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은 선임연구원
국제문제연구소

새 학기가 시작됐다. 부푼 꿈과 떨리는 마음 혹은 앞으로의 진로를 놓고 고민이 많은 학생을 만나는 첫 강의에서 학생들은 교수에게 일제히 ‘탐색’의 눈빛을 발사한다. 강의의 유익한 정도와 흥미 여부, 학점 취득의 난이도와 진로와의 연결 등 다양한 사안을 놓고 강의 첫날 신속한 결론을 내리고 싶은 것이다. 어떤 대상에 대한 정보가 충분치 않고 타인의 조언에 주관적 요소가 많을 때 탐색의 좋은 방법은 약간의 수고로움이 필요한 ‘실험’이다. 대학 생활은 특히 학문을 평생의 업으로 삼을지에 대한 고민 해결을 위해 많은 힌트를 줄 수 있는 훌륭한 실험시간이 될 수 있다. 이 글은 신입생과 재학생, 학부생과 대학원생이 던져봄직한 “학문을 나의 업으로 삼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답하는 방법을 얘기해보려 한다.

먼저 학문을 직업으로 삼는 건 상당히 장시간의 게임에 도전하는 것을 의미한다. 박사학위를 받기까지의 그 긴 과정은 말할 것도 없고 학위를 받은 이후 그동안 상상해온 삶을 즉시 영위하기가 만만치 않다. 더군다나 이 긴 여정에서 학자로서의 성공 여부 자체를 판단할 기준은 분명하지 않다. 영향력 있는 학자가 되고 싶다는 목표만으로 이 길을 들어서기엔 많은 돌발변수와 난관이 빈번히 등장해 “그래도 이 길을 가겠니?”라고 물을 것이다. 화려한 순간보다 조용히 연구에 집중해야 하는 시간이 더 많은 이 길은 ‘마음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당신의 능력을 강력히 요구한다. 끝없는 자료탐색과 연구설계, 읽기와 쓰기, 반복된 실험 등 당신은 집중하는데 방해받지 않을 절대 시간을 늘 확보해야 한다. 나는 우스갯소리로 드라마와 같은 스릴감 넘치는 삶을 추구한다면 이 길은 피하라고 말한다. 이 길에 최적화된 삶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비롯되곤 하는 각종 사건과 사고, 격정적 감정의 소용돌이로부터 거리를 둘 수 있는 사람이 잘 갈 수 있다. 학자는 연예인도 정치인도 아니다. 당신이 늘 주목을 받는 화려한 삶을 추구한다면 이 길은 그런 길이 아니라고 확실하게 말해줄 수 있다.

이 길을 선택할 것인가의 또 다른 판단 기준은 공부하고 글을 쓰며 이론과 공식이 가득한 서적을 탐독하고 수업과 세미나에 임하는 것을 ‘정말 즐기는가’다. 이런 활동이 비생산적이고 소모적으로 느껴진다면 이 길은 빨리 떠났을 때 멋진 추억으로 기억될 것이다. 학위를 받는 것과 어떤 위치에 올라서는 것만이 목적이 되기엔 이 길은 마라톤 종목이다. 누가 칭찬해주지 않아도 상을 주지 않아도 당신은 학문을 추구하는 희열을 느낄 수 있어야 하고 심지어 미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길이든 고통 없는 길이 어디 있는가.

물론 기쁜 순간도 종종 찾아온다. 당신의 원고가 학술지에 게재될 때마다 당신은 당신 이름이 붙은 당신만의 아이를 세상에 내놓게 된다. 당신의 연구가 비평을 받을 수도 있지만 학문의 세계엔 정해진 정답이 없으므로 반박하며 토론하는 것도 중요한 학문 활동이다. 때로 당신의 연구는 중대한 임무를 가진 사람에게 참고 자료가 되기도 하고 당신의 생각과 당신이 발견할 것을 듣고자 누군가가 당신을 초청할 수도 있다. 어떤 경우 연구와 관련된 현장의 일에 직접 참여할 기회를 만나 당신의 생각을 행동으로 실천할 수도 있다. 대학교는 바로 이런 길이 당신의 길인지, 당신이 이 길을 즐기며 갈 수 있을지를 실험해 볼 곳이다. 이 글 서두에서 언급한 ‘탐색을 위한 실험’이 4년 동안 가능한 것이다. 만약 그런 실험과 탐색 끝에 이 길에 들어선다면 때로 힘들어도 기대하시라. 이 길은 당신이 포기하지 않는다면 멀리 가면 갈수록 흥미진진한 점입가경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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