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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는데 남는 것이 없는 교육
  • 대학신문
  • 승인 2018.03.25 05:43
  • 수정 2018.03.25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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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심리학과 석사과정

지식과 관련된 심적 활동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지만, 학습과 사고는 구분될 수 있는 별개의 활동이다. 학습은 이미 알려진 지식을 습득하는 것과 관련 있다. 지식 습득의 효율성에선 학습이 우수하지만, 사고는 습득된 지식을 환경과 상황에 맞춰 사용하거나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는 데 필요하다. 공자 또한 학습(배움)과 사고 간에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을 『논어』의 「위정(爲正)」 편을 통해 알 수 있다.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남는 것이 없고, 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 학이불사즉망 사이불학즉태)는 구절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교육은 학습과 사고 가운데 학습만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절대적으로 학습량이 증가한 오늘날의 우리 교육 현실은 공자가 지적한 ‘학이불사즉망’에 봉착했다. 우선 우리나라 교육에선 가르치려는 내용이 너무 많다. OECD 국가들과 비교해보면 가르치는 과목 수는 중학교 때부터 다른 나라보다 많고, 고등학교에서는 학생의 선택권이 거의 없으면서 외국에 비교해 많은 수의 과목을 배운다. 이는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업 부담 증가로 이어지고, 학생들은 배운 내용에 대해 깊게 생각해볼 시간이 없다. 깊이 생각하는 과정 없이 많은 학습량을 소화하다 보면 질문을 제기하거나 비판하고 대안을 찾는 데 들이는 시간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학생들의 학습에 대한 흥미는 물론 만족도까지 떨어지게 된다. 결국, ‘대한민국형’ 인재는 지식형 인재이며, ‘대한민국식’ 교육은 배움 중심 교육이다.

이 큰 노력이 사고가 아니라 배움에만 치우치게 된다면 들이는 시간과 희생보다 궁극적으로 얻게 되는 것은 그리 많지 않을 수 있고, 실제로 그렇다는 연구결과들이 존재한다. 강의에서 학생들은 상당히 많은 정보를 접하게 되지만 그 양이 너무 많아 압도되거나 혹은 수동적으로 돼버려 강의만으로는 지식구조를 변화시킬 수 없게 된다. 이에 더해 지식이 많아지더라도 생각을 더 잘하는 것은 아니라는 반복적인 연구결과는 지식전달 수업의 효용에 의문을 갖기 충분하다. 이처럼 한국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은 교육 관련 글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고, 한국 교육을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체험한 모두는 문제를 절감하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수많은 연구자 및 관계자들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교육현장에서 변화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 개혁은 지식기반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일어나야 한다. 유념해야 할 것은 개혁의 핵심은 단지 다양한 지식을 갖게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적 개척자(intellectual first mover)를 키워내기 위해선 교육이 사고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하고, 배움과 사고 간에 균형을 이루는 수업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하지만 문제 중심 학습에 대한 최근 연구에서 밝혀졌듯, 새로운 교수법을 도입하는 것 자체만으론 바로 수업을 바꾸기 어렵다. 진정한 변화를 위해선 교수는 물론 학생들도 교육에 대한 기본적인 철학에 대해 이해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각자 책임감을 느끼고 노력해나가는 자세를 가져야만 한다.

대학신문  snupress@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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