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한 표현의 자유, 애니메이션

지난 5일 개막한 제6회 부천국제학생애니메이션페스티벌(PISAF)에 서울대 학생의 작품도 출품돼 본선에 올랐다. 임경훈씨(디자인학부 석사과정)와 이병학씨(디자인학부졸 00)가 만든 ‘몽상’이 그것이다. 철저히 통제된 삶을 사는 주인공의 몽상을 다루고 있는 이 작품은 임씨와 이씨의 졸업작품이다. 그들은 이 작품을 2004년 앙시애니메이션페스티벌(프랑스)에 출품해 본선진출이란 쾌거를 이뤘고, 이번 PISAF에도 초대됐다.


현재 이들은 같은 학부 출신인 조성희씨(디자인학부졸 97)와 함께 스튜디오 EYEN(studioeyen.com)을 설립해 공동작업 중이다.


이들이 처음부터 애니메이션에만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들은 디자인학부에서  영상수업 을 통해 광고, 영화,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영상물을 접하면서 영상물 그 자체에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조씨는 “영화는 돈이 많이 들어서 지금은 애니메이션으로 만족하고 있지만 언젠가 기회가 되면 영화를 찍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이 생각하는 애니메이션의 매력은 무엇일까? 임씨는 “애니메이션도 영화처럼 실재와 똑같이 만들 수 있지만, 훨씬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며 “상상한 대로 표현할 수 있고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 있는 매체가 애니메이션”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씨는 “‘몽상’에서도 사막 한가운데 냉장고가 있고 그 냉장고에서 코끼리가 나오는 등 현실에서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많은데 이런 장면들을 통해 ‘낯선 느낌’을 전달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애니메이션은 대중에게 인기가 많은 문화산업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애니메이션을 직업으로 삼아 살아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척박한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애니메이션계에 도전장을 내민 세 사람. 조씨는 “되는 사람은 잘 되고 안 되는 사람은 안 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솔직히 여러 영화제에서 상을 타는 것보다 방송 등을 통해 대중에게 다가가고, 소위 ‘팔리는 영상’을 만드는 것이 더 실속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씨는 “예술성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많이 봐주는 작품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며 “보는 사람이 지루해 하지 않을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어 인터넷 등을 통해 대중에게 다가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들은 단편여러 편을 엮은 시트콤 형식의 작품을 준비 중이다.


이제 막 애니메이션계에 발을 들여놓은 세 사람이지만 의욕과 포부는 대단하다. 조씨는 “지금은 미약한 수준이지만 후에 ‘한국 애니메이션을 이만큼 키웠다’라는 소릴 듣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조씨는 “가장 무서운 것이 선입견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국내 애니메이션이 ‘재미없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며 선입견 때문에 국내 애니메이션이 더욱 빛을 보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꿈과 열정, 그리고 젊음을 지닌 세 사람이 그들의 말대로 한국 애니메이션의 대표주자가 될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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