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근 교수
전기·정보공학부

차분한 복도를 지나 박종근 교수(전기·정보공학부)의 연구실로 들어서자 잘 정돈된 박스 몇 개와 한시가 적힌 액자가 눈에 들어왔다. 선반이 모두 비워진 책장은 그가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음을 말해주는 듯 했다. 예상과 달리 한산한 연구실에 당황한 기자에게 박 교수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자리를 권했다.

박종근 교수가 전기공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다분히 현실적인 이유에서였다. 그는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문과였다가 실사구시의 정신을 실천하라는 선친의 말씀을 듣고 공대로 방향을 틀었다”며 “당시 모교의 선배들이 공대 중에서도 전기과에 많이 진학한 것을 보고 이 길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그가 전기과에 진학한 것은 우연에 가까워 보였지만 박 교수는 전기공학을 공부하면서 그 묘미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공학이 보이지 않는 것을 다룬다는 점에서 인문학이 얘기하는 형이상학과 닮았다”며 “전기를 공부하기로 한 것이 결과적으로는 참 좋은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도쿄대학교에서 전력계통공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박 교수는 한국에 돌아와서 전기 산업 전반에 지대한 관심을 쏟았다. 그는 전력계통공학을 “전기 에너지를 생산해서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전반적인 과정을 연구하는, 사회과학과 공학을 융합한 학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생활패턴이나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우리나라와 매우 비슷한 일본에서 공부한 그는 전문가로서 한국의 전력 시장 발전에 이바지하려는 노력을 이어나가고 있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 전기위원회 산업자문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 교수는 “현재 한국 전력 시장의 판매권의 대부분을 한국전력이 독점하고 있다”며 “새로운 에너지 정책의 일환으로 판매 부문에 경쟁을 도입하도록 전문 지식을 활용해 국가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박 교수가 이런 사회참여적인 공학 연구를 시작하게 된 배경에는 공학도로서의 고민이 있었다. 그는 공학이 실체에 기반을 둔 학문이라며 “전기공학, 특히 전력에너지 분야는 사회기반시설과 밀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나아가 그는 “결국 전기공학은 제품의 생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를 맞닥뜨리게 된다”며 “원전의 환경 문제나 안전성 문제 역시 궁극적으로 공학자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런 문제의식의 연장선 상에서 박 교수는 ‘전력경제’라는 과목을 신설하고 전기위원장으로 국가 에너지 정책에 기여하고 있다.

박 교수는 한국전력학술대상의 처음이자 마지막 수상자이며 미국의 ‘IEEE’(국제전기전자기술연구소)를 비롯한 일본과 유럽의 대표적인 전기·전자 학회에서 펠로우로 인정받는 등 학문적으로도 큰 성과를 거뒀다. 그는 “세계적인 석학들과 견주어 전기·전자 분야에서 인정을 받아 큰 영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종근 교수는 퇴임 이후 2-3년 동안 공학전문대학원에서 논문지도와 강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화려하진 않았지만 공학과 사회과학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온 학자로 기억되고 싶다는 박 교수는 전기위원회와 대학원에서 맡은 소임을 마치고 그동안 소홀했던 한자 공부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그는 “어릴 적 서당을 같이 다녔던 친구들과 자주 모여 선조들의 글을 읽고 공부하려 한다”며 소박하지만 행복한 꿈을 드러내 보였다.

사진: 대학신문 snupress@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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