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연 미세먼지가 가득했던 3월이 지나 따듯한 햇살과 함께 봄이 찾아왔다. 벚나무 아래 돗자리에 앉아 친한 동기 선배들과 삼삼오오 모여 먹는 제육볶음과 막걸리 한잔의 시원함은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로망일 것이다. 이처럼 4월부터 6월 초까지 열리는 교내 장터 행사는 학관 앞, 자하연 앞, 해방터, 농대식당 앞 등 학교 수많은 곳에서 어렵지 않게 마주칠 수 있다.

그러나 해가 지날수록 장터를 두고 사람들의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인근에서 한창 수업이 진행 중인 교실과 연구실에선 술 취한 학생들의 고성으로 인해 제대로 일과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으며, 해방터에서 장터라도 열리는 날에는 관정관에서 공부하고 있는 수험생들에게까지 소음이 들릴 정도다. 실제로 한창 사범대 장터가 진행 중일 때 문을 닫아 놓았음에도 수업 내용이 들리지 않아 복습하는 데 고초를 겪기도 했다는 한 학생의 불만은 더는 한 사람만의 고충이 아니다.

장터는 소음문제 이외에 또 다른 문제점을 안고 있다. 손님들이 앉을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사방에 깔아 놓은 돗자리로 인해 보행자들은 통행에 불편을 겪고 있으며, 위생적인 측면에서도 큰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행사가 끝났는데도 뒷정리를 깔끔히 해놓지 않아 남은 음식이 담긴 접시와 젓가락이 나뒹굴고, 과음으로 인한 토사물이 길바닥뿐만 아니라 건물 안 화장실 바닥까지 이어지는 등 봄날 캠퍼스의 아름다운 풍경을 해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

본래 장터는 1980년대 당시 과 운영비와 운동권 선배들의 지원금 및 농활자금을 모으기 위해 학생들이 조촐하게 순대, 파전을 파는 소박한 행사로 시작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장터는 정치적인 목적에서 친목을 다질 수 있는 공식행사로 자리매김했다. 장터를 통해 갓 입학한 새내기들은 처음으로 행사를 같이 기획할 수 있고, 서로 고생하는 경험을 통해 동기들 간의 우애를 쌓을 수 있고, 선배들은 음식과 술을 사주면서 후배들과의 친목을 도모할 수 있는 등 장터는 원래 교류의 장으로 기능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장터의 존재 이유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이 들 정도로 개최자 및 참여자들의 의식 수준이 낮아진 상태이다. 고성방가, 폭언이 난무하고,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휘청거리다 쓰러지는 사람들을 보면, 또 쓰레기가 발에 치이는 길거리를 지나다니다 보면 과연 장터가 누굴 위한 행사인지 의문이 든다. 장터는 단지 술을 많이 마시기 위해 개최하는 행사가 아니라는 점이 자명한데 말이다.

지금부터라도 술을 마시는 것 자체가 유일한 목적이 돼버린 장터 문화에서 벗어나, 가벼운 술과 안주를 곁들면서 서로 정다운 대화를 나눠보는 것이 어떨까. 장터를 개최하는 사람들도 손님들에게 따듯한 말 한마디를 건네며 위생적으로도 청결한 장터 환경을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행사를 이끌어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소통이 부족한 현실 속에서 잃어버린 사람들과의 유대감을 되살리는 성숙한 장터 문화를 기대해본다.

오현숙
독어독문학과·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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