 문제가 여전하다는 점에서 이 문제를 교대생의 이기심만으로 설명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김동석 본부장은 “현실적으로 농어촌 학교에 근무할 경우 제공되는 추가수당이나 승진 가산점, 관사 등의 혜택이 너무 부족해 교사들이 꺼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추가수당의 경우 주말마다 집을 오가는 교통비만도 못한 실정이고, 승진 가산점은 그 비중이 작아 농어촌 학교 근무에서 얻는 이익이 적다. 관사 또한 시설이 노후화됐으며 지난해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경비 인력이 없어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남자 교사들이 농어촌 지역에서 일정 기간 동안 근무하면 군 복무로 인정해주는 RNTC 제도 또한 폐지되면서 예비교사들의 지방 기피 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 지방 교대생이 수도권으로 올 경우 가해졌던 불이익이 헌법소원으로 사라지면서, 지방 교대생들까지 수도권 임용 경쟁에 뛰어들며 쏠림 현상이 가속화됐다. 김동석 본부장은 “현실적으로 교육자로서의 열정과 사명감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기 때문에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지방으로 갈 수 있도록 교육여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른 아침, 적막한 서울교대 캠퍼스에 임용대란 사태에 반발하는 플래카드가 펄럭이고 있다.

서울교대 건물 벽면에 임용대란 사태와 관련해 빠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어 있다.

예비교사들의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려면

이와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한 학급에 두 명의 교사를 배치하자는 ‘1교실 2교사’ 제도를 대책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그 현실성과 적절성 측면에서 많은 논란을 낳고 있다. 박주호 교수(한양대 교육학과)는 “1교실 2교사 제도는 교사를 배만큼 필요로 한다”며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한 우리나라 교육 재정에 막대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교육의 질 측면에서도 지적이 잇따랐다. 김동석 본부장은 “두 교사 간에 교육관이나 교육 방식의 차이로 갈등이 생겼을 때 이를 해소할 수 있도록 권한과 책임이 분담돼야 하는데 그 처리가 쉽지 않을 것”이라 지적했다. 실제로 이명박정부 시절 도입됐던 복수담임제가 이러한 이유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흐지부지된 전례도 있다.
교대생들의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단일 교과만을 담당해 가르치는 교과전담교사를 늘리는 방안이 거론되기도 한다. 서울의 사례를 살펴보면, 실제로 3학급당 최소 0.75명의 교과전담교사를 두라고 규정한 현행법이 있지만 서울시교육청이 학급당 교과전담교사 수를 추산하는 과정에서 학교별 모자른 교과전담교사 수를 합산하는 것이 아닌 서울시 관내 학교 전체로 따져 계산하는 방식으로 부족한 교원 수를 대폭 줄인 바 있다. 서울교대 비상대책위원회 이다연 위원장은 “교과전담교사의 수를 다시 늘리면 임용 정원이 늘어나 임용대란이 해소됨과 동시에 교육의 질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원을 급격히 줄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라도 일단 임용고시 합격 정원을 원상회복까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다시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송기창 교수는 “발령 대기 상태에 있는 예비교사들의 적체는 늘어나겠지만, 임용고시 정원을 향후 수년간 조금씩 안정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시 임용대란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무계획적으로 교원을 뽑아온 탓에 현 사태가 발생한 것이니만큼, 근본적으로 임용대란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선 향후 중장기적인 교원 수급 정책을 세워 이에 따라 교원을 양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비록 학생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고는 하나 그 폭이 줄어드는 추세라 학생 수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편이고, 아직 교사 1인당 학생 수나 학급당 학생 수가 OECD 평균에 비해 높다는 점에서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교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실제로 박현정 교수(교육학과)도 지난 2013년 교육부에 제출한 연구보고서인 「2014-2025년 초·중등교원 중장기 인력수급전망 및 교원의 적정배치방안」에서 이와 같은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교육과정의 내실 있는 운영을 위해 요구되는 적정한 한 학급당 학생 수를 달성하기 위해 현재에 비해 11,711명의 추가교원이 더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자료만 보면 우리나라의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16.9명으로 OECD 평균인 15.1명과 비교했을 때 1.8명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이다연 위원장은 “16.9명은 다른 나라와 달리 교장 및 교감을 포함한 수치”라며 “농어촌과 수도권 지역의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불균등하다는 점도 고려했을 때 오히려 교원 수의 증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교원 수급 계획을 마련하는 것을 넘어서 교원 수급 방식 자체를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각 지역에 흩어져 있는 교대를 통합해 전국 통합 교대 네트워크를 만들자는 제안도 나온다. 박주호 교수는 “모든 학생들이 자신이 원하는 지역에서 임용될 수는 없다”며 “전국 통합 교대 네트워크를 만들면 지금과 같은 수도권 쏠림 현상은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송기창 교수는 “당장 학과 간 교류도 쉽지 않은데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전국의 교대가 모여 통합 네트워크를 만든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며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더 나아가 지금과 같이 교대라는 초등교원 양성만을 목적으로 하는 별도의 특수목적대학에서만 신규 교원을 임용하는 폐쇄적 시스템을 탈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대학의 특성상 한번 만들면 없애거나 그 정원을 줄이기 어렵기 때문에, 학생 수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폐쇄적인 양성 시스템이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박주호 교수는 “교대에 가면 오로지 초등학교 교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만 배우기 때문에 초등학교 교사 외의 다른 길은 생각할 수도 없다는 것이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면서 “미국과 같이 교육과정을 폭넓게 만들어서 교대에서도 얼마든지 다른 진로를 찾아나갈 수 있는 교원 양성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용대란이 불거진 지 한 달여가 지났지만 아직도 논란은 뜨겁다. 각 시도교육청이 교육부와 협의를 거쳐 최종적인 임용 정원을 발표할 오는 14일(목)까지 교대생들은 교육부 앞 1인 시위와 입법 청원 등의 활동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교대생 대표와의 대화 이후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들이 교육부를 방문해 교원 증원에 대한 협의를 요청했지만, 교육부는 예산 문제로 난색을 표한 바 있다. 더 나은 교육환경이라는 이상과 예산 제약이라는 현실 사이에서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이 어떤 선택을 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 윤미강 기자 applesour@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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