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냥이를 부탁해
대냥이를 부탁해
  • 박성민 기자
  • 승인 2017.10.15 08: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5월, 자하연 길고양이 ‘르네’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이 소식에 사람들은 묘표를 만들어 르네를 추모했다. 이렇듯 최근 길고양이를 아끼고 보살피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길고양이에 대한 대학생들의 관심은 남다르다. 대학생들은 2015년께 캠퍼스 안에 사는 길고양이, 일명 ‘대냥이’를 더욱 체계적으로 돌보고자 동아리나 프로젝트 팀 등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들은 학내 구성원과 길고양이의 ‘공존’을 꿈꾸며 활동한다. 이에 『대학신문』은 대학생 단체들이 대냥이를 보살피는 방식을 소개하고자 한다.

급식소와 집 설치 | 보살핌의 시작

대학가의 길고양이 돌봄 단체들은 캠퍼스 안에 급식소를 지어 밥을 챙겨주고 집을 마련해 비와 추위를 피할 공간을 제공한다. 급식소를 통한 배식은 학내 동아리의 가장 기초적인 활동이다. 급식소를 설치하면 고양이들은 배를 곯지 않을 수 있고 먹이가 있으니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지도 않게 된다. 먹이 제공은 물론 사람에게 가는 피해를 예방할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고양이 집 설치는 고양이에게 쉼터를 제공하는 활동이다. 대표적인 고양이 집으로는 ‘대학교 길고양이 집 지어주기 프로젝트’(대냥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예술계복합교육연구동(74동) 앞 잔디밭에 세워진 ‘르네상스’를 들 수 있다. 르네상스는 고양이가 안정감을 느끼는 높이와 고양이의 습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만들어진 구조물이다. 또한 르네상스 옆에는 학생들이 고양이를 지켜보며 친해질 수 있도록 의자가 마련돼 있다. 길고양이는 물론 학내 구성원까지 고려해 디자인된 것이다. 프로젝트를 기획한 김민기 씨(수의학과·13)는 “르네상스를 통해 우리 사회가 동물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공간임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사람들이 고양이와 더욱 친해지면 동물과의 ‘공존’에 대한 인식도 개선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덧붙여 고양이 집에 대한 기대를 전했다.

이화여대 ‘이대냥이’에서 배식하는 고양이 사료. 고양이에 따라 필요한 영양제를 섞어서 배식한다.
건국대에 설치된 급식소.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을 고려해 외진 곳에 설치됐다. 덕분에 고양이들도 경계를 풀고 식사할 수 있다.
르네상스와 그 옆에 설치된 의자. 르네상스의 가장 아래층에는 급식소가 마련돼 있다.

치료와 입양 | 고양이를 구조하다

길고양이를 보살피는 동아리들은 치료가 필요한 고양이나 야생에서 살아갈 수 없어 입양이 필요한 학내 길고양이를 구조하기도 한다. 학생들이 캠퍼스 안에서 아픈 고양이를 발견해 동아리에 신고하면 동아리 부원들은 고양이를 구조해 병원에 데려간다. 치료활동은 포획망을 이용한 구조로 시작돼 회복 후 방사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치료과정에서 발생한 병원비는 모금활동을 통해 조달하는데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와 ‘대학 길고양이 돌봄사업’ 협약식을 가진 동아리의 경우 치료비의 50%를 지원받기도 한다. 건국대 단체 ‘꽁냥꽁냥’의 회장 김형준 씨(건국대 수의학과·13)는 치료활동에 대해 “치료활동을 통해 영역동물*인 고양이가 영역을 지킬 수 있게 해주면 새로운 개체의 유입을 막을 수 있으며 학내 구성원이 해당 구역 고양이에 관심을 갖기도 쉬워진다”며 “길고양이에 대한 인식 개선은 물론 캠퍼스 내에서의 공존에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입양을 위한 구조는 야생에서 살아갈 수 없는 유기묘, 아픈 고양이, 어미가 방치한 새끼 고양이 등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입양 희망자는 동아리 측에서 마련한 입양 신청서를 작성해야 하며 가정 방문을 비롯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 이때 심사기준에는 입양 희망자의 경제적 여건과 동거인의 동의 여부 등이 포함된다.

*영역동물: 주된 활동 영역을 정해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동물

‘고려대 고양이 쉼터’에서 구내염 치료와 사상충 정기 검진을 위해 구조한 ‘시루’. 동물병원에서 스케일링을 받기 전 간단한 검진을 받고 있다.
중앙대 ‘냥침반’에서 입양을 위해 구조한 ‘까망이’. 현재 입양처가 구해지지 않아 새로운 가족이 구해질 때까지 냥침반에서 임시보호 중이다.

TNR | 개체수 조절은 이렇게

길고양이 돌봄 동아리들은 학내 길고양이의 개체수를 조절하고자 TNR(Trap-Neuter-Return)을 시행하기도 한다. TNR은 포획(Trap), 불임수술(Neuter), 방사(Return)의 세 단계에 걸친 야생고양이 중성화수술을 이르는 말이다. TNR은 과도한 고양이 개체 증가가 안락사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일부 지자체에서도 시행하고 있다. 특히 보살핌을 받는 학내 고양이들은 그 수가 훨씬 빠르게 증가하기 때문에 TNR이 필요하다는 것이 학생 단체 측의 공통적인 입장이다. 또한 TNR을 시행하면 발정기 고양이 특유의 울음소리로 인한 소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학내 구성원에게 소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고양이를 보살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TNR 시행에 관해서도 금전적인 문제로 많은 동아리들이 난항을 겪는다. 이에 카라는 포획 도구와 수술비 등을 지원하고 직접 운영하는 동물병원에서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하며 학생들의 활동을 돕고 있다.

지난 9월 ‘연세대 냥이는 심심해’(연냥심)에서 TNR을 시행한 ‘깡패’가 방사되고 있다.
연냥심에서 돌보는 ‘하꽈니’는 작년 11월에 TNR을 마쳤다. TNR 시행 후에는 구별을 위해 길고양이의 왼쪽 귀끝을 0.9cm 정도 자른다.

대학생들의 길고양이 돌봄 단체 활동은 어느덧 학내 구성원과의 ‘공존’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들은 때로는 고양이의 입장에서, 때로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저마다의 공존을 추구한다. 배를 곯은 고양이를 위해, 아픈 고양이를 위해, 대냥이와 함께 살아가기 위한 그들의 활동은 오늘도 계속된다.

사진: 박성민 기자 seongmin41@snu.ac.kr
삽화: 박진희 기자 jinyhere@snu.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