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양성(多樣性)’이란 말을 좋아한다. 다양한 취향과 스타일들, 그리고 다양한 생각들을 좋아한다. 어떤 사람들은 통일성이라든지 효율성, 단순함의 미덕이라는 이유 등으로 여러 사람들이 각기 자기 나름대로의 스타일로 행동하거나 생각하는 것을 싫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특정 상황 하에서는 ‘각양각색(各樣各色)’이라는 것 자체를 무시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고 일의 성공확률을 높여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양함이 존재함으로서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새로운 시도가 행해질 수 있으며, 발전의 가능성 또한 나타날 수 있지 않을까? 적어도 학문을 연구하는 데 있어서는 단일한 사고방식보다는 다양한 생각들을 통해서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된다.

 

다양한 사고방식이라는 말은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단순하게는 주어진 문제에 대해 사람들이 가지는 온갖 종류의 생각들일 수도 있고, 주관적 해석 혹은 관점의 차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 사람이 다양한 경우를 고려하여 문제에 접근하는 것 또한 큰 의미에서는 다양한 사고 방식이라고 볼 수도 있다. 어쨌건 여기서는 연구자로서 문제를 바라보는 데 있어 가지게 되는 시각 차이를 모두 사고의 다양성으로 정의하도록 하자.

 

생각의 다양성은 창의적 연구 결과 도출과 직결돼

사고를 합리적으로 뒷받침할 논리적 능력도 갖춰야

 

다양성의 범위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다양성과 창의성은 상당히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창의성이란 결국 기존의 것들과 다른 어떤 새로운 의견을 제시하고 이로부터 유용한 결론을 도출하는 능력을 말하는 것이므로, 새로운 의견이라는 것이 곧 생각의 다양성과 직접적으로 관련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각자 다른 시각을 가지고 문제에 접근하고 다양한 상상의 나래를 펴는 것이, 창의적인 연구결과를 얻어내는 것과 서로 필요충분조건이라 할 수 있을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자신의 생각을 뒷받침 할 수 있는 논리적인 과정과 그로부터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수반되어야만 한다. 이는 자유로운 사고에 대한 일종의 책임이다. 각 연구자의 학문 분야에 걸맞는 적절한 중간 과정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면 이는 독립된 하나의 연구로서 인정될 수 없으며, 관련 연구에 혼란만을 가중시킬 뿐이다. 따라서 자신의 의견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논리를 갖추고 이를 질서정연하게 기술하여 하나의 완성된 형태로 정리할 수 있는 능력 또한 사고의 다양성만큼이나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 내가 연구하고 있는 내용과 관련해서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해보며, 나름대로는 다양한 측면에서 문제에 접근해 보았지만 예상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느끼는 때가 많았다. 그 원인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사고(思考)를 뒷받침하고 검증할 만한 논리적 과정을 전개하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온갖 상상을 펼쳤지만 정리된 결과가 없으니 이런 생각들은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쓸모없는 공상(空想)이 되어버린 것이다. 한편으로는 좌절감도 있었지만, 아직은 연구하고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 논문을 쓰는 방법과 경험들을 익히는 학생이니까 새로운 시각을 가져보려 노력한 측면만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 않을까, 스스로 위안해본다.

 

▲ © 대학신문 사진부

윤성환

기계항공공학부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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