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예술주간‘ 리포터스 초이스
‘서울대 예술주간‘ 리포터스 초이스
  • 문소연 기자, 정명은 기자, 황지연 기자
  • 승인 2017.09.17 0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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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서울대 예술주간

전시와 음악 연주, 시낭송과 연극 등 다양한 문화행사들이 지난 일주일 동안 캠퍼스를 가득 메웠다. 전공자부터 비전공자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2017 서울대 예술주간은 올해 연건캠퍼스에서도 진행됐다.



Dance on the Piano

피아노 한 대만이 우두커니 놓인 무대에 발레리나가 등장한다. 피아노 반주가 시작되고, 발레리나는 음악의 전개에 따라 수려한 몸짓으로 하나의 서사를 만들어 낸다. 발레리나는 첫 곡인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에 맞춰 순결의 상징인 백조와 이를 방해하는 흉악한 흑조를 오가며 하나의 극을 이끌어간다. 이어진 생상의 ‘동물의 사육제-백조’에서도 마찬가지다. 유연한 춤선으로 부드러운 분위기를 표현하지만, 때론 크고 거친 동작으로 역동적인 몸짓을 연출하며 이내 작은 무대를 가득 메웠다.

‘피아노와 춤’이라는 주제로 꾸며진 이번 공연은 단지 피아니스트와 발레리나의 콜라보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피아노가 ‘춤’의 주체가 되기도 한다. 이후 연주된 독일의 작곡가 라헨만의 ‘구에로’는 음계를 나타내는 보통의 곡들과는 달리 건반을 긁고 현을 튕기는 등 연주의 연극성과 역동성이 주가 된다. 그리고 이는 하나의 춤사위를 연상케 한다. 처음엔 당황한 얼굴로 물음표를 던졌던 관객들은 곧 피아니스트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공연의 제목 ‘Dance on the Piano’처럼 피아노 건반 위는 유려한 춤으로 물들었다. 각자의 무대에서도 돋보이는 그들이지만, 한 무대에서 함께 만들어 내는 시너지는 더욱 강렬하다. 피아니스트의 손끝에서 피어나는 춤사위에 당신도 매료될 것이다.

문소연 기자 moonsy1011@snu.kr



연건 해외 교류음악회

아름다운 비파 선율이 서울대 연건캠퍼스 치과병원의 1층 로비를 가득 메웠다. 딱딱한 대리석 로비가 비파의 선율로 물든 것은 예술주간을 맞아 해외교류음악회가 열린 까닭이다. 붉은 전통 중국 의상을 입은 연주자의 손끝에서 ‘산촌소경’의 가락이 흘러나오자 지나가던 치과병원의 의사, 간호사, 환자, 그리고 직원까지 발걸음을 멈춰 음악을 감상했다.

이번 해외교류음악회는 대만의 해외교류학교 학생들과 음대 연주팀이 함께했다. 해외교류학교 학생들은 중국의 전통악기인 ‘중국비파’와 우리나라의 해금과 닮은 ‘얼후’를 연주했다. 익숙하면서도 이색적인 음색에 관객들은 금세 매료됐다.

이들의 연주 후엔 클라리넷, 오보에, 피아노로 구성된 ‘율트리오’의 삼중주가 관객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율트리오가 이날 선곡한 곡은 프랑스 작곡가 데스트네 에두와르의 ‘클라리넷, 오보에, 피아노를 위한 삼중주, 작품번호 27번’으로, 감미롭고 풍성한 연주로 관객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대만의 학생들과 음대 연주팀의 개별 연주가 끝난 후 모든 연주자들이 우리나라 민요 ‘아리랑’을 함께 연주했다. 여섯 개의 악기가 어우러져 만드는 ‘아리랑’은 듣는 이에게 깊은 울림과 진한 여운을 남겼다. 국경을 넘어 음악으로 하나 된 이들의 연주가 서로 간의 경계를 허물었다.

정명은 기자 jeongme1659@snu.kr



우로보로스, 딴전에 빠지다

우석갤러리(74동)에 들어서면 작지만 많은 소리들이 들려온다. 헤어드라이어가 위잉 거리는 소리, ‘공습’ ‘경계’ ‘해제’를 외치는 소리, 종이를 넘기는 소리 등이 섞여 전시회는 이채로운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시각과 청각을 비롯한 다양한 감각이 어우러진 작품이 갤러리를 메웠다.

각각의 작품엔 분명한 목소리가 있다. 작가는 세계의 경계를 인식하고 그 경계를 허물려 한다. 이런 점에서 작품들이 ‘권위, 우연, 위계, 자연, 폭력 등으로 얼룩진 기존의 질서에 대한 의문’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우로보로스, 딴전에 빠지다>라는 전시회의 제목처럼, 세계관의 경계를 상징하는 상상 속의 뱀 우로보로스가 딴전에 빠짐으로써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견고한 틀을 벗어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작품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내용과 방법도 가지각색이다. 본 전시의 작품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면서 작품의 목소리를 관객이 듣게 만든다. 관객은 작품에 가까이 다가가 유심히 살펴보고, 어떤 소리가 나는지 귀 기울이고, 작품의 감촉을 상상하는 과정을 거치며 혼재된 다양한 감각들 속에 서 있는 존재가 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작품 앞에 멈춰 서서 작품 제각각의 의미에 대해 곱씹고 있으면 자유로운 현대 미술의 모습에서 다양한 감상을 하게 된다. 작품 하나하나를 감상하며 작가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보자. 그리고 ‘나’를 둘러싼 견고한 틀, ‘나’의 우로보로스는 무엇인지, 어떻게 다가갈 수 있을지 고민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황지연 기자 ellie0519@snu.kr

사진: 윤미강 기자 applesour@snu.kr



9월, 어디 한번 내 목소리로…

누구에게나 활짝 열린 낭독회가 있다. 여기선 누구나 무대에 올라 시와 소설을 낭독할 수 있으며, 그 진행 역시 즉흥적이다. 서울대 예술주간을 맞아 예술복합연구동(74동)의 할리스 카페 한 켠엔 시와 희곡, 그리고 소설 낭독을 위한 공간이 마련됐다. 문학작품 본연의 맛을 살리기 위해 묵독 대신 낭독을 택한 이들은 차례로 단상에 올라 각자 준비한 작품을 낭독했다.

영시 ‘Fable’의 낭독을 시작으로 사설시조, 현대시, 독일 시, 중국 시 등 다양한 스펙트럼의 낭송이 이어졌다. 관객들은 눈을 감고 시를 곱씹으며 낭독자들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한편 희곡 ‘연인들의 대화법’(데이비드 아이브스)과 소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박민규)의 낭독에선 낭독자들의 연기가 돋보였다. 소설 낭독자들은 야구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생생한 연기를 선보였다.

한편 이번 낭독회엔 낭독자뿐만 아니라 관객도 무대에 올라 소설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낭독자들의 준비된 낭독 이후엔 관객들이 즉흥적으로 자유롭게 참여해 시, 에세이, 산문 등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여러 작품을 낭독했다. 또 사회자가 즉석에서 낭독자를 섭외해 새로운 배역을 부여하는 등 이날 참여자들은 ‘모두가 함께하는’ 더욱 다채로운 낭독회를 만들어갔다.

이번 낭독회는 묵독 이전의 시대로 돌아가 낭독을 즐겨보자는 의미를 갖는다. 낭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은 모두 함께 문학을 향유하며, 작품을 통해 느낀 감정 또한 바로 서로에게 공유된다. 독서의 계절인 가을, 혼자만의 독서가 아닌 함께하는 낭독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정명은 기자 jeongme1659@snu.kr

사진: 대학신문 snupress@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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