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인 편집장

『대학신문』의 일원으로서 마지막으로 펴낼 글은 꼭 ‘학보사’를 주제로 하겠다며 과거를 돌이켜보니, 떠오르는 생각 하나하나가 아쉬움을 안긴다. ‘글 쓰는 걸 좋아하니까 기사를 쓰는 것도 재밌지 않을까’하는 안일한 생각에서 출발한 나의 학보사 생활은 기자직을 거쳐 부장으로, 그리고 편집장이라는 이름으로 끝이 나게 됐다. 내게는 과분한 자리였기에 그만큼 부끄러운 실수들, 무력했던 순간들에 대한 기억이 가득하다.

그 무력감의 대부분은 ‘학보사의 위기’라는 쓸쓸한 수식어에서 비롯됐다. 언제 시작됐는지조차 가늠이 안 되는 오래된 꼬리표를 붙인 채로, 기자들은 읽는 사람도 없는 글을 열심히 쓴다고 자조했다. 종이 신문을 누가 보느냐는 질문에 응답하듯 학내 곳곳의 가판대엔 누구의 손길도 타지 못한 신문이 한가득 쌓여 있다. 비가 오는 날에 유독 신문이 많이 빠져나간다거나 배달음식을 먹기 위해 바닥에 까는 용도로라도 써 주면 다행이라는 농담의 뒤에도 슬픈 구석이 있다.

그렇다면 대체 학보사 위기론은 어디서 시작됐을까. 기성 언론에도 꾸준히 제기되는 문제를 상기하자면, 종이 신문을 기반으로 한 저널리즘을 고수하는 것에서부터 고민이 시작돼야 할 것이다. 기성 언론은 말할 것도 없고, 일부 학보사의 경우에서도 영상팀, 미디어 홍보팀을 꾸리거나 아예 온라인 퍼스트로의 전환을 시도하는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이제야 비로소 페이스북을 주요한 기사 공유의 창구로 활용하고 있는 『대학신문』으로선 갈 길이 먼 셈이다. 주요 독자층은 여전히 종이 신문에 익숙하다지만, 앞으로의 예상 독자들에게 보다 익숙할 온라인 매체를 적절히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은 필수적이다. 인터페이스 자체가 제대로 꾸려지지 않아 기사를 읽기엔 불편한 느낌을 주는 홈페이지를 개편해야 할 것이고, 그 홈페이지에 많은 독자들이 유입될 수 있도록 SNS를 보다 효과적으로 사용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온라인의 문법에 맞는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한 고민도 시작해야 한다.

또 고민해야 할 문제는 학보사로서의 정체성이다. 대학 언론은 학내 소식에 관한 깊은 정보를 전달하고 대학생의 시선이 담긴 독특한 기사를 펴낸다는 점에서 기성 언론의 한 대안으로 꽃 필 수 있었다. 이 강점은 여전하다고 자부할 수 있지만, 이들이 독자에게도 공감을 사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특집」면과 「기획」면은 ‘대학생만의 독특한 시선’을 담아낸 강점에도 불구하고 한숨에 읽어내기 어려운 긴 분량과 빽빽하게 편집된 쉴 틈 없는 지면 배치에 가려진다. 다양한 학내 구성원을 포괄하며 서울대의 이모저모를 전한다는 「종합」면 역시 이 ‘다양함에 대한 고려’가 ‘입장이 없음’으로 오해받을 수 있음을 기억하며 기획돼야 한다. 최근의 취재부가 전하는 기사는 분명한 입장과 확실한 비판을 해왔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모호하고 불분명한 입장으로 학내 사안의 깊이 있는 전달이라는 학보사로서의 장점이 무뎌졌음을 기억해야 한다.

이제는 독자로서 『대학신문』을 응원하게 된 입장에서 괜히 전임자에 불과한 사람이 부담감만 안기는 글을 써내고 말았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이는 한 무능했던 학보사 기자가 자신은 해결하지 못한 고민에 대해 펴낸 글이며, 앞으로 『대학신문』의 기자로서 학보사를 지켜나갈 기자들을 믿으며 전하는 말이다. 한편으로는, ‘학보사 위기론’에 위축되는 기자들을 위해 독자 여러분이 『대학신문』이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늘 지켜봐달라는 부탁을 드리기 위한 글이기도 하다. 다가올 변화에 적절히 대처하며 위기론을 넘어서는, 그 색과 향을 더욱 널리 뽐내는『대학신문』의 미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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