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문제, 안해도 문제

찬성, "고교간 학력 격차 존재하는 것이 현실" 

반대, "지식과 학벌까지 세습돼야 하는가"


일부 대학이 '고교등급제'를 실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2005년 1학기 수시모집에서 연세대, 고려대, 이화여대의 합격자 비율이 서울 강남지역에 편중됐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연세대와 이화여대가 기초서류평가에서 최근 3년간 고교별 지원자․입학자 등을 정리한 자료를 활용했고, 고려대는 출신고의 최근 3년간 진학자 수와 수능성적을 석차백분위, 서류평가에 반영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해당 대학들은 "고교등급제를 실시하지 않았다"며 부인하고 있다. 연세대 백윤수 입학처장은 "지원자의 출신 지역을 감안한 것이 아니다"라며 "기초서류평가에서 과학고와 외국어고, 일반고를 구분해 정시에 합격한 학생의 내신성적을 분석한 자료를 활용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고려대도 기자회견을 통해 "지역차․경제적 차이에 따른 고교등급제를 한 적도 없고 앞으로 할 계획도 없다"고 발표했다. 특목고와 강남권 학생이 수시 1학기 합격자의 절반이 넘는 이화여대는 "올해 강남권 합격자의 비율이 높은 것은 수능에 자신이 없는 서울 강남의 상위권 학생이 지원을 많이 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서울대에서는 "입시는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정운찬 총장의 발언과 "계층간의 대립․이념적 갈등으로 문제가 비화돼 해결이 더 어려워진다"는 김완진 입학관리본부장의 발언이 있었다.

 

이러한 고교등급제 논란에 대한 대학가의 반응은 다양하다. 민주노동당 이기중 서울대 학생위원장은 "고교등급제는 '잘 사는 지역'을 우대하는 결과를 낳는다"며 "학생의 서열화를 부추기는 현재 입시가 근본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총학생회 최종현 교육개혁위원장(외교학과․01)은 "대학은 우수한 인재를 뽑는 것보다 길러내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고교등급제에 대한 반대입장을 밝혔다. 이화여대 총학생회장 김경희씨(보건교육과․00) 역시 "고교등급제는 강남권 및 일부 특목고, 비평준 지역의 명문고 학생들에게만 혜택을 주는 것이며 이는 부모의 재력에 의해 결정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상헌씨(성균관대 한문학과․03)는 "고교등급제는 부의 세습뿐만 아니라 지식 및 학벌의 세습까지 일어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장효주씨(고려대 언어학과․03)는 "고교등급제는 학생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반영한다기보다는 환경에 따라 점수를 매기는 제도"라며 한계를 지적했다.

 

그러나 찬성 의견도 적지 않다. 강남 8학군 고등학교를 졸업한 최수철씨(K대 경영학과․01, 가명)도 "학교간 학력차이는 엄연히 존재한다"며 고교등급제를 찬성했다. 이대건씨(광주교대․04)는 "고교등급제에 찬성하는 대다수가 강남과 일부 지방 명문고 학생인 것은 사실" 이라면서도 "내신 부풀리기가 엄존하는 등 공정한 내신 평가가 이뤄지지 않는 현 상황에서 고교등급제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김일훈씨(인하대 생명과학과․03)는 "현실을 고려,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먼저 객관적 평가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등학생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강남 8학군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김정원군(C고․3학년, 가명)은 "우리 학교가 대학 입시에서 어느 정도 프리미엄을 받는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8학군의 전교 1등과 지방의 전교 1등 모의고사 점수가 60점 이상 차이나는 현실에서 8학군의 학생이 어떤 배려도 받지 못한다는 것이 오히려 역차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효선양(대전 유성여고․3학년)은 "선배들의 성적이 학생 개인을 판단할 근거가 될 수는 없다"며 고교등급제를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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