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부터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를 비롯한 청소년단체들의 국회앞 농성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선거법 및 정당법 개정을 통해 만 19세 이상으로 정해진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만 16세 이상으로 낮춰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들의 농성은 오늘(16일)로 26일째를 맞고 있다. 다가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이들에게 선거권을 비롯한 참정권이 부여되기 위해선 당장 이번 4월 임시국회에서 공직선거법이 개정돼야 한다. 그러나 개헌 및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이 거센 가운데, 정작 청소년 참정권을 둘러싼 국회 내 논의는 거의 이뤄지고 있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의 만 19세 이상 선거권 부여는 세계적 추세로 보나 다른 법률과의 형평성 측면에서 보나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많다. 대부분의 법률이 결혼, 입대, 운전면허 취득, 공무원시험 응시 등 여러 의무에 대해선 만 18세 이상은 가능하도록 규정해놓은 반면, 유독 가장 중요한 권리로 꼽히는 선거권에 한해선 만 19세 이상에게만 부여된 것은 모순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OECD 34개국 가운데 만 19세 이상에게만 선거권을 부여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며, 이에 따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도 이미 선거연령 하향을 국회에 권고하기도 한 바 있으며, 지난 달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에서도 선거연령 하향을 ‘더는 늦출 수 없는 시대의 요구’라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청소년 참정권 확대는 지난 대선 후보들의 공약이었으며 지방 선거를 앞둔 현재 범 정치권이 공감하고 있는 사안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을 비롯한 진보진영은 물론, 자유한국당도 최근 발표한 자체 개헌안에 조건부긴 하나 만 18세로의 선거연령 하향을 명시하고 있다. 심지어 2017년 1월 국회에선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에서 선거연령 18세 하향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킨 바 있다. 그러나 해당 법안 통과는 결국 무산됐고, 선거를 앞두고 새로운 약속을 쏟아내는 정치권들은 이전의 약속을 잊은 것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국회는 시민의 정치참여를 독려하면서도 정작 이를 판단할 수 있는 시민참여의 폭을 제한함으로써 자신들의 책무를 저버린다는 목소리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2016년 촛불집회 이후 청소년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뜨거워져 왔다. 그러나 정치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선거에 청소년들의 참여가 나이라는 벽으로 가로막힌 것이 현실이다. 물론 청소년들이 정치에 참여하기엔 미성숙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성숙한 시민의 역량을 기대하면서 이들에게 정작 시민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원천적으로 빼앗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때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의 이은선 공동대표의 말처럼 “청소년들이 현재 선거권이 없어 우리의 요구는 항상 뒷전”이라는 외침은 다가오는 미래세대가 전하는 절망의 표현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정치권은 선거연령 하향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확대시켜나가고, 국회는 청소년 참정권 확대를 위한 구체적인 논의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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