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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능, 구제 님에게
  • 대학신문
  • 승인 2018.04.08 05:01
  • 수정 2018.04.14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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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진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불능, 구제’ 님이 거의 날마다 SNS에 쓰는 글들을 여기에 옮기고 싶다. 가끔 은 어떻게 살아남았나 싶다고 한다. 다시 1년 전으로 돌아간 느낌이라고 한다. 이길 수밖에 없다고 한다. 사랑할 공동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끝이 보인다고 한다. 무엇인가를 쪼개는 것 같은 꿈 때문에 잠을 자는 게 두렵다고 끝없이 쓴다.

그녀는 서울대가 시흥캠퍼스 설립을 비민주적으로 추진했을 때 본부를 점거했던 생존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지난해 3월 11일 오전 8시 무렵, 대학본부 직원 100여 명은 본관 1층 학사과 문을 뚫고 들어가 물대포를 쏘면서 학생 50여 명을 끌어냈다. 그때 불능, 구제 님은 4층 총장실에서 팬텀 인형을 껴안고 울고 있었다고 한다. 같은 해 5월 1일, 직원 200여 명이 1층에서 농성하던 학우 20여 명을 끌어냈으며 실신한 학우 4명이 응급실에 실려갔다. 불능, 구제 님은 그해 3월 11일과 5월 1일의 기억이 없었더라면 자신이 지금쯤 뭘 하고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다. 지난해 7월 20일, 징계위원회는 학생 8명의 무기정학과 학생 4명의 6~12개월 정학을 처분했으며, 보름 뒤인 9월 5일에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징계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으나 성낙인 총장은 아직 징계를 해제하지 않고 있다.

불능, 구제 님이 끝없이 글을 올리는 공간에서, 『대학신문』은 성낙인 총장 퇴임을 맞아 Q&A 이벤트를 진행했다. 나는 질문에 대답하기 전에 학생 징계부터 철회하라고 댓글을 썼다. 그 이벤트에 참여해서 징계는 언제 철회할 거냐고 질문했다. 시흥캠퍼스 설립 계획을 백지화해야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제대로 된 민주적 합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으므로. 더 좋은 질의 교육 제공보다도 법인화에 따른 이윤 추구가 주된 목표였으므로.

동시에 서울대는 시흥캠퍼스 설립 반대 투쟁에 참여했던 학우들의 우울증과 같은 정신적 피해 실태를 빠짐없이 조사하고 그에 관한 치료 과정 전체를 지원해야 할 의무가 있다. 거기에는 불능, 구제 님의 이미지, 다시 말해서 고통을 겪는 인간의 형상밖에 다른 이유가 없다. 우리에게는 대학본부가 자행해온 폭력과 그에 대항하는 사람들의 눈물을 기억할 수 있는 힘이 주어져 있다. 나는 불능, 구제 님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서 이 글을 쓰려고 했다. 얼굴을 보고 인사를 나눈 적이 없는 사이라고 해서 고마워하지 못할 것도 아니지만, 그녀가 대의를 위해 스스로를 희생했다는 이유로 고마워하는 것도 결코 아니다. 인간을 도구화하는 대의야말로 지금까지 그에게 견디기 힘든 고통을 주어온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나는 그녀가 살아남아 있어서, 끊임없이 글을 쓰고 있어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대학신문  snupress@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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