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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장애인 농성 5년의 역사, 쉼표를 찍다[현장스케치] 광화문역 장애인 농성 중단 선언, 그 현장으로

드디어 한숨 고를 수 있게 됐다. 5년 동안 광화문 역사에서 농성해온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공동행동)의 얘기다. 지난 5일(화) 광화문 광장에서 공동행동의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광화문 무기한 농성’을 공식적으로 마무리하는 집회가 열렸다. 그들의 간절한 외침에 국가가 응답했기 때문이다. 『대학신문』은 작년 8월 ‘일상이 돼버린 농성장’을 들러 그들의 이야기를 전했고, 지난 5일 광화문을 다시 찾아 ‘일상으로 되돌아가는 농성장’과 함께했다.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 집행위원들이 광화문 광장으로 나와 농성 중단 축하공연을 보고 있다.

1,842일의 역사를 쓰다

2012년 8월 21일, 공동행동은 18대 대선을 앞두고 ‘장애인 3대 적폐’(장애등급제·부양의무자기준·장애인수용시설)을 철폐하자는 의견을 모아 정부에 반영하기 위해 무기한 농성을 시작했다. 양유진 공동행동 집행위원은 “5년 동안 농성이 계속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지나가는 시민과 연대자들의 응원이 있었지만 정부에게 외면받는 외로운 투쟁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5년간의 농성 중에 3대 적폐라는 사각지대에 놓여 세상을 떠난 18명의 희생자가 발생했지만 국가는 그들의 삶과 죽음 어느 쪽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특히 2014년 4월, 중복 장애 3급 판정을 받아 활동지원서비스를 신청할 수 없었던 송국현 씨는 화재 현장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결국 사망했다. 장애등급제의 허점을 드러낸 이 사건을 기점으로 문형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수차례 면담을 요청했지만 매번 묵살됐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그간 정부는 면담은커녕 희생자들에 대한 사과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행히 지난달 25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농성장을 찾아 희생자들을 조문하고 헌화한 뒤 장애등급제의 단계적 폐지와 이를 논의할 민·관 협의체 구성을 약속하면서 공동행동은 농성 중단을 결정했다. 이날 공동행동은 농성장 한편에 놓아둔 이들의 영정사진을 광화문 광장으로 올렸다. 사회를 맡은 공동행동 한명희 집행위원은 희생자들을 죽음으로 내몬 복지정책의 허점을 지적하며 18명의 이름을 하나씩 불렀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지난 5년의 투쟁은 역사”라며 “여러분은 눈물과 투쟁으로 가득 찬 승리의 역사를 썼다”고 축하의 말을 전했다.

연대, 역사를 물들이다

공동행동이 5년의 역사를 쓰는 동안 묵묵히 이들 곁에서 도움을 준 단체도 많다. 매일 농성장에 따뜻한 밥을 제공한 무료급식단체 ‘달려라 밥묵차’와 ‘세상을 꿈꾸는 밥차 밥통’은 이날도 본 집회에 앞서 참가자들에게 무료 식사를 제공했다. 농성장 안에서 장애 진료와 치료를 맡아온 ‘참의료실현 청년한의사회’ 또한 농성 마지막 날을 함께했다. 작년 『대학신문』이 농성장을 찾은 날 행사에 참여한 뒤 본격적으로 연대에 참여했다는 참의료실현 청년한의사회 김의종 대표는 “진료를 하면서 현 장애인 제도의 문제점을 알게 됐다”며 “앞으로 계속 장애인분들의 인권보장을 위한 활동에 같이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끝난 농성과 계속되는 투쟁

농성은 끝났지만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양유진 집행위원은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100만 서명운동’도 끝나지 않았다”며 “3대 적폐가 완전히 폐지될 때까지 투쟁은 계속될 것이고 언제든 농성에 나설 준비가 돼있다”고 밝혔다. 공동행동은 앞으로 농성에서 벗어나 일상적인 장애 인권 활동을 할 예정이다. 더불어 박 장관이 제안한 민·관 협의체의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또한 이에 대한 감시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농성 중에 제시한 대안들을 정책으로 녹여 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장애인 인권보호가 거스를 수 없는 일반적인 담론이 될 때까지 협의체 안팎에서 열심히 투쟁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집회 내내 “이번 농성 중단이 투쟁의 끝이자 새로운 시작”이라는 말이 반복적으로 나왔다. 이들의 말처럼 장애인 처우에 대해선 아직 제도적·사회적·의식적 개선점이 많이 남아있다. 집회 말미에 나온 ‘인간으로 대접받고 싶다’는 절규는 단순히 제도의 개선을 울부짖는 것이 아니다. 장애인을 하나의 인격체로 바라보고 그들의 투쟁을 지지해 달라는 뜻이다. 이들의 끝나지 않은 투쟁에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국가의 적극적인 제도 개선이 발맞추길 기대해본다.

사진: 박성민 기자 seongmin41@snu.kr

심준범 기자  junbum0129@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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