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당이 싫어요'는 작문 ?

1968 년 12월11일자 조선일보 3면에 실린 '"공산당이 싫어요" 어린 항거 입찢어'기사는 1973년부터 1981년까지 초등학교 6학년 도덕 교과서에 실리는 등, '반공 의식 고취'에 큰 역할을 해왔다. 당시 보도기사는 강원도 평창군 이석우씨의 차남 이승복군(당시 15세)이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며 저항하자 무장공비가 승복군의 입을 찢어 살해했다고 전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 기사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해 왔다. 김종배 전 미디어오늘 편집국장은 1992년 『저널리즘』 가을호에서 현장 목격자인 이승복의 형 이학관씨가 "현장에서 조선일보 기자를 만난 적이 없다"고 증언한 인터뷰 기사를 실어 조선일보의 '작문기사' 의혹을 제기했다. 1998년 8월에는 언론개혁시민연대(언개연)가 '언론계 50대 허위․왜곡 보도'를 선정하면서 이 사건을 대표적인 '작문기사'로 지목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1998년 9월 28일자 신문에서 "북한 무장공비로부터 30여 군데를 찔린 이학관씨가 우리집으로 몸을 피해, 승복이가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말한 뒤 살해됐다고 얘기했다"는 이승복 일가의 이웃 주민 서옥자씨 증언을 보도해 반박했고, 『월간조선』 10월호에서도 사건이 실제로 일어났음을 증언하는 이학관씨의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조선일보 기자가 현장을 취재하지 않았다는 의혹 제기돼

6 년간 끌어온 법정 공방…오는 28일 항소심 선고 예정

이후에도 공방은 계속됐다. 1998년 11월, 조선일보는 김종배 전 미디어오늘 편집국장과 당시 김주언 언개연 사무처장에게 명예훼손 혐의와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2002년 9월 3일 형사1심 재판부는 "사건 관계자들의 증언과 현장취재 사진으로 보아 기자가 현장을 직접 취재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어렵다"며 피고인 측의 유죄를 인정해 각각 징역 10월과 징역 6월의 집행유예를 선고했고, 피고인 측은 이 판결 직후 항소했다.

2004 년 6월 민사 1심 재판부는 조선일보의 소송에 대해 "강인원 당시 조선일보 기자가 현장에 있었다는 것이 인정되지만, 피고가 언론으로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는 점이 인정되고, 피고 측이 제시한 자료를 볼 때 원고가 현장에 없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 관계자는 "기사가 사실이라는 것은 이미 밝혀졌고, 기자가 현장에 있었다는 것도 입증됐다"며 "항소심에서 김종배 전 편집국장과 김주언 전 언개연 사무처장의 명예훼손 의도만 밝혀지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원고의 변호를 맡고 있는 김형태 변호사는 "현장에 있던 경향신문 강한필 기자가 강인원 기자를, 경향신문 이봉섭 사진기자가 조선일보 노형옥 사진기자를 만난 기억이 없다고 증언하는 등 조선일보가 당시 현장을 취재하지 않았다는 충분한 증거 자료가 있다"고 변론 요지서를 통해 주장하고 있다.

 형사 항소심 선고는 오는 10월 28일(목)로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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