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어머니에겐 ‘이야기’가 필요하다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어머니에겐 ‘이야기’가 필요하다
  • 대학신문
  • 승인 2018.04.01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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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 | 발달장애인 자녀를 돌보는 어머니의 정체성을 고민하다

서울시는 지난달 27일 ‘2018년 장애인복지관 개선계획’을 발표하며 장애인복지관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발달장애인의 활동 지원을 하는 ‘낮 활동 시범사업’이 눈길을 끌었다. 이 사업은 기존 복지시설에서 거부당한 성인 발달장애인의 낮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제도적 차원의 정책 마련과 더불어 병행돼야 할 것이 바로 발달장애인 가족들을 위한 복지 확충이다. 발달장애인은 성년이 돼서도 가족들의 돌봄이 필요한 경우가 많고, 특히 어머니들은 발달장애인의 양육과정을 책임지며 피로감이 누적될 수밖에 없다. 이에 지난달 27일 행정대학원(57동)에선 발달장애를 가진 성인 자녀를 둔 고령의 어머니들에 대한 집단상담 연구를 다룬 제908회 정책&지식 포럼이 열렸다. 행정대학원 임도빈 교수가 사회를 본 이번 포럼은 경희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고정은 교수가 발제자로 나섰고, 토론자로 상명대 가족복지학과 조은숙 교수, 총신대 사회복지학과 전미애 교수가 참여했다.

지난달 27일 행정대학원에서 ‘Older women’s identity as a caregiver’를 주제로 정책&지식 포럼이 열렸다.

◇지배적 담론의 해체, 새로운 관계 맺음=고정은 교수는 이날 대표 발제자로서 장애 자녀를 둔 연구대상자 5인에 대한 상담을 진행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고정은 교수는 이 연구의 가장 중요한 도구로 ‘네러티브 테라피’(이야기 치료)를 꼽았다. 그는 “이야기 치료는 문학적인 이야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내담자들이 자신의 서사를 이야기하는 치료”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는 이야기 치료를 통해 내담자의 정체성을 찾아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상담을 시도했다. 고정은 교수는 “연구 대상자들이 자신의 결핍된 부분보다 무엇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 찾아내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자 했다”며 연구목적을 설명했다.

이야기 치료는 부양자로서의 부담이 당연하다는 사회적, 개인적인 지배 담론을 부수고 자신이 가진 것을 재평가하는 도구로 기능한다. 총 5회기로 이뤄지는 본 집단 상담에서 1회기에서 집단 내 내담자끼리의 관계를 유화시키고, 2회기에서 어머니가 가진 자녀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설명했다. 고정은 교수는 “어머니들은 문제 중심의 이야기를 할 때 자신의 자녀를 ‘평생의 고민거리’ 등의 수식어로 표현했지만 이어지는 3, 4회기 때는 서사적으로 자녀가 주는 긍정적 영향에 관해서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재저작 대화*가 중심이 된 이 집단 상담은 어머니들의 긍정적 자아 탐색에 주안점을 뒀다. 고정은 교수는 “한 내담자의 경우 아이를 포기하지 않은 정열적인 엄마라는 자기의식을 일깨워 긍정적인 자아상을 찾았다”고 상담의 성과를 설명했다.

◇망치를 든 ‘이야기 치료’=발달장애인을 돌보는 부모는 그 부담감으로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 실제로 2014년 장애인 실태조사 결과 발달장애인의 보호자 중 절반 이상이 우울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의심됐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이와 관련해 올해 ‘발달장애인 부모 상담 지원사업’을 추진한다. 과중한 돌봄 부담을 가진 발달장애인 자녀를 가진 부모에게 집중적인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본 사업을 통해 매달 16만원을 상담비용으로 받을 수 있다. 또한 ‘발달장애인 가족 휴식 지원사업’을 통해 가족 캠프를 함께 떠날 기회도 마련됐다.

하지만 이같은 제도적 접근으로는 부족한 부분이 분명 존재한다. 개인에게 굳어진 부정적 자아를 바꾸는 일은 금전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차원의 것이기 때문이다. 5명의 내담자와 함께 진행한 이 연구는 분명 일반화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지만, 이야기 치료는 분명 사회의 편견과 억압적 담론을 무력화시키고 개인의 서사에 집중하게끔 해준다. 조은숙 교수는 “재저작 대화 기법을 한국에, 특히 발달장애인 노인 어머니에게 적용한 시도가 흥미롭다”고 평가했다. 행정대학원 금현섭 교수도 “국가 정책을 거시적이고 일반적인 이야기로만 다루다가 실제적인 이야기를 들을 좋은 기회”라며 “복지 대상자들의 필요를 파악해 국가 차원에서 이를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야기 치료는 미시적인 차원에서 개인이 그동안 가졌던 부정적인 자아상을 깨는데 의미를 가진다. 고정은 교수는 “이야기 치료는 아직 상담역량과 정책적 보완이 필요한 대상”이라며 “지역 수준에 머무른다면 내담자들이 갖는 부정적 증상은 간과되고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회복지사들이 임상역량을 강화해 직접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모델”이라며 “내담자 개개인에 대한 미시적인 접근은 외부 자원의 개입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고정은 교수는 “상담 대상자들이 오롯이 수혜자의 입장에서만 역할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적절한 자원을 결정하는 주체로서 자기 주체성을 회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내담자의 능동적인 역할도 강조했다. 국가 주도의 복지 프로그램은 자칫 탁상공론으로 나아갈 위험성이 항상 존재한다. 앞으로 이야기 치료와 같은 상담치료가 활성화돼 개인의 상처를 실제로 치료할 방안이 마련되길 바라본다.

*재저작 대화: 내담자의 문제해결을 위해 지배적 구상에 맞서는 대안적 구상을 찾아 새로운 이야기를 생성하는 것

사진: 대학신문 snupress@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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