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다양성위원회의 첫 다양성 보고서가 공식 발표됐다. 서울대에서도 처음 발간됐지만, 국내 대학 중에서도 처음 발간된 다양성 보고서는 대학내 교원, 직원, 학생들의 성평등 관련 통계를 중심으로 서울대의 다양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조사, 보고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다양성 보고서는 여성 교직원의 과소대표성, 전임교원들의 유학파 쏠림 현상, 외국인 교원 및 학생에 대한 지원 부족 등 여러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우선 서울대는 여성 전임교원의 비중을 높임으로서 성평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다양성 위원회가 애초 여교수회의 제안에 따라 성평등관련 자문기구로 시작하려했던 사실에서 알 수 있듯, 다양성 보고서의 많은 부분에는 서울대 구성원의 성평등 관련 통계들이 제시돼 있다. 교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15%에 불과하고, 학내 주요 의사결정기구에 참여하는 여성 교수의 비율에서 모든 유형의 기구에서 15% 수준을 밑돌았다. 여성 교원의 주요 보직 참여율은 13.3%, 주요 위원회는 14%, 평의원회는 13.3%로 ‘양성평등기본법’이 제시하고 있는 여성참여 최소 비율인 40%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성 불평등 문제는 단순히 교원 구성 상 차별의 문제를 넘어 학내 여론 형성 및 의사 반영 양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당장의 여건으로 인해 여성, 장애 교원 등 소수자의 비중을 증가시키기 어렵더라도 이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다양성 보고서를 계기로, 서울대는 서로 다른 가치가 존중되고 공존하는 다양한 교육환경이 만들어지도록 해야 한다. 다양성위원회 규정 제2조는 다양성을 ‘성별, 국적, 신체적 조건, 경제적 조건, 사회적 조건 등의 차이에 의해 발생하는 다양한 경험, 가치관, 행동양식 또는 이들이 공존하는 사회적 특성’으로 정의한다. 학내 구성원의 다양성은 다양한 가치관의 공유와 공감으로 귀결된다. 그러나 전임교원 중 서울대 학부 출신 미국 유학파 남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월등하고, 외국인 전임교원의 수가 전체 교원중 110명(5.2%)에 그친다는 점, 그리고 등록한 장애학생의 수는 84명(0.29%)이라는 통계를 통해, 과연 서울대가 다양한 가치가 존중되는 공간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상황은 곧 다양성에 대한 공감의 부재로 이어지고, 학생들에 대한 일원화된 교육, 특정 구성원의 체계적 배제 등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에서 처음 발간된 대학의 다양성 보고서는 학교 공동체의 다양성을 증진시키기 위한 중요한 초석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역사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서울대의 다양성위원회와 이들의 향후 활동은 보다 다양한 대학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보고서의 내용대로 서울대는 다양성을 어떻게 증진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 많은 과제를 부여받았다. 교육기관으로서의 서울대의 다양성 정도는 단순한 성별 균형을 맞추는 것을 넘어서서 학내 의사결정의 민주화와 이후 세대를 위한 교육적 진보를 가져오는 토대가 된다. 서울대는 교원의 다양성 확보와 교육환경의 다양성 증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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