숱한 논란 속 청년수당, 사회적 안전망을 넓히다
숱한 논란 속 청년수당, 사회적 안전망을 넓히다
  • 심준범 기자
  • 승인 2017.10.15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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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서울시 청년수당 정책 돋보기

지난 9월 1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청년 수당에 대한 상호 소송을 취하하는 서명식을 가졌다. 지난해 서울시는 청년수당 시범사업 대상자 3,000명을 선정하고 이 가운데 2,831명에게 첫 달치 50만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사업 시행을 두고 대상자 선정의 객관성, 지원항목의 부적절성 등으로 갈등을 빚던 보건복지부가 직권취소 결정을 내리면서 사업이 중단됐다. 이번 서명식을 통해 서울시는 작년에 중단됐던 청년수당의 지급을 재개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지난 정부는 청년수당처럼 청년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지방자치단체(지자체)의 정책을 포퓰리즘이라고 규정하고 제동을 걸었지만 최근 경기,광주,부산,대전 등 다른 지역에서도 청년수당과 유사한 정책을 도입하는 추세다. 더불어 서울시는 최근 장애인을 청년수당 대상에 포함시키겠다고 발표하는 등 청년활동에 대한 지원비의 범위와 대상이 점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에『대학신문』은 청년수당 사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살피고 공정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해당 제도를 점검해본다.

청년수당,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형편이 어려운 장기 미취업 청년들의 구직활동을 돕는다는 취지로 도입된 서울시 청년수당은 청년의회가 직접 제안해 설계된 청년복지정책의 최초 사례다. 2016년 시범사업에 이어 지난달부터 2회차 사업 지원을 받기 시작한 서울시 청년수당은 주소지가 서울시로 등록돼 있는 만 19세~29세 미취업 청년 5,000명을 모집하며 대학교 또는 대학원 재‧휴학생, 실업급여 수급자 및 정부사업 참여자, 주 30시간 이상 일을 하며 정기소득이 있는 자, 중위소득 기준 150% 이상 가구 청년은 모집대상에서 제외된다. 수급자로 선정되면 최소 2개월부터 최대 6개월 동안 매달 50만원이 체크카드로 지급된다. 지원항목으로 학원 수강료, 시험 응시료를 비롯한 직접적 구직활동비는 물론 식비, 교통비, 통신비 등의 간접비도 포함된다. 다만 사업 취지에 맞지 않는 사치품의 구입, 유흥업소와 주점 등에서의 사용은 제한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미취업기간, 배우자 및 자녀 수, 기초생활수급 여부 등 정량적인 자료와 함께 자신의 목표와 활동계획서를 적은 자기소개서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수당 지급 대상자가 결정된다.

한편 성남시는 작년 1월부터 청년배당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청년배당은 만 19세에서 24세까지 지원이 가능하지만 그 자격요건에 소득 등의 제한이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분기별로 25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지급하며 해당 상품권은 성남시 내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서울시 청년수당이 장기 미취업 청년들의 구직활동을 돕는다는 목적을 갖고 있는 것과 달리 청년배당은 특정 목적에 구애받지 않는 기본소득의 성격이 강하다. 반면에 인천시가 올해 4월부터 실시하고 있는 청년사회진출사업은 청년 구직에 초점을 맞춘 서울시의 정책과 동일한 목표를 가진다. 하지만 지급방식에 있어서 수혜자가 사비로 먼저 계산을 한 뒤 검증절차를 거쳐 환급해주는 구조라 모니터링이 면밀하게 이뤄지며 소득처분이 자유롭지 않다.

<청년활동지원수당 현황 비교> | 자료 출처: 이슈와 논점 - 「청년활동지원수당의 현황 및 정책과제」 2017, 최병근

매듭지어지지 않은 청년수당의 논란들

서울시 청년수당은 시범사업 당시 도덕적 해이, 특정 지역에의 복지 편중 등의 논란에 휩싸였다. 이는 보건복지부와 서울시의 협의가 마무리된 지금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쟁점이다.

먼저 수당지급에 따라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고, 청년수당이 사업 취지에 맞지 않게 지출되거나 단기적인 생활비로 변질돼 오히려 청년들의 구직의지를 저해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서울시가 체계적인 활동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달았다. 현재 서울시의 청년수당 정책은 유해 업소에서는 결재할 수 없는 ‘클린카드’를 통해 수당을 지급하고 현금인출의 경우 그 사용처와 목적을 소명하도록 규정돼있다. 서울시는 “카드 사용에 대한 별도의 모니터링은 시행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에 A교수는 “청년을 돕기 위해 시행된 청년수당이 오히려 수혜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며 “인천시처럼 지출내역을 심사한 뒤 목적에 맞게 쓰인 만큼만 환급해주는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보다 강화된 수준의 모니터링은 본래 정책의 취지에 어긋나기 때문에 이를 청년수당에 도입하기에는 턱없이 부적절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능동적인 구직활동 활성화가 본 정책의 취지인 것에 반해 과도한 감시는 청년들의 자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기초생활수급제도의 경우 선별적 복지정책에 해당하지만 사용처에 대한 고지 의무가 없는 점을 들며 한정적으로 모니터링을 운영하고 있는 청년수당 제도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청년유니온 김민수 위원장은 “청년 수혜자들의 자유로운 소득처분권을 존중해야 한다”며 “수당이 지급되면 펑펑 놀 것이라는 생각에서 기인한 과도한 제재는 청년을 평등한 사회구성원으로 바라보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때문에 현재 서울시 모니터링 수준이 적합하다고 보는 시각이 지금으로서는 중론이다. 정재훈 교수(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는 “서울시 청년수당은 현금을 지급함으로써 성남시와 비교했을 때 처분의 자유를 상당히 넓혀 구직활동의 능동성을 강조한다”며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처분의 자유를 지나치게 옭아매기보다 장기적인 시야와 너그러운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특정 지역만을 위한 복지가 아니냐는 반박이 제기됐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청년 보조금 지급 정책은 서울시와 성남시 등 재정자립도가 높은 지자체에서만 시행되고 있다. 이에 이러한 복지제도를 갖출 재정적 여유가 없는 지자체의 청년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토로하며 특정 지역의 청년들만 복지혜택을 받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며 적극적으로 복지혜택의 전국적 평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정 교수는 “지자체의 상황에 따라 복지 정책의 차이가 생기는 것은 피할 수 없다”며 “그 차이를 메우는 것은 중앙정부의 몫”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국가 수준에서 섣불리 시행할 수 없는 실험적인 사업에 지자체가 나섬으로써 그 실효성을 파악하고 타 지역으로 확대하는 기반을 닦을 수 있다는 주장 또한 존재한다. 서복경 교수(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는 “우리나라와 외국 모두 보조금 정책의 대부분은 지자체가 먼저 시행한 다음 중앙정부로 넘어가는 모양새를 보였다”며 “지자체 간 형평성에 대한 지적은 합당하지만, 지자체 안에서 확실한 복지결과를 만들어낸다면 오히려 전국적인 확산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복지와 포퓰리즘 사이에서

청년수당이 실효성 없이 청년을 위로한다는 상징성만 갖춘 포퓰리즘 정책이 아니냐는 지적은 시범사업 도입 때부터 이어져 온 꾸준한 논란점으로 청년수당이 실질적으로 실업률을 줄이는 데 기여하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노동과 연계된 복지’라는 우리나라 복지정책의 전통적인 틀에서 벗어난 청년수당이 실업기간만 늘릴 뿐이라는 것이다. 더불어 지난 대선기간에 해당 정책에 관한 여야공방이 치열해졌다는 점에서 선심성 공약이라는 비판이 더욱 거셌다. 청년이여는미래 백경훈 대표는 “청년수당은 표로 먹고 사는 정치인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카드이지만 그 값을 치루는 것은 온전히 국민들의 몫”이라며 선심성 복지정책의 위험성을 주장했다.

반면 청년수당이 포퓰리즘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서복경 교수는 “서울시가 청년수당이 제도화하는 단계에서 법을 어기지 않았고 결과적인 측면에서 추가 부채가 발생하지도 않았으니 포퓰리즘 정책이 아니다”라며 “본 정책이 기본소득과 유사한 형태를 보이기 때문에 생겨난 오해”라고 주장했다. 또 한국노동연구원 이병희 선임연구위원은 “정책의 설계와 운영에 있어 실질적으로 청년에게 도움이 되는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사회 밖 청년들로 대변되는 비제도권 청년들을 지역사회로 통합시키는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 서울시의 청년수당 정책은 수혜기간 만료 후 아무런 대책이 없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 6개월 간의 청년 수당 지급 이후에도 구직 전까지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정책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정재훈 교수는 “청년수당 모델을 유지하면서 사회서비스를 추가함으로써 실질적인 청년실업률 감소를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 교수는 “지자체 차원에서 그룹 스터디 활성화, 일자리 정보 제공, 기업 연계 인턴쉽 등 다양한 사회서비스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청년수당을 둘러싼 해묵은 논란은 아직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섣불리 제도를 폐지하기보단 결과를 지켜보고 지속적으로 개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크다.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청년수당 정책은 청년문제를 공동체가 정책을 통해 풀어나가려는 첫 시도기 때문이다. 김민수 위원장은 “청년문제를 사회적으로 해결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청년수당의 시행은 아주 반가운 일”이라며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됐으면 한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청년수당과 같은 청년복지정책이 국가 차원에서 안정적이고 장기적으로 운영되려면 먼저 청년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복지정책 설계에 있어 후순위였던 청년을 주요 대상자로 인식을 바꾸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서울시 청년수당이 숱한 비판을 양분 삼아 성장하고 이를 통해 청년들의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기반이 되길 기대해본다.

삽화: 강세령 기자 tomato94@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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